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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녀, 세계를 품다] “바다서 산삼 캐는 심마니 가치 알려야”
  • (제주=뉴스1) 안서연 기자
  • 승인 2016.12.01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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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이한영 제주해녀문화보존회 회장이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2016.11.30/뉴스1 © News1 이석형 기자

30일 제주해녀문화의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 대표목록 등재가 이뤄졌지만 이한영 제주해녀문화보존회 회장(43)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하다.

2008년부터 제주해녀문화의 유네스코 등재를 위해 애써온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이뤘는데도 이 회장이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이유는 이제 겨우 시작이기 때문이다.

◇ “해녀는 보호 대상 아냐…그 자체로 빛나는 보석”
해남이 되기 위해 2008년 제주한수풀해녀학교에 입학한 이 회장은 그곳에서 제주해녀들의 강인한 모습과 정신에 감명받아 고령화로 점차 감소해가는 이들을 세상에 알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곧바로 비영리법인 ‘제주해녀문화보존회’를 꾸렸지만 주변에서는 “왜 해녀보존회가 아니라 해녀문화보존회냐”며 생계유지를 위한 어업활동을 문화라고 지칭한 것에 대해 언짢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단순히 해녀 1인에 주목했던 것이 아니었다. 잠수장비 없이 바다에서 해산물을 채취하는 물질과 마을 해녀들 사이의 공동체 정신이야말로 하나의 ‘문화’라고 이 회장은 생각했다.

제주해녀문화를 어떻게 보존·계승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이 회장은 일단 대중들에게 존재를 알려야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 회장은 “2009년쯤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 직접 전화해 왜 제주해녀문화가 아직도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가 안 된 것이냐고 물어본 적도 있다”며 “그때까지만 해도 해녀문화를 보존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별로 없었다”고 회상했다.

스스로 해녀문화 홍보꾼을 자처한 이 회장은 공항을 드나드는 사람들에게 제주해녀에 대한 설명을 한 뒤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서명을 받는가 하면 온라인 포털사이트를 통해서도 목소리를 모았다.

하지만 설명만으로 제주해녀의 깊이를 알리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실제 해녀들이 깊은 바다에까지 가서 해산물을 채취해올 수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한 이 회장은 아쿠아플라넷 수조에서 해녀들의 공연을 기획하기에 이르렀다.

기획은 성공적이었다. 해녀들의 물질을 관람한 사람들은 몸짓 하나하나에 감탄사를 쏟아냈다. 나이가 지긋한 해녀들은 난생 처음 받아보는 박수갈채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 회장은 “연세가 있으신 해녀들이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그 자체로 빛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공연을 기획하게 됐다”며 “수동적으로만 생각하다가 능동적으로 내비치니 사람들도 그들이 보석이라는 걸 알아챘다”고 말했다.

제주해녀문화의 가치를 알아가는 사람들이 차츰 늘기 시작하면서 유네스코 등재 추진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고 마침내 우리나라 19번째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이 회장은 “유네스코 등재 역사상 이렇게 온 국민이 등재를 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외치고 음악회까지 열었던 적은 없었을 것”이라며 “마치 월드컵처럼 마음이 모아져서 이뤄낸 결과”라고 바라봤다.

◇ “제주해녀문화 보존,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
 

30일 이한영 제주해녀문화보존회 회장이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2016.11.30/뉴스1 © News1 이석형 기자

이 회장은 유네스코 등재는 보존과 계승을 위한 첫 발걸음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사실 이제야 하는 말이지만 유네스코 등재가 더디게 이뤄지길 바랐다. 비인기종목에서 메달이 나오면 크게 환호했다가 관심이 금방 시들어버리지 않느냐”며 “추진 과정에서 달궈진 사람들의 관심이 식어버릴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어 “제주해녀문화 보존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며 “하지만 박물관의 밀랍인형처럼 둘 게 아니라 살아 숨 쉬는 문화로 보존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존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과도한 규제나 경제적 지원에 대한 우려를 표한 이 회장은 “보존의 주체는 행정이 아니라 해녀 스스로가 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회장은 “지원이나 규제보다는 그분들의 가치를 대중들에게 알리고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문화 수요자를 양성하는 것이 궁극적인 보존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녀 스스로 힘을 갖기 위해서는 돈을 벌 수 있는 지위가 되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어 “산삼도 인삼과는 효능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심마니라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귀한 값어치를 인정받고 있지 않느냐”며 “해녀가 채취한 해산물도 스토리텔링으로 노동의 가치를 알려 부가가치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녀문화라는 타이틀을 숙제처럼 보존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해선 안 된다. 일단 가치를 알게 되면 굳이 보존하라고 말할 필요도 없이 문화를 향유하게 될 것”이라며 “해녀로서의 정체성을 펼칠 수 있는 장이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또 제주지역 대학교에 해녀(문화)학과를 신설해야 한다는 제안도 했다.

문화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학문적 체계가 확립돼야하고, 사라져가는 제주해녀의 보존을 위해 새로운 세대의 해녀 육성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이 회장의 주장이다.

이 회장은 세계 100대 대학 안에 꼽히는 독일의 뮌헨공과대학 내에 맥주제조학과가 있는 점을 예로 들며 “독일의 맥주제조학과가 제조뿐 아니라 경제학·경영학 등 다양한 학문을 공부하는 것처럼 해녀학과의 커리큘럼 역시 물질만을 배우는 과정이 아니다”고 말했다.

해녀 물질뿐만 아니라 해양과학, 해양자원, 생태환경, 잠수생리, 해녀의 문화와 역사, 관광통역, 관광경영 등 해녀 문화 전반에 관련된 학문을 배울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진로를 꼭 해녀로만 한정 짓지 않고 적성에 맞게 몇몇은 해녀로, 몇몇은 해양 관련 기업에 취직할 수 있다면 이야말로 지역 특성화 학과의 본보기가 되지 않겠느냐”며 “지금 이 시점에서 해녀학과 신설이 정말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제주도에는 유난히 ‘세계’나 ‘국제’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어있는데 가장 제주다운 것이 가장 세계적이고 국제적인 것이 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지 않느냐”며 “유네스코 등재로 딛은 세계화의 첫 발걸음이 꾸준히 이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제주=뉴스1) 안서연 기자  asy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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