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를 응원합시다] 1. 사라지는 수입원
'알바' 내몰린 해녀들…"소비촉진책 마련 시급"

[편집자 주] 제주해녀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지만 해녀의 주 수입원인 활소라가 제 값을 받지 못하면서 제주해녀문화의 전승과 보전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뉴스1 제주본부는 제주해녀문화의 보존을 위해 활소라의 생산 및 판매, 소비 촉진을 위한 방안 등을 4회에 걸쳐 조명한다.
 

제주해녀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주수입원인 활소라 값이 소비 부진으로 해마다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계약물량까지 줄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해녀들은 지난해 10월 한 달간 조업을 중단하는 등 일종의 파업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바닥친 소비심리를 끌어올리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요즘 해녀들은 생선 그물털기 작업이나 감귤·무·당근·양파 수확작업 등의 인부로 내몰리고 있다.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제주도가 '활소라 가격보장제'를 공언하고 나섰지만, 소비촉진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 낙폭 큰 활소라값…소비부진·엔저에 '이중고'
활소라는 해녀 수확물의 약 40%를 차지하는 주소득원이다. 활소라 입찰단가는 해녀들의 한 해 주머니 사정을 좌지우지하는 민감한 요소다.

제주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제주산 활소라 수매단가(kg당)는 2012년 상반기 4900원·하반기 4950원, 2013년 상반기 4980원·하반기 4250원, 2014년 상반기 4320원·하반기 3920원, 2015년 상반기 4000원·하반기 4300원, 2016년 상반기 4300원·하반기 4000원이다. 하반기 수매단가 기준으로 보면 5년새 19.1%가량 가격이 떨어졌다.

입찰 과정에서 업체들이 제시하고 있는 활소라 입찰가가 대부분 3500원선이고, 제주도와 행정시(제주시·서귀포시), 수협 등이 상황에 따라 100~300원의 보조금을 지원해 최종 수매단가를 결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가격낙폭은 더 크다.

업체들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제주산 활소라의 약 70%가 일본으로 수출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5년간 수출가(kg당)가 2011년 9.9달러(1만1647원), 2012년 5.5달러(6470원), 2013년 5.1달러(6000원), 2014년 4.6달러(5411원), 2015년 4.3달러(5058원)로 무려 53.5%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가격하락의 주된 원인은 소비 부진과 엔저(円低) 여파에 있다.

최대 소비처인 일본 내 소라 생산량 증가와 젊은 층의 소비 기피로 제주산 활소라 소비가 갈 수록 둔화되고 있는 데다 수년째 지속되는 엔저 현상으로 가격경쟁력마저 약화되고 있다.
 

◇ '알바' 내몰린 제주해녀…"소비촉진책이 먼저"
제주산 활소라는 총 허용 어획량(TAC)과 금채기(6~8월) 등의 제한을 통해 비교적 자원관리가 잘되고 있는 수산물이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해녀들의 마음은 답답할 뿐이다. 잘 팔리지도 않을뿐더러 판다고 해도 제값을 받기도 어려워서다. 그래서 해녀들 대부분이 수익이 확실한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는다.

해녀 박문희씨(63·제주시)는 "예전엔 금채기 때만 간간히 아르바이트를 했었는데, 요즘엔 모두들 매일 귤을 따거나 당근을 캐러 다닌다"며 "물에만 들어가면 활소라 100kg 들고 나오는 건 일도 아닌데 아쉽고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해녀 강정생씨(81)는 "활소라가 팔리질 않으니 해녀들도 물질을 안 하는 거다. 그러다 보면 바닷속에 수확되지 못한 활소라가 쌓이게 되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 해역에서 활소라가 안 나기 시작한다"면서 "그저 아깝기만 하다"고 말했다.

최근 제주해녀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제주도는 해녀특별지원대책의 일환으로 해녀 조업구역 내 활소라 가격을 kg당 5000원까지 보전하겠다고 밝힌 상태.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활소라 가격보전은 임시방편일 뿐 소비촉진을 위한 더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박신원 제주시어촌계협의회장은 "이제는 일본만 믿고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다. 더이상 눈 가리고 아웅식의 대책은 안 된다"며 "국내 시장은 물론, 동남아 등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활소라 가공식품, 활소라 조리법을 개발·홍보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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