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 응원합시다] 2. 활소라 활용법
국수·꼬치· 샐러드 등 다양한 소라요리 해볼만

[편집자 주] 제주해녀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지만 해녀의 주 수입원인 활소라가 제 값을 받지 못하면서 제주해녀문화의 전승과 보전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뉴스1 제주본부는 제주해녀문화의 보존을 위해 활소라의 생산 및 판매, 소비 촉진을 위한 방안 등을 4회에 걸쳐 조명한다.
 

제주해녀의 주 수입원인 활소라(뿔소라)의 소비 촉진을 위해서는 내수시장을 겨냥한 해녀 중심의 관광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19일 제주시 유수암리에서 만난 양용진 제주향토음식보전연구원장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고도 활소라 값을 제대로 받지 못해 알바로 내몰린 제주해녀들의 현 상황을 듣고 혀를 내둘렀다.

양 원장은 해녀들의 소득 보장을 위해 제주도가 제시한 활소라 가격보장제에 의구심을 표하며 “임시방편 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게 아니라 지속가능한 소비 촉진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 원장은 이어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쉽게 답이 나온다”며 “제주해녀문화를 건강하게 보존하고 응원할 수 있는 방법은 활소라에 스토리를 입히고 해녀들이 직접 관광객들에게 소라구이를 팔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해주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활소라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안과 더불어 소라국수, 소라샐러드, 에스카르고(달팽이요리)에서 착안한 소라요리 등 다양한 활용 레시피를 소개했다.

◇ 내수시장에서 소라가 경쟁력이 없는 이유
활소라의 최대 소비처인 일본 내에서 수요가 감소하면서 먹구름이 드리운 수출시장을 놓고 양 원장은 “이제는 내수시장을 겨냥한 전략이 필요한 때”라고 힘주어 말했다.

양 원장은 “소라는 내수시장에서 소비가 많지 않기 때문에 소비를 촉진하자는 얘기가 줄곧 나오고 있지만 그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가격이 낮다고는 하지만 골뱅이처럼 통조림으로 만들 만큼 저가는 아니어서 가공업자들도 만들 생각을 안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복은 옛날부터 고급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소라는 어중간하다. 흔한 거라고 여기는데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서 놀라는 경우가 많다”며 “해마다 소라축제가 열리고 있지만 그때만 반짝하고 지속적으로 소라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수 소비 촉진이 이뤄진다고 해도 지속적으로 공급이 될 만큼 안정적으로 나오는 건 아니다. 7~8월은 산란기이기 때문에 소라 채취가 금지돼 있다”며 “상황이 이렇다보니 단기적인 대책밖에 나오지 않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 원장은 활소라가 제주를 대표하는 특산물인데도 전문 음식점 하나 없는 이유로 단가 문제를 꼽았다.

양 원장은 “아무래도 식당에서 요리할 때 활용하는 게 소비 촉진을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이긴 하다. 제일 좋은 게 소라꼬치”라며 “하지만 먹을 수 있는 부분이 적다보니 로스(손실)가 많이 나서 이자까야에 활소라를 쓰라고 하면 단가가 맞지 않아 감당을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름철 도민들이나 관광객들이 물회를 많이 찾기 때문에 소라물회를 하는 것도 좋지만 7~8월에는 금채기이기 때문에 공급이 어렵다”며 “소라를 상업화하기 위한 전략적인 방법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 ‘위기를 기회로’…해녀들이 구워주는 소라구이
 

소라의 보편적인 상품화를 위해 양 원장이 제시한 게 바로 ‘소라구이’다.

양 원장은 “올레길을 걷다보면 제일 인기 좋은 게 소라구이다. 껍데기째 굽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양념할 필요도 없고 손도 많이 가지 않아서 가장 쉬운 음식”이라며 “그런데 축제할 때만 볼 수 있고 상설로 판매되는 곳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어 “수매가가 1㎏(작은소라 12개가량)당 3000~4000원이라고 하더라도 시장에서 구매를 하려면 8000원은 든다. 해녀들이 뼈 빠지게 일하고 가격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며 “수매가로 주느니 해녀들이 직접 구워주며 개당 1000원가량을 받고 파는 게 훨씬 이득”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관광객들은 제주에 온 기분을 만끽할 수 있고 소라 구울 때 나오는 육즙을 받아먹는 재미도 쏠쏠하다”며 “다만 도나 시 위생과에서 어촌계의 노점식 장사를 허가해주느냐가 문제”라고 내다봤다.

이에 양 원장은 소라구이 특화마을을 조성할 것을 제시했다.

양 원장은 “지금까지는 나오는 족족 수매를 해갔기 때문에 어촌계에서 스스로 활용할 생각을 안했지만 소라값이 떨어진다고 하면 차라리 팔지 말고 요리를 하라고 권하고 싶다”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양 원장은 1차 산업 생산자들이 직접 가공한 뒤 판매까지 할 수 있게끔 행정에서 환경을 조성해줄 것을 당부했다.

양 원장은 “제주 성산읍 시흥리에서는 조개죽을, 오조리에서는 전복죽을 전문으로 하는 것처럼 소라가 가장 많이 나오는 어촌계를 섭외해서 소라 전문마을로 만들는 것도 방법”이라며 “그게 오히려 해녀들에게 짭짤한 수입을 안겨줄 것”이라고 바라봤다.

아울러 “소라 특화마을을 만들면 또 다른 관광지가 하나 더 생기는데다 먹는 사람들 입장에서도 이것저것 다 하는 음식점보다 더 믿고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 원장은 “최종적으로 먹는 사람은 소비자다.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이처럼 답이 나온다”며 “많이 남았으니 대량으로 팔아 넘겨야 한다는 생각에만 젖어있지 말고 어떻게 소비자들이 찾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양 원장은 “나이 드신 해녀분들이 과연 상업적인 수단을 운영할 수 있을지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면서 “종합적으로 해야할 건 많지만 가장 중요한 건 포인트를 어떻게 잡고 장기적으로 컨설팅하느냐다”고 말했다.

◇ “스토리 입히고 다양한 요리법으로 특색 갖춰야”
 

양 원장은 활소라를 ‘뿔소라’라고 부르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며 풍부한 스토리를 이용해 이미지 제고에 활용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양 원장에 따르면 활소라는 패각(껍데기)에 뿔이 삐죽삐죽 나와 있는데, 이는 거친 파도 속에서 현무암 사이에 버텨내기 위해 뿔을 키운 것이다.

양 원장은 “다른 지역에서 생산되는 소라에서는 이런 뿔을 볼 수 없다. 만약 제주 활소라를 수조에서 2년 정도 키우면 뿔이 사라져버릴 것”이라며 “버티려고 하다 보니 안에서 단단해야 될 부분도 있고 부드러워야 할 부분도 있어서 하나에서 다양한 맛이 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주의 특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활소라를 세밀히 들여다보고 스토리텔링을 통해 소비자에게 접근할 것을 권했다.

소리꼬치나 소라구이 이외에 활소라를 활용한 다양한 음식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먼저 양 원장은 “국수에 고기 대신에 소라를 고명으로 올려주면 훨씬 더 고급스럽고 육수를 낼 때 내장을 섞어서 하면 국물이 훨씬 깊어질 것”이라며 소라국수를 상품화할 것을 제안했다.

이어 “큰 사이즈 소라의 경우 에스카르고(프랑스의 달팽이요리)처럼 만들어서 야생적인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하면 육지 소라와는 다른 식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수비드(진공저온) 조리를 하면 에스카르고 이상의 맛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제주에는 겨울채소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채소와 버무려 샐러드를 해 먹어도 맛있다”며 “겨울채소와 소라가 잘 어울린다”고 추천하기도 했다.

양 원장은 또 “예전 제사상에는 전통적으로 소라산적이 꼭 올라갔는데 요즘에는 안 올리는 곳도 많다”며 “당장 이번 설부터 전통을 되살려서 소라산적 올리기 캠페인을 해도 좋겠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소라를 쌀 위에 얇게 썰어 놓으면 소라밥도 만들 수 있다. 양념장에 비벼서 먹으면 얼마나 맛있는지 모른다”며 “지금까지 말한 걸로 코스 요리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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