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 응원합시다] 3. 활소라 소비 촉진 현장
진공 포장된 삶은 소라 ‘인기’…국내 소비 기대

[편집자 주] 제주해녀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지만 해녀의 주 수입원인 활소라가 제 값을 받지 못하면서 제주해녀문화의 전승과 보전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뉴스1 제주본부는 제주해녀문화의 보존을 위해 활소라의 생산 및 판매, 소비 촉진을 위한 방안 등을 4회에 걸쳐 조명한다.
 

“이제 맘 잡고 활소라를 잡아도 될 것 같네요.”

애써 바다 속에서 활소라(뿔소라)를 채취해 와도 제 값을 받지 못해 속을 끓이던 제주 해녀들이 오랜만에 웃음을 지어보였다.

최근 제주해녀는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 등재로 위상이 한층 높아졌지만 수확물의 약 40%를 차지하는 활소라의 판로를 찾지 못해 부업에 뛰어들어야만 했다.

보존하고 계승해야 할 세계문화유산의 살아있는 주체가 바다가 아닌 밭이나 항구로 내몰리자 제주도는 경제적인 기반을 마련해주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 “손질해서 삶아 드려요”…진공 포장된 삶은 활소라 인기
 

21일 오전 11시 제주시 건입동에 위치한 제주시수협 위판장 입구는 ‘제주해녀가 직접 잡은 제주 활소라 시식 및 특판 행사’에 들른 사람들로 북적였다.

제주도가 주최하고 제주도수협장협의회가 주관한 이날 행사는 제주 활소라의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갓 구운 소라와 소라꼬치의 맛을 볼 수 있게 진행됐다.

한쪽에는 채취한 지 얼마 안 된 활소라를 5㎏당 2만5000원(㎏당 5000원)에 살 수 있는 특판 행사도 열렸다. 일반 시장에서 1㎏당 8000원선에 판매하는 점과 비교하면 30% 이상 싼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삶은 활소라 알맹이를 500g당(1팩) 2만5000원에 판매하기도 했다. 실물 소라로 따지면 4㎏ 가량에 해당하는 양으로, 모두 손질이 된 채 진공 포장돼 있었다.

바람이 제법 쌀쌀한 날씨에 야외에서 진행된 행사인데도 사람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삶은 소라 10팩을 산 박윤희씨(57·여)는 “해마다 설 명절에 소라산적을 해먹는데 때마침 손질이 다 된 소라를 팔아서 얼마나 편한지 모르겠다”며 “친척들이 돼지나 소고기산적보다 소라산적을 좋아해 많이 샀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어 “원래는 시장에도 잘 안 팔아서 해녀분들에게 직접 가서 산 뒤 삶고 자르고 꼬치를 끼웠다”며 “이번 명절에 써보고 괜찮으면 평상시에도 이 상품을 이용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박씨와 마찬가지로 명절마다 소라산적을 한다는 신미순씨(가명·64·여)는 “해녀 분들을 직접 찾아가지 않아도 제주시수협에서 이렇게 판매하니 번거로움이 덜해졌다”며 “수협이니까 믿고 쓸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활소라를 찾는 행렬에는 도민뿐 아니라 관광객들도 많았다.

육즙을 후루룩 먹고 소라구이의 알맹이를 쏙 빼먹은 김나리씨(55·여·전남)는 “평소 소라를 좋아하는데 때마침 시식행사가 열려서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면서 “제주도 뿔소라는 육지 소라에 비해 특히 맛있는 것 같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김씨는 “제주에 올 때마다 사려고 해도 시장에 많이 안보여서 허탕을 치고 간 적이 많다”면서 “진공포장까지 돼 있으니 집에 가져가기 편할 것 같다. 앞으로도 이 상품이 계속 유통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광객 박화진씨(46·여·서울)는 “제주 뿔소라가 맛있다고 말은 많이 들었는데 이렇게 직접 사먹어 보긴 처음”이라며 “갓 구워진 소라를 먹었더니 정말 맛있더라. 서울 대형마트에서도 판매되면 좋겠다”고 바랐다.

◇ “국내 시장을 잡아라”…판로 개척 과제
 

이날 직접 판촉에 나선 김성보 제주시수산업협동조합장은 “그동안에는 일본 업체를 통해 소라를 전량 수출했는데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일본과의 거래가 중단됐다”며 “일본 자국에서 생산하는 것도 많은데다 소비가 부진해지면서 판로가 끊겼다”고 설명했다.

김 조합장은 이어 “일본에도 물량이 많으니 가격이 올라가지 않고 해녀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수익은 해가 갈수록 더 적어지고 있다”며 “일본에서 보내지 말라고 하면 생산이 중단돼 버리는 이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국내 시장을 겨냥하게 됐다”고 행사 취지를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으로만 판매하다보니 국내 소비자들은 소라를 사 먹을 기회가 거의 없었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서울에서 판촉행사를 해도 까먹기 불편해서인지 잘 안 사먹었다”고 국내 시장 현황을 전했다.

이에 김 조합장은 “국내 소비자들을 겨냥할 방법을 찾다가 손질한 소라를 삶은 채로 진공 포장해 판매하게 됐다. 부산물이나 껍데기 처리를 걱정할 필요가 없어 호응이 좋은 것 같다”며 “일단 수협에서 먼저 판매를 하고 조만간 하나로 마트와 이마트 등에 입점 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조합장은 이어 “문제는 제주 사람들은 뿔소라 맛을 아는데 육지 사람들은 모른다. 맛이 어떤지, 어떤 용도로 쓰이는지 잘 알려지지 않았다”며 “일단 맛은 보장할 수 있으니 육지에서 시식행사를 자주 하다보면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지 않겠느냐”고 자부했다.

그러면서 “국내 소비가 이뤄지면 일본에 가는 양이 저절로 줄어들게 되고 소라 가격도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며 “수확량의 3분의 1만이라도 국내 시장에서 소비시킬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날 김 조합장을 비롯한 수협 직원들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소라를 판매하자 해녀들이 직접 찾아와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건입동 산지어촌계 소속 해녀인 양성자씨(73)는 “1㎏이라도 더 팔 수 있게 내가 도울 수 있는 게 있다면 돕고 싶어 나왔다”며 “(활소라가) 남아돌아서 처분하지 못해 속을 끓였는데 이제는 맘 놓고 잡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안도했다.

양씨는 이어 “수협에서 나서서 이렇게 힘써주시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며 “내일 또 팔거라서 만들어 놓은 물량이 모자랄 지도 모른다고 하는데 설에라도 바다에 들어가 기꺼이 잡아다 줄 수 있다”고 들뜬 어조로 말했다.

활소라 시식 및 특판행사는 22일(오전 8시~오후 6시) 제주시 민속오일장 상인회건물 앞에서 또 열릴 예정이다.

제주도와 제주시수협은 이번 행사를 통해 활소라 5000㎏(시가 2500만원) 가량을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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