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손 없는 날' 겹친 전통적 이사철
이삿짐센터 풀가동에 육지부 인력동원도

설 연휴(27~30일·대체휴일 포함)로 제주의 전통적 이사철인 '신구간(新舊間)'이 일주일 가량 앞당겨져 제주 곳곳이 분주한 모습이다.

'신구간'이란 마지막 절기인 대한(大寒) 후 5일째부터 첫 절기인 입춘(立春)이 되기 3일 전까지 지상에서 인간사를 관장하던 신(神)들이 한 해 임무를 마치고 하늘로 올라가 비어 있는 기간을 뜻하는 제주도 세시풍속이다.

예로부터 제주도민들은 신구간에 이사를 해야만 동티(신의 성냄으로 인한 재앙)가 나지 않는다고 믿어 주로 이 기간에 집중적으로 이사를 해 왔다.

올해 신구간은 오는 25일부터 2월 1일까지. 그러나 지난해 보다 11일 빨라진 설 연휴와 기간이 겹치면서 사실상 일주일 빠른 16일부터 신구간이 시작되고 있다.

이로 인해 제주 곳곳은 이사 준비로 바쁜 모습이다. 계약기간이 끝난 저렴한 가격대의 부동산 매물이 속속 거래되는가 하면, 이삿날을 잡거나 이삿짐 정리에 한창이었다.

주부 강경선씨(54·여)는 "신구간에 이사를 하려고 보니 설 연휴와 꼭 겹쳐 있어서 당황했다"며 "신구간 보다 이르긴 하지만 입춘 전에 이사를 끝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이달 초순부터 준비해 겨우겨우 모레(19일)로 이삿날을 잡았다"고 말했다.

제주 이주민인 대학생 홍준표씨(30)는 "신구간에 맞춰 이사를 할 생각은 없는데, 사실상 신구간에 값싼 집들이 많이 나오다 보니 이 때 이사를 하게 된다"며 "올해도 설 전에 이사를 하는데 잘 마무리해서 새로운 한 해를 보내고 싶다"고 전했다.
 

이삿짐센터들은 밀려드는 예약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예약은 이미 꽉 찬 지 오래. 일부 업체에서는 급히 인력을 충원해 가며 추가 예약을 받고 있었다.

여기에 서울, 부산, 창원 등 육지부에서도 이삿짐센터 인력 100여 명이 내려와 이사철 비수기 영업손실을 메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 비교적 가벼운 짐을 싣는 개인 용달차들도 구하기 힘들어 자취생과 핵가족들은 일반 승용차량으로 이삿짐을 나르는 경우가 많았다.

A업체 관리부장인 김모씨(60)는 "올해 신구간은 말 그대로 이사전쟁이다. 예약은 다 끝났는데, 문의전화는 폭주상태"라며 "한 팀이라도 더 받고 싶은데 이미 인력·차량이 쉬지 않고 일하고 있어 어렵다. 육지부 인력충원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B업체 대표인 오모씨(50)는 "이번 신구간은 설 연휴 뿐만 아니라 육지부 이사철인 '손 없는 날(음력일 끝수가 9나 0인 날)'과도 겹쳤다"며 "제주로 이주한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손 없는 날'인 16~17일, 26~27일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행정당국에서는 설 연휴와 맞물린 신구간이 끝난 뒤 쓰레기 처리난이 가중될 것으로 보고 대책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인구가 집중돼 있는 제주시 지역의 경우 이번 신구간 일일 쓰레기 발생량이 평소 보다 5.3% 증가한 892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제주도 전역에서 '쓰레기 요일별 배출제'가 시범 운영되고 있는 가운데 제주도와 제주시, 서귀포시는 쓰레기 배출 품목·요일 완화 등의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다음달 4일 제주종합경기장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는 재사용이 가능한 중고물품을 기증받고, 이를 필요한 이들에게 나눠주는 '신구간 중고물품 나눔장터'도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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