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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 칼럼]요주의! 트럼프의 트위터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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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사업을 하다가 지구 최강국 미국 대통령이 된 트럼프가 어떤 스타일로 세계 지도자들과의 관계를 맺어갈지를 놓고 각국 외교 진용이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트럼프 개인을 잘 모르는데다 그의 내각 진용은 물론 정부 운영 스타일이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어서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우방관계에 있는 나라 지도자들이 더욱 곤혹스럽다. 미국과의 관계가 자국의 통치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기회 좋게 아베 신조 일본총리는 미국 뉴욕의 트럼프 타워로 달려가 조기에 트럼프 당선자를 만났지만 트럼프를 그렇게 썩 잘 읽고 돌아온 것 같지는 않다.

이 와중에 트럼프가 트위터 메시지 소동을 일으켰다. 트럼프는 선거 운동 중에도 그렇지만 당선이 된 후에도 걸핏하면 트위터에 자신의 생각을 띄워 퍼뜨린다. 이게 다른 나라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22일 그가 올린 트위터 메시지 하나가 미국의 최고 우방인 영국 정가를 은근히 흔들어 놓았다. 영국 정부를 향해 트럼프가 좋아하는 특정인을 주미 대사로 보내라는 메시지였다.

“나이젤 패라지가 주미 영국대사가 되면 많은 사람이 좋아할 거야. 그는 대사직을 잘 할 거야.” 트럼프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취임도 하지 않은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외교절차를 무시한 채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에게 공개리에 인사 청탁을 한 셈이다. 국가 간 예의와 외교절차를 무시한 처사니 영국 사회가 발끈한 것은 당연.

게다가 트럼프가 주미 영국대사로 언급한 나이젤 패라지는 메이 총리 측이 탐탁하게 여길 수 없는 영국독립당(UKIP) 대표다. 집권 보수당 소속이 아닌 그는 브렉시트(Brexit), 즉 영국의 EU탈퇴를 열렬히 찬성한 인물이다.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반대자였지만 브렉시트 국민 투표가 통과되고 나서 올여름 총리에 취임했다. 브렉시트 후유증 치유에 여념 없는 메이 총리는 트럼프의 무례한 행동에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건 메이 총리를 향한 일종의 로비이자 권유이자 압력인 셈이다.

양국 관계에서 한 국가는 상대국에 파견할 대사를 내정하고 상대국 정부에 아그레망(동의)를 요청한다. 상대국 정부가 아그레망을 부여하면 대사를 공식 임명하여 파견하게 된다. 분쟁 국가 사이에서는 기피인물에 대해 아그레망을 부여하지 않아서 외교 분쟁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대체로 아그레망을 부여하는 게 국제 추세다.

메이 총리의 반응은 일단 쌀쌀했다. 대변인을 통해 트럼프의 트위터에 “자리가 없다”(No vacancy)고 응답한 것이다.

이 트위터 소동은 한 차례 에피소드로 끝날 일이 아니고 양국관계에 떨떠름한 앙금을 남길 것 같다. 그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와 나이젤 패라지의 절친 관계에서 비롯된다.

패라지는 학생 때부터 보수당원이었다가 1992년 유럽연합(EU)을 탄생시킨 마스트리히트 조약에 보수당의 존 메이저 총리가 서명하자 탈당했다. 그리고 영국독립당(UKIP) 창당에 참여했다.

패라지는 EU의회 의원으로 활동하면서 특이한 일화를 남겼다. 2008년 유럽의회가 찰스 왕세자를 초청해 연설을 듣게 된 때다. 당시 찰스는 EU지도자들이 기후변화와 싸울 것을 촉구해 의원들의 열렬한 기립박수를 받았다. 그때 패라지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은 유일한 EU의회 의원이었다.

브렉시트에 찬성하고 파리기후협정에 반대하며 석탄산업을 옹호해서 그런가. 트럼프는 패라지를 좋아한다. 더 좋아할 이유가 있다. 패라지는 영국에 설치된 풍력발전시설을 혐오한다. 트럼프가 자신의 스코틀랜드 골프장 주변에 있는 풍력발전시설이 경관을 파괴한다며 맹비난하는 것과 같다.

지난여름 미국 대선기간에 패라지는 여론조사에서 계속 밀리는 트럼프 유세장에 나타나 어깨동무를 하며 클린턴을 찍지 말아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트럼프는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자 ‘패라지 주미대사 로비’ 메시지를 트위터에 띄웠을 뿐 아니라 정권인수팀이 일하는 뉴욕의 트럼프타워로 패라지를 불러 ‘절친’관계를 과시했다.

트럼프는 당선된 후 세계 각국 지도자와 전화 통화를 했지만 메이 총리는 통화 순위 10위로 푸대접을 받았다. 그럼에도 메이 총리는 보수당 내에서 트럼프와 잘 지내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다. 이미 워싱턴에 파견되어 있는 주미 영국 대사는 트럼프가 워싱턴에 입성하게 되면 무척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메이 총리의 입맛 역시 쓸 것이다.

우리는 지금 한 나라의 정치 권력 이동이 국제적으로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키는지를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를 통해 목격하고 있다. 권력이 지도자들 간 인간관계에서 기묘한 결합과 간극을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다. 국가 리더십이 파탄이 나고 권력의 카오스 상태에 있는 한국에게 트럼프는 어떤 메시지를 던질까. <뉴스1 고문>

  just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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