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변 이어 철새 폐사서도 AI 검출…차단방역 한층 강화

“철저히 소독하는 것 외에 뾰족한 수가 있나요. 하루 빨리 이 겨울이 지나갔으면 좋겠네요.”

14일 제주에서 또 다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검출되자 농가들은 긴 한숨을 늘어놓으면서도 농가로의 전염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이날 오후 3시쯤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철새도래지 인근 방역 초소 앞에는 전신 방역복을 입은 한경면사무소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한 직원은 일대를 오가는 차량의 바퀴에 소독약을 뿌렸고, 또 다른 직원은 방역차를 끌고 저수지 일대를 지나다니며 소독작업을 벌였다.

앞서 지난 10일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철새도래지 야생조류 분변에서의 고병원성 AI 바이러스 검출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공무원들은 더 신속하게 AI와의 2차전에 돌입한 모습이었다.

다행히 구좌읍에서는 인근 농가로까지 번지지 않아 한시름 놓고 있던 주말, 또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소식에 행정당국은 다시금 방역의 고삐를 잡아당겼다.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청머리오리를 비롯한 철새 수십 마리는 행정당국과 농가들의 타는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유히 물 위를 쏘다녔다.
 

죽은 청머리오리가 발견된 곳은 용수저수지로부터 직선거리로 100m 가량 떨어진 연못이었다.

저수지에서 연못으로 향하는 길가에는 2016년 12월 13일부터 상황 종식 시까지 ‘AI 유입 차단을 위해 용수 철새도래지 출입을 통제 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올레 13코스 방문과 낚시행위 금지를 요구하는 플랜카드가 걸려있었다.

스산한 연못 앞에서 방역작업을 벌이던 한경면사무소 직원은 “평소에 올레꾼들이 자주 찾는 곳인데 AI 우려로 통제되면서 올 겨울에는 발길이 뚝 끊겼다”며 “하루 100여 마리의 철새들이 연못과 저수지를 오가는데 결국 이런 일이 터졌다”고 말했다.

연못을 중심으로 반경 10㎞ 내에 있는 닭 및 메추리 사육농가 22곳과 오리 사육농가 6곳 등 28곳의 가금류가 이동이 제한되면서 마을은 더욱 한산한 모습이었다.

도내 전체 가금류 180만 마리의 22%에 해당하는 39만5000마리(닭 및 메추리 39만400마리·오리류 333마리)를 키우는 이곳 농가들은 침착하게 차단방역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

인근에서 메추리 10만 마리를 키우는 이경용씨는 덤덤한 어조로 “해마다 철새가 오니까 늘 AI 예방에 신경 쓰고 있었는데 결국 터질 게 터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그동안 철새도래지에서 AI가 검출됐어도 아직까지 주변 농가로 확대된 적은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각별히 신경 쓰면 잘 넘어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며 “어서 빨리 이 겨울이 지나가기만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닭 4만 마리를 키우는 김성돈씨는 “얼마 전 하도 철새도래지에서 발견됐다고 해서 그렇지 않아도 비상이었다”며 “육지에서 AI가 대대적으로 퍼지다보니 제주에서도 철새 때문에 문제가 되겠거니 생각은 하고 있었다”고 차분히 말했다.

김씨는 이어 “우리 농가도 이동제한에 걸렸기 때문에 바깥으로 나가지도 않고 외부차량도 아예 못 들어오게 하고 있다”며 “바로 주변에서 AI가 검출돼 우려스럽긴 하지만 더 열심히 소독하고 주의를 기울인다면 충분히 위기를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행정당국은 농가에 피해가 없도록 하기 위해 한경면 용수리와 구좌읍 하도리 두 지역에 가용인력을 총동원해 차단방역에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아직 가금류에서는 AI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혹시 모를 감염에 대비해 3㎞ 이내 소규모 농장 4곳의 닭과 오리를 수매를 통해 도태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김병수 제주시 축산과장은 “조사 결과 인근 소규모 농가에 닭과 오리가 100여 마리 정도 있는데 예방적 차원에서 안락사 시키기로 했다”며 “공장에 보내서 렌더링(열처리) 작업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앞서 제주에서는 2014년과 2015년에도 철새에서 5건의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검출됐지만 방역 강화와 이동 통제로 농장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아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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