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왜 국민들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거죠?”

3일 오후 6시 제주시 이도2동 제주시청 앞은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이들의 목소리로 들끓었다.

제주지역 103개 단체로 구성된 ‘박근혜 정권 퇴진 제주행동’이 마련한 이날 ‘박근혜 측각 퇴진 7차 제주도민 촛불집회’에는 여느 주말과 다름없이 많은 제주도민들이 참여했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젊은 여성, 휠체어를 탄 장애인, 70대 부부, 연인, 가족 등 다양한 연령층의 도민들은 저마다 한 손에는 촛불을, 다른 한 손에는 ‘박근혜 퇴진’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었다.

오후 7시 기준으로 주최 측 추산 참가인원은 1만여 명(경찰 추산 2000명)에 이른다. 이는 제주에서 열린 집회 중 역대 최대 규모다.

1살·2살인 두 자녀를 품에 안고 나온 조상훈씨(41) 부부는 “계속 (집회에) 나오고 싶었는데 아이들이 너무 어려서 망설였다. 3차 담화를 보고 더 이상 나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나왔다”며 “사태가 이 지경인데도 대통령은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공정한 세상에 살길 바라는 마음 뿐”이라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는 김만호씨(50)·김주란씨(24) 부녀는 “박근혜 퇴진, 박근혜 구속, 새누리당 해체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왔다”며 “국민 목소리를 들어야 마땅한데 대통령이 여전히 꼼수만 부리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아내와 함께 나란히 촛불을 든 임덕규씨(62)는 말을 걸자 조용히 ‘박근혜 퇴진’이 적힌 플래카드를 흔들어 보이며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느냐. 여기 있는 사람들이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최근 교육부가 공개한 국정 역사교과서에 4·3사건이 축소 기재된 것에 반발하며 거리로 나선 양윤경 제주4·3희생자 유족회 회장은 “4·3유족들 260명 정도가 거리로 나왔다”며 “박근혜 대통령을 국정교과서와 함께 끌어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 회장은 “국민들은 즉각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데 답이 애매하다. 아무리 항의해도 꿈쩍도 안하고 있다”며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사람이 아무리 소리쳐도 못 알아듣고 있어서 화가 난다”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국정교과서로는 진실된 교육을 할 수 없다. 고려시대 탐라국을 일본 영토로 편입해 버린 교과서로 아이들한테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있겠느냐”며 “정부가 이렇게 제주를 무시하고 있는데 탐라국으로 아예 독립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격앙된 어조로 말했다.

발언에 나선 제주중앙고 문지후 군은 “다른 학생들은 반 문집을 만들고 있는데 우리는 박근혜 하야 성명을 받기 위해 거기로 나왔다”며 “그런데 민망하지 않고 우리가 역사 가운데 서서 이런 서명을 받으며 할 수 있는 게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강지웅 학생은 이어 “이 자리와 광화문, 청와대 앞에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모여 하나같은 마음으로 시위를 참석하고 있는데 이게 바로 올바른 정의라고 생각한다”며 “하루 빨리 대통령이 자리에서 내려와서 정의만이 가득한 대한민국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날 촛불집회에서는 도민들의 자유발언, 시국풍자 공연 등이 진행됐으며, 집회가 끝난 뒤에는 광양로터리에서 구 세무서사거리를 왕복하는 거리행진이 이어졌다.

오후 8시부터는 만민공동회가 열릴 예정이다. 만민공동회에서는 ‘박근혜 퇴진 이후 바라는 사회’ 주제발언과 ‘3차 담화 후 정치권 야합규탄, 탄핵안 부결 시 제주촛불 입장’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누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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