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철새도래지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 돼도 별 문제가 없었는데 올해는 긴장을 늦출 수가 없네요.”

10일 조류인플루엔자(AI) 청정지역인 제주에서 고병원성 의심 AI 바이러스가 검출돼 제주지역이 발칵 뒤집혔다.

이날 오후 3시쯤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철새도래지 인근 방역 초소 앞에서는 전신 방역복을 입은 구좌읍사무소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마을주민들로 꾸려진 초소 직원들은 오가는 이들에게 출입 통제를 알렸고, 제주시 축산과와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직원들이 현장에서 방역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구좌읍사무소 소독지원계 축산담당 공무원들을 비롯해 제주도 동물위생시험소와 축협 관계자들은 일대 3곳의 방역 초소를 오가며 방역차로 소독 작업을 벌였다.

천연기념물인 저어새를 비롯해 매, 물수리 등 철새 수백 마리는 소독 연기를 피해 떼를 지어 물 위를 날아다녔다.

초소를 지키고 있던 한 구좌읍 주민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철새가 이렇게 많지 않았는데 일주일 사이에 어마어마하게 들어왔다”며 “육지는 추운데 제주가 따뜻하니까 철새들이 날아올 수밖에 없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근심 어린 얼굴로 방역 현장을 바라보던 김병수 제주시 축산과장은 “아직 판정이 나오진 않았지만 확진에 준하는 방역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분변 채취 장소에서 반경 3㎞ 이내 소규모 농장 2호 30마리를 수매를 통해 도태시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이어 “예방적 수매는 이번이 처음이다. 2014년과 2015년에도 AI 바이러스가 도내 철새도래지에서 검출됐지만 예방적 수매를 한 적은 없다”며 “전국적으로 AI 여파가 있다보니선제적 차원에서 강력하게 대응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분변을 채취한 지역을 중심으로 반경 10㎞ 내에 있는 닭 사육농가 20곳과 오리농가 2곳 등 22곳의 가금류사육농가는 이동이 제한돼 있었다.

도내 전체 가금류 180만 마리의 32%에 해당하는 가금류를 키우는 이곳 농가들은 혹여 산 채로 닭과 오리를 묻는 일이 생길까봐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인근에서 오리 2500여마리를 키우고 있는 김모씨는 “철새는 철새고 농가는 농가니까 무관하지 않겠느냐”면서도 “예전에 방역을 하던 것처럼 하곤 있지만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다. 농가 식구들의 출입도 자제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며 한숨을 늘어놓았다.

산란계 2만마리를 키우는 오모씨 역시 “매해마다 양성이 나와 방역을 해서 별 문제가 없었는데 올해는 다른 지역 상황이 너무 심각하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며 “이전에는 하루 한 번 소독했는데 지금은 하루에도 여러 번씩 소독을 하고 있다. 부디 음성으로 판정이 되길 바랄 뿐”이라고 토로했다.
 

제주도는 하도리 외에 나머지 철새도래지 3곳에 대한 출입통제도 강화하고 주변도로에 대한 소독을 강화하고 있지만 역시나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건 다른 농가들도 마찬가지였다.

대한양계협회 제주지회 관계자는 “고병원성 의심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게 구좌 쪽이기 때문에 다른 쪽에서는 아직까지 직접적인 타격이 있는 건 아니”라면서도 “아무래도 다른 지역에서 AI 때문에 난리가 났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내부 소독에 철저히 신경을 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 5일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철새도래지에서 야생조류 분변을 채취해 검사한 결과 고병원성 AI 바이러스와 같은 H5N6형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검출된 바이러스가 고병원성인지 여부는 오는 11일 나온다. 도내 철새도래지에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사례는 2014년 1건, 2015년 4건 등 최근 3년 사이에 5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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