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은 버티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도민들의 분노입니다.”

3일 오후 6시 제주시 이도2동 제주시청 앞은 ‘박근혜 즉각 퇴진 7차 제주도민 촛불집회’에 참가한 1만1000명(주최 측 추산)의 분노로 들끓었다.

비선 실세 최순실의 국정 농단 파문으로 10월29일부터 타오르기 시작한 촛불이 한 달 여 만에 700명(1차 집회 참가인원)에서 15배 가량 늘어난 것이다.

이는 제주에서 열린 집회 중 역대 최대 규모로, 제주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집회에 참여한 것은 1987년 6월 항쟁 이후 30년 만이다.

주최 측에 따르면 1차 집회(10월29일)에는 700명이 참여했으며 2차 집회(11월5일)에는 규모가 커져 2000명, 3차(11월9일)와 4차(11월12일) 집회에도 2000명이 참가했다.

4차 집회의 경우에는 농민과 노동자, 시민사회단체 회원 등 1000여명이 서울 광화문 광장으로 상경 투쟁에 나서면서 사실상 3000명이 집회에 참여했다고 볼 수 있다.

이후 11월 17일 수능이 끝나면서 수험생 등도 거리로 나서 5차 집회(11월19일)에는 이전보다 3배나 규모가 커져 6000명이 촛불을 들었다.

날씨가 점차 추워져도 참가 인원은 줄지 않았다. 겨울비가 쏟아지던 6차 집회(11월26일)에는 7000명이 거리로 나왔다.

교복을 입은 중·고등학생부터 아이를 안고 나온 부부, 머리가 희끗한 노인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도민들이 가득했다.

7차 집회에는 더 많은 도민들이 모여 1만 명을 넘기기에 이르렀다. 제주도 인구가 현재 65만 명이라는 점에 비춰봤을 때 65분의 1이 촛불을 든 것이다.
 

거리로 나선 도민들은 한 목소리로 11월29일 진행된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에 분노했다.

어린 두 아들의 손을 잡고 나온 김지완씨(40)는 “지금까지는 지켜만 보다가 3차 담화를 보고 더 이상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될 것 같아서 아이들과 밖으로 나왔다”며 “최순실과의 사이에 사심이 없었다는 게 말이 되냐. 물러난다고 하면서 왜 버티고만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시험기간인데도 친구들과 거리로 나온 강지훈씨(가명·23)는 “3차 담화를 보고 답답한 마음에 나오게 됐다”며 “국회에 결정을 맡긴다고 했는데 여야가 갈라져 있으니 의견이 안 모아질 것이라는 걸 뻔히 알고 버티고 있는 것 아니냐”고 분노했다.

1살·2살인 두 자녀를 품에 안고 나온 조상훈씨(41) 부부는 “계속 (집회에) 나오고 싶었는데 아이들이 너무 어려서 망설였다. 3차 담화를 보고 더 이상 나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나왔다”며 “사태가 이 지경인데도 대통령은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공정한 세상에 살길 바라는 마음 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온 가족이 함께 나온 정숙여(42·여)씨는 “5차 집회를 나오고 싶었는데 못 나왔다가 3차 담화를 보고 분노가 치밀어 온 가족이 나오게 됐다”며 “대통령이 국민을 기만하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씨의 딸 이수아양(13)은 “뉴스를 보면서 잘못된 대통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대통령을 새로 뽑아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한다”며 초등학생들도 이 사태에 대해 심각성을 느끼고 있음을 전했다.

김만호씨(50)·김주란씨(24) 부녀는 “대통령이 국회에 책임을 넘기고 새누리당 의원들을 모아보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내년 대선을 생각하고 물타기를 하고 있다”며 “국민 목소리를 들어야 마땅한데 대통령이 여전히 꼼수만 부리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와 노동계, 학계, 종교계 등 103개 단체로 구성된 ‘박근혜 정권 퇴진 제주행동’의 부장원 민주노총 제주본부 조직국장은 “7차 집회에 1만 명이 넘는 도민이 모이게 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여전히 버티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부 조직국장은 “그동안 6차례의 집회를 하면서 도민들의 요구는 하나, 바로 즉각 퇴진이었다”며 “범죄행위가 중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더 이상 나라를 맡길 수 없다고 호소하고 있는데 왜 듣지를 않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하야하지 않고 국회에 책임을 떠넘기면서 4월까지 기다려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는데 그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를 위해 촛불은 계속 타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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