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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 칼럼] 쓰레기 대란…청정제주 이름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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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컵 1500만 개를 한 줄로 세우면 그 길이가 1050㎞쯤 된다. 올해 15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제주도를 찾았다. 이들이 제주도에서 물이나 커피를 마시며 종이컵 하나씩만을 쓰고 버려도 제주도 해안도로 200㎞를 다섯 바퀴나 도는 폐종이컵 쓰레기가 생긴다는 뜻이다.

지금 제주도는 ‘쓰레기 대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쓰레기 처리시설과 행정 체제는 미비한데 관광객과 상주인구가 급격히 늘어나 가정, 관광업소, 건축현장, 농가 등에서 쓰레기가 쏟아진다. 도심 골목에 쓰레기가 넘쳐나고 야산에는 건축 쓰레기가 가득하다. 쓰레기 매립장은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소각장을 하루 종일 가동해도 근처 야적장에는 소각용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하수종말처리장 처리능력의 한계로 오폐수가 걸러지지 않은 채 바다로 방류되고, 해변은 일본과 중국에서 흘러온 폐기물로 지저분하다.

엄동설한에 제주에서 쓰레기 소동이 촉발된 발단은 쓰레기 배출 방식의 변경과, 불편을 참지 못하는 시민의식이 충돌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10년 전부터 2600여 곳에 클린하우스, 즉 쓰레기 분리 배출시설을 설치 운영해왔다. 그러나 인구 증가로 클린하우스는 쓰레기를 감당하지 못하게 되었고 주민 의식도 무너져 아무 쓰레기나 클린하우스 주변에 놓고 사라지는 일이 잦다. 골목길이 지저분해지자 주민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제주도는 내년 1월부터 ‘요일별 쓰레기 분리 배출’ 방안을 실시하기로 하고 제주시부터 시범실시에 들어갔다. 월요일엔 플라스틱, 화요일엔 종이류, 수요일엔 캔 및 고철, 목요일엔 스티로폼 및 비닐류만을 클린하우스에 버릴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방안은 국내 몇 개 지자체에서 일본 제도를 벤치마킹해 시행하다가 주민이 호응하지 않아 포기했던 것이다.

제주시는 시범실시를 하면서 공무원 등 2000여명의 인력을 클린하우스 현장에 투입했다. 하지만 쓰레기를 일일이 분리해 집안에 보관했다가 정해진 날자와 시간에 버려야 하는 번거로움에 주민들의 불평이 쏟아졌다. 빗발치는 주민의 민원에 시청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

결국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결국 한발 물러섰다. 내년 6월까지는 시범적으로, 7월부터 정식으로 이 제도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지금 두 도시의 공무원들은 넘쳐나는 쓰레기 처리와 주민 설득 작업이라는 두 가지 일에 묶여 있다. 과연 제주도지사를 비롯한 공직자들은 쓰레기 처리 문제의 심각성과 요일별 배출의 불가피성을 주민들에게 설득할 수 있을까. 제주도 쓰레기 대란의 해결 실마리는 여기서 찾아야 할 것 같다.

관광객 1500만 명이란 숫자는 제주 경제의 원동력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쓰레기의 원천이기도 하다. 제주도의 관광객 증가 추이를 보면, 작년에 비해 올해 내국인은 11.6% 늘어 약 1148만 명이고 외국인은 38.1% 증가해서 약 342만 명이다. 관광객 유치정책을 펴지 않아도 이러한 관광객 증가 추이는 계속될 것 같다. 제주도엔 관광객만 느는 게 아니다. 서울 등 육지(본토)에서 아예 주민등록을 옮기고 거주하기 위해 제주 섬을 찾는 유입 인구가 한 달 1500명이 넘는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제주도 쓰레기 대란은 2010년대 들어 가속화된 중국인 관광 및 투자 붐이 낳은 부작용의 ‘서곡’이라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제주도는 지금 관광 호황과 환경 훼손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제주도의 해안 지역은 물론 중산간 지역이 건축 붐으로 거대한 공사판과 같다. 유입 인구 증가에 의한 주택 수요가 폭발하고, 관광객 폭증으로 호텔 등 리조트 건설도 한창이다. 중산간 초원과 해안경관은 난개발로 볼품없이 훼손되고 있다.

제주도는 그동안 관광객 유치라는 양적 성장에 매달려 왔다. 또한 외부 세계에 ‘제주’ 브랜드, 즉 제주 이미지를 알리는데 혈안이 되었다. 그 덕분인지 모르나 유네스코가 인정하는 4개의 타이틀을 획득했다. 즉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이미 등재되었고, 12월 초에는 제주 해녀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이제 제주도는 세련되고 스마트해져야 할 때다. 공직자 역량과 주민의식이 한 단계 올라서지 않으면 제주도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없고, 품격 있는 관광지도 될 수 없다. 제주도의 리더들과 공직자들이 앞을 내다보고 추세를 읽어야 하며 발생할 문제에 대해 선제 대응해야 한다. 세계가 4차 산업혁명을 말하고 있다. 산업이 변하고 도시문화의 패턴이 바뀌고 있다. 디지털기술이 회사 사무실에서 인간 몸속으로 파고드는 세상이 되었다. 빅데이터 분석으로 미래예측이 훨씬 쉬워지는 분야가 있다. 제주도 공직자들이 정신을 차리고 공부해야 하는 이유다. 관광객이 증가하고 땅값이 올라 늘어날 세수(稅收)만 계산하지 말고 그 역작용을 예측하고 대응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쓰레기 증가로 대두될 파생적인 부작용을 생각해야 한다. 지하수 문제가 그중 하나다. 제주도는 삼다수를 앞세워 물이 깨끗하다고 자랑하고 있지만 지하 400m에서 퍼낸 삼다수와 달리 과거 제주도민의 생명 줄이었던 해변의 용천수는 거의 음용수 부적격 판결을 받고 있다. 농경지에서 쓴 농약과 비료 그리고 축산 폐수가 침투성이 강한 화산암을 타고 지하수계를 따라 용천수를 오염시키기 때문이다.

쓰레기를 섬 밖으로 반출하지 못하면 매립장이나 적체된 쓰레기로 삼다수 대수층도 오염될 가능성이 높다. 처리되지 않은 채 땅속으로 스며드는 오폐수도 마찬가지다.
제주도 주민들의 문제의식이 더 강해져야 한다. 첫째 제주도의 청정 환경이 훼손되면 그들과 다음 세대의 삶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인식아래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참여해야 한다. 둘째 쓰레기 양을 줄이는 합리적 소비생활을 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행정편의주의가 아니라 합리적 판단에서 채택된 자치단체의 방침이라면 클린하우스 요일별 배출에 협력해야 한다. 청정 환경을 지키려면 불편을 참아야 할 일이 많다.

최근 조선업 불황으로 거제도는 도시공동화 현상을 앓고 있다. 중심지인 장승포는 직장잃은 노동자들의 이탈과 관광객들의 외면으로 상인들이 낙담하며 울고 있다. 반면 제주도의 작은 섬 우도(牛島)엔 연간 관광객 200만명이 몰려들며 쓰레기가 쏟아지고 교통이 막히자 상인들이 “관광객은 이제 그만”이라고 비명을 지르는 판이다.

거제도의 꺼져가는 모습은 붐 타운(boomtown)에서 사람이 빠져나갈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제주도에 암시해준다. 관광객도 유치하고 쾌적한 도시환경을 만들려면 제주도의 리더그룹, 공직자, 주민들이 일시적인 편함보다 장기적인 비전을 공유하고 노력해야 한다. ‘탄소제로섬2030’은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표방하는 비전이다. 외부 세계를 향한 ‘청정제주’ 선언이다. 이산화탄소도 문명사회가 배출한 일종의 쓰레기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쓰레기소동은 땜질식 처방으로 대처해서는 안 되고 ‘제주형 쓰레기 해법’을 만들어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뉴스1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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