“굵고 길게 살았구나.” 조지 슐츠 전 미국 국무장관의 타계했다는 뉴스를 들으면서 든 생각이다. 미국의 국무장관을 생각하면 닉슨 정부 때 미·중 수교를 이끌어낸 헨리 키신저가 우선 떠오르지만, 레이건 정부 때 미·소 냉전을 종식시키는데 결정적 협상력을 발휘한 조지 슐츠의 업적도 탁월했다. 1920년 12월 13일 태어나서 2021년 2월 7일까지 살았으니 100년 장수다. 1942년 프린스턴 대학을 졸업하고 태평양 전쟁에 해병대로 참전했다. MIT에서 노동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교수로 일하다 아이젠하워 대통령 때 아더 번스가
"석탄을 지금보다 5배 더 빨리 줄여나가야 한다.""산림녹화를 지금보다 5배는 더 빠르게 해야 한다.""재생 에너지를 6배 더 빨리 증산해야 한다.""전기차 전환 속도를 22배 더 빠르게 추진해야 한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기후특사'로 임명된 존 케리가 업무 시작 하루만인 1월21일 온라인 'B20포럼'(G20국가의 기업공동체)에서 한 말이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를 향해 맘먹고 던진 말인듯 싶다. 존 케리는 오바마 정부 때 국무장관으로 2015년 파리기후협약의 골격을 짜는데 핵심적 역할을 했던 사람이다. 바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외출할 때면 군 장교 보좌관이 묵직한 20㎏짜리 검정색 가방을 들고 따라나선다. ‘뉴클리어-풋볼’(Nuclear Football)이란 명칭이 붙은 ‘핵가방’이다. 이 가방 속에는 비상시 대통령이 핵무기 사용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코드와 통신 방법이 들어 있다. 1962년 케네디 대통령이 쿠바 미사일 위기로 소련과 대치하고 난 후 고안된 이 ‘핵가방’은 미국 대통령의 군통수권 상징이다.새 대통령이 선출되면 물러나는 대통령은 백악관을 비워줘야 하는 것처럼 이 핵가방도 새 대통령에게 넘겨줘야 한다. 대통령 취임선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에 당선되어 취임하기 직전, 그러니까 4년 전 이맘때의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앞날을 놓고,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과 월가의 전설적 투자가 조지 소로스가 아주 상반된 예측을 내놓아 흥미를 끌었다.일생을 강대국 세력 균형 문제에 천착했던 93세의 키신저는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트럼프는 경이로운 인물이며 미국을 위해, 그리고 미국의 대외관계에서 대단한 기회를 만들 것이다.” 그러나 돈의 흐름과 씨름하며 살아왔던 86세의 소로스는 몹시 부정적 예언을 했다. “트럼프는 사기꾼이자 잠재
2021년 아침 세계는 여전히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에 휩싸여 어둡다. 그렇지만 이란혁명수비대장의 암살과 여객기 추락, 호주의 대 산불, 연이어 터진 우한 바이러스 전염이 지구촌에 충격을 몰아왔던 작년 연초에 비해 조금은 희망적이 아닐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코로나바이러스를 예방할 백신이 개발되어 대규모 접종이 시작되고 있고, 또 보름 후면 미국에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여 트럼프 정부가 헝클어놓은 미국의 국제사회 리더십을 재정비하게 된다.이런 분위기 속에 영국이 세계의 관심 대상으로 떠올랐다. 2021년 1월 1일을 기해 영국은
"자신이 이 세상에 살았음으로 해서 한 사람의 생명일지라도 보다 편안히 숨쉬었음을 깨닫는 것이것이 성공이다."위 구절은 1982년 미국 텍사스주 달라스의 어느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수석의 영예를 안은 여학생의 졸업 연설 중 한 대목이다. 미국의 시인이자 철학자 랠프 왈도 에머슨(1803~1882)의 시 '성공이란 무엇인가'의 마지막 구절인데, 이 싯귀가 너무나 마음에 들어 졸업 연설에 인용했던 것이다. 이 여학생이 마이크로소프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의 부인 멀린다 게이츠다. 그는 빌 게이츠의 아내로 더 유명하지만 남편과 더불어 세계 최
올해 서울광장에는 스케이트 타는 어린이들을 볼 수 없다. 코로나19로 스케이트장을 열지 않았다.누가 "서울 광장이 어디에 있느냐?"고 묻는다면 거침없이 대답할 서울 시민이 얼마나 될까. 썩 많지는 않을 것 같다. "어디지? 시청앞 광장을 말하는 것 아닌가" 하고 조금은 망설이며 대답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맞다. 통칭 '시청앞 광장'의 공식 명칭이 '서울광장'이다. 서울에 꽤 오래 살았지만 '서울광장'이라고 할 때 이미지가 즉각 떠오르지 않는다. 혼자만 그렇게 생각한다면 전적으로 내 잘못이지만, 헷갈리는 사람이 많다면 광장 이름을
지난 9일부터 사흘 동안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에 있는 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제7회 국제전기차엑스포(IEVE)가 열렸다. 원래 5월에 열리기로 했으나 코로나19 때문에 연기됐다가 이번에 대면과 비대면 배합형태로 열렸다. 현장에서 엑스포를 보면서 두 가지 느낀 점이 있었다. 하나는 엑스포를 포함한 회의산업(MICE)의 위기이고 또 다른 하나는 기후변화와 전기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확대다.사회적 거리 두기의 방역 지침에 따라 구경꾼이 북적대는 엑스포가 될 수 없었다. 방역 분위기에 압도되어 전기차 엑스포라면 으레 전시되어야 할 전
대통령 선거는 끝났지만 지금 미국엔 또 하나의 불꽃 튀는 선거전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남부 조지아주에서 연방 상원 2명을 뽑는 결선투표가 내년 1월 5일 실시된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연방제 특유의 선거를 앞두고 미국의 여야 정치권은 초긴장 속에 이 선거전을 지켜보고 있다. 미국 정치에서 강한 연방제 성격을 가진 제도가 50개 주가 각각 상원의원 2명씩을 선출하여 100명으로 구성되는 상원이다. 인구 3000만 명이 넘는 캘리포니아주나 70만 명도 안 되는 알래스카주나 똑같이 2명의 상원의원을 뽑는다. 상원의 임기는 6년이며
영화 '007' 배우 숀 코너리가 지난 10월 말 90세의 나이로 타계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초기의 007시리즈 영화를 보며 청년기를 보냈던 사람들은 두 가지 감회에 젖었을 법하다. 하나는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가 죽었다는 상실감, 또 하나는 세월의 빠름에 대한 놀라움이다.30대 초반의 직장인과 얘기하다 우연찮게 숀 코너리 사망 소식을 얘기했더니 그 젊은이는 뉴스에서 보았다고 말했으나 담담했다. 007 영화가 유명했다는 걸 듣기는 했지만 본 적도 없고 관심도 별로 없었고 더구나 코너리에 대한 기억도 없다는 것이다. 스타의 부고에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흥미로운 작은 에피소드가 있다. 그건 애리조나주 개표에서 트럼프가 밀리자 ‘매케인의 복수’라는 말이 회자된다는 사실이다. 이번 선거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가 한국 사람들을 포함한 지구촌의 관심사였던 것 같다. 이번 선거의 개표 과정에서 미국 언론이 집중 조명을 받은 것이 미국 50개 주 중에서 인구로 중간 크기인 애리조나주였다. 전통적 공화당 텃밭 애리조나에서 트럼프의 패색이 짙어지자 미국 방송들의 보도가 일제히 트럼프의 선거 패배에 무게를 실었다. 간접 선
미국은 지금 큰 변화의 소용돌이를 몰고올지도 모를 정치 행사를 앞두고 있다. 11월 3일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에서 말많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될 것이냐가 한국인들에겐 최우선 관심사일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변화 진폭을 가늠해볼 수 있는 또 다른 관점도 있다. 그것은 미래의 미국 사회에 큰 영향력을 발휘할 태세를 갖추고 대기 중인 두 여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여론조사의 추세대로 민주당이 승리하면 조 바이든의 러닝메이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56)이 미국 역사상 첫 여성부통령이자 첫 흑인부통령이 되어 미국 정치 판도에 적잖은 충격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발병 지역은 중국이지만, 대유행의 최대 피해국은 미국이다. 700만 명 이상이 확진판정을 받았고, 21만 명이 사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역 기초인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큰 소리만 치다 확진자로 판명되어 입원·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는 퇴원하며 '바이러스를 이겼다'고 주장했지만 세계 최강국의 헝클어진 리더십의 모습을 보게 된다. 11월 3일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다면,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트럼프의 이미지는 '노 마스크 낙선 대통령'이 아닐까. 1970년대 워터게이트사건을 파헤쳐 닉슨 대통
제주도 서귀포시에 대포(大浦)라는 어촌이 있다. 옛사람들은 이 마을을 ‘큰개’라고 불렀지만, 이름처럼 큰 포구는 아니고 까만색 주상절리 절벽과 파란 바닷물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아름다운 갯마을이다. 과거 해녀들의 물질과 어부들의 고기잡이로 생계를 유지했던 곳인데, 근래는 횟집, 펜션, 카페가 해변을 따라 들어선 일종의 ‘관광 어촌’이다. 바로 인근의 중문 관광단지에 묵는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지금 이 마을이 ‘서치라이트’ 논란으로 평화롭지 않다. 해변의 카페에서 바다를 향해 내리비추는 서치라이트 광선 때문에 마을 주민들이 못
“누군가는 불로 세상이 끝날 거라고 하고누군가는 얼음으로 끝날 거라고 한다.“위의 시구(詩句)는 한국인에게 ‘가지 않는 길’로 잘 알려진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불과 얼음’(fire and ice)의 첫 부분이다. 이 시의 시상(詩想)은 단테의 ‘신곡’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고 한다.신곡은 인간이 죽은 후 저승 문을 통과하는 순간 펼쳐질 사후 심판의 세계를 암시하는 중세 서사시다. 그런데 프로스트의 ‘불과 물’을 기후변화, 즉 지구온난화로 야기되는 인류의 존재론적 위험으로 상상해 보는 건 어떨까. 지금 산불로 야단이 난 캘리포
“워 스 타이완런(我是臺灣人)”체코 상원의장이 던진 중국말 한마디에 대만 해협에 파란의 물결이 일고 있다. 그 어느 누구보다 가슴이 벅차올랐던 사람은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었을 것이고, 중국의 위협을 안고 사는 대만인들은 오랜 국제적 고립감에서 잠깐 벗어나는 기분이 들었을 법하다. 반면 중국은 격노하고 있으니 그건 ‘하나의 중국’ 정책에 대한 도전이기 때문이다.지난 2일 대만 입법원(국회) 발언대에 선 밀로시 비스트르칠 체코 상원의장은 “나는 대만인입니다”라는 중국말로 연설을 마무리했다. 대만 입법 의원들이 기립 박수했고 세
광복절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가 극도로 긴장하고 있다. 곧 찾아올 가을과 함께 2차 대유행이 일어날 것이라는 의료 전문가들의 전망이 사람들의 마음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전시와 같은 위기의식과 과학에 근거한 정부와 민간의 대응 없이는 이 국난을 극복하기 어려워 보인다.이런 비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필요한 일 중의 하나가 환자를 수용하고 치료할 병상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방역당국은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열흘 동안 중증 환자가 3배 이상 늘어나면서 수도권에 중증환자 병상 여유분이 10개도 안
이제 장마가 끝났다. 공식적으로 6월 24일 시작한 장마가 8월 15일까지 무려 52일간 지속됐으니, 정말 이런 장마는 흔치 않다. 장마 끝판에 수해 현장을 포착한 TV 영상 이미지 2개가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8월 9일 전남 구례군에서는 하천 둑이 무너지며 홍수에 떠내려가던 소 떼들이 살아남기 위해 주택과 축사 지붕으로 올라가 대피해 있는 광경이 마치 위기를 모면하고 망연히 서 있는 사람의 모습과 흡사했다. 7월 20일 폭우가 쏟아진 대전 서구에서는 아파트 일대가 물바다가 되면서 주차장의 자동차들은 지붕까지 물에 잠겼고 주민 7
1938년 10월 30일 저녁 CBS 라디오를 듣던 미국인 수백만 명이 화성인이 미국을 침공했다는 ‘가짜 뉴스' 를 듣고 공포에 질려 집밖으로 뛰어나오는 대소동이 벌어졌다. 당시 배우이자 라디오 프로듀서였던 오손 웰스가 영국소설가 조지 웰스의 공상과학소설 ‘우주전쟁’(1897년)을 드라마로 각색하여 자신이 뉴스 보도 형식으로 직접 방송해서 일어났던 해프닝이다. 라디오 방송은 이 드라마가 소설을 각색한 허구란 걸 미리 알렸지만, 다른 방송을 듣다 채널을 바꾼 청취자들은 화성인 침공 뉴스가 실제 상황처럼 보도되자 놀랐던 것이다. 2차
제주도 서귀포시 중문 관광단지 인근 예례마을 해변에 짓다 만 ‘휴양형 주거단지’가 흉물스럽게 서 있다. 그건 영락없는 고스트 타운(ghost town), 즉 유령도시의 풍경이다. 한때 성공적 외자유치로 세계적 휴양 명소가 될 것이라고 홍보되었던 이곳 22만여 평의 해안 언덕 위에는 외형만 완성된 2, 3층짜리 콘크리트 건물 폐허가 을씨년스럽다. 서양에서 고스트 타운이란 광산이나 군사기지 등이 폐쇄되거나 재난으로 사람들이 떠나버린 빈 마을이나 도시를 일컫는다. 폐광촌처럼 스토리가 있는 고스트 타운은 관광지로 다시 태어나기도 한다.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