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글라이더를 타고 하늘을 날던 청년과 기타를 연주하던 청년이 20여년이 흐른 뒤 제주에서 만나 같은 꿈을 꾸게 됐다.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제주를 발견해 알리겠다는 꿈이다.

대학동기인 김형우·허진호씨(46)는 제주도 농어민과 함께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체험여행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안고 1년 전 ‘디스커버 제주’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먼저 제주행을 결심한 건 김 대표였다. 서울의 은행권에서 일하며 경제적으로 더 풍요로운 삶을 살 수도 있었지만 하늘을 날던 청년은 자유로운 중년의 삶을 위해 제주행을 택했다.

귀농을 꿈꿨지만 농사를 짓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김 대표는 직접 농사짓기에는 실패했지만 1차 산업에 부가가치를 부여해 농어민들이 더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을 얻었다.

2016년 한국관광공사 예비 투어벤처기업에 선정되면서 김 대표의 아이디어는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공연기획과 IT창업 등 다양한 경험을 쌓은 허 대표가 사업에 동참한 것도 이 즈음이다.

의기투합한 이들이 가장 먼저 추진한 일은 ‘야생돌고래 탐사’다. 멀리 외국까지 가서 돌고래 탐사를 하고 오는데 왜 제주에는 돌고래가 있는데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김 대표는 “야생 돌고래는 오래 전부터 제주도민들에게는 익숙한 존재였지만 육지 사람들에게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며 “멀리 외국까지 가지 않아도 제주에서 충분히 볼 기회를 마련해주고 싶었다”고 기획 배경을 밝혔다.

김 대표는 이어 “비싼 요트를 이용한 체험프로그램이 있긴 하지만 굳이 비싼 돈을 주고 볼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어민들의 어선을 활용한다면 어민들의 소득이 올라가고 관광객 입장에서는 저렴하게 생태관광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돌고래 주 출몰지역을 찾기 위해 6개월간 탐사를 한 끝에 관측확률이 90%가 넘는 모슬포 연안지역을 발견하게 됐다. 여기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이 바로 제주 토박이인 김통주 본부장(47)이다.

어부 아버지와 해녀 어머니 사이에서 자란 김 본부장은 돌고래 탐사에 투입될 어선을 섭외하기 위해 직접 지역어민들을 만나 사업취지를 설명했고 현재 3명의 선장을 섭외했다.

김 본부장은 “사실 조업을 할 때 돌고래가 나타나면 고기가 숨어버리기 때문에 어부들에게 있어 돌고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골칫덩이 같은 존재”라며 “그런데 새로운 관광 자원으로 지역민들에게 수익을 가져다주게 된다면 어민들이 자발적으로 보호하게 되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이어 “어민들은 그동안 고기만 잡아봤지 관광레저로 연계할 생각은 못하고 있었다. 돌고래를 돈을 내고 본다는 걸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며 “현재는 3명이 함께하고 있지만 도민들에게 실질적인 수익이 돌아간다는 걸 지속적으로 알려 더 많은 어민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돌고래 탐사를 나선 지 2개월 남짓.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는 충분히 반길만한 사업이지만 돌고래의 생태계를 위협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됐던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저희도 사실 그 부분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을 했다”며 “우리나라엔 아직 야생돌고래 탐사에 대한 강제규정이 없지만 미국이나 호주, 동물국제보호기구의 탐사규정을 토대로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제주에서 돌고래를 관찰하고 있는 이화여대 돌고래연구팀과도 연락해 지속적인 경계와 관찰을 받으며 혹시라도 있을 악영향을 배제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훌륭한 관광자원인데 거위배를 갈라서 황금알을 꺼내는 우를 범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직은 스타트업 기업이라 많은 것들이 부족하지만 현재 계약중인 어민들과 성공사례를 만들고 향후 인근 마을을 돌고래 생태관광지로 만들기 위한 계획도 갖고 있다”며 “마을사업으로 활성화 할 경우 지역경제 차원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 대표는 “제주에 관광 자원은 많은데 어떻게 아이디어를 만드느냐가 관건”이라며 돌고래 탐사 이외에 디스커버 제주가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체험여행 플랫폼에 대해 소개했다.

질적인 관광 콘텐츠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한 허 대표는 “관광객들은 이제 틀에 박힌 관광지가 아니라 한 지역에 오래 머물며 제주를 오롯이 느끼고 가길 바라고 있다”며 “이에 맞는 관광 상품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디스커버 제주가 추진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Δ고망낚시체험을 통한 제주 추억여행 Δ무료 귤따기 체험 Δ한라산 오름 등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제주 에코 드럼 써클’ Δ한라산 둘레길 양봉체험 Δ장전목장 인근에서 펼쳐지는 삼나무숲 팻바이크 투어 등이 있다.

김 대표와 허 대표는 “체험여행 플랫폼을 지향하는 디스커버 제주는 이외에도 재밌는 아이디어가 많이 있다”며 “돈 많은 자본가들이 제주 관광수입을 벌어드리는 것보다 지역민들이 주체가 되어 실질적인 수익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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