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찾아든 철새의 분변에서 고병원성 AI(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검출되면서 제주는 공포에 떠는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

11일 오전 8시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철새도래지 인근 방역 초소 앞에는 ‘악성가축 전염병 차단 방역’라고 쓰인 팻말과 함께 출입통제를 위한 차단선이 쳐져 있었다.

전날 늦은 오후 AI 확진 판정이 난 뒤부터 방역거점지는 철새도래지에서 저수지까지 이르는 구좌읍·애월읍·한경면 일대로 확대돼 있었다.

24시간 비상체제에 돌입한 제주도와 제주도 동물위생시험소 등이 철새도래지 반경 10㎞ 내 22곳 가금농가(닭 20곳·오리 2곳)의 이동을 제한하면서 마을 일대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천연기념물인 저어새를 비롯한 철새 수백 마리는 AI 공포에 떠는 농가들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유자적 물 위를 떠다녔다.

오전 9시 무렵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철새도래지 인근 3㎞ 내에 위치한 소규모 가금농가에서 닭 22마리와 오리 21마리 등 총 43마리가 제주시 화북에 위치한 도계장으로 향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아직 가금류에서는 AI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혹시 모를 감염에 대비해 예방적 차원에서 제주시가 수매를 통해 도태시키기로 한 것이다.
 

애써 키운 토종닭 15마리를 넘긴 김모씨는 “제주가 청정지역이니까 예방을 위해 동참하는 건 이해하지만 조사가 제대로 이뤄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3㎞ 이내에는 우리 외에도 1~2마리씩 닭을 키우는 가정집들이 있어 완전한 예방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저희 같은 경우 지붕을 씌워 우리 안에서 길렀기 때문에 철새는 아예 들어가지도 못하지만 마당에서 1~2마리씩 기르면 허술한 게 많다”며 “마을에 닭이나 오리를 기르는 집을 철저히 조사해서 방역을 하지 않으면 보여주기식 행정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따끔히 말했다.

방역당국이 AI 청정지 사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농가들은 여전히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인근에서 오리 수천마리를 키우는 김모씨는 “철새는 철새고 농가는 농가니까 무관하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다만 김씨는 “2014년과 2015년에도 철새도래지에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검출됐지만 농가로까지 번지지는 않았다”며 “예전처럼 방역을 철저히 하고 이동 제한을 지키면 별 문제 없이 지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2만 마리의 산란계를 키우는 오모씨는 “고병원성 확진 소식에 가슴이 무너졌다”면서 “예전에는 하루 한 번씩 소독을 했는데 지금은 하루 세 번씩 방역을 하고 있다. 하루빨리 AI 사태에서 벗어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동제한이 내려진 구역에는 22개 농가(닭농장 20곳·오리농장 2곳)에서 닭 57만6000마리와 오리 2000마리 등 총 57만8000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이는 도내 전체 가금류 180만 마리의 32%에 해당하는 수치다.

양계농가의 경우 시료채취일인 5일을 기준으로 7일간인 12일까지 이동이 전면 금지되며, 13일 이후 1~2일간 정밀 임상관찰을 실시해 이상이 없으면 이동 제한이 해제된다.

오리농가는 시료채취일 기준 14일간인 오는 19일까지 가금류 이동이 전면 금지되며, 20일부터 분변과 혈청검사를 실시해 문제가 없을 시 이동 제한이 해제된다. 검사는 10일가량이 소요된다.

한편 앞서 제주에서는 2014년과 2015년에도 철새에서 5건의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검출됐지만 방역 강화와 이동 통제로 농장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아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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