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 응원합시다] 4·끝. 활소라 소비촉진 해법
'활소라 가격보전' 한계…판로개척·상품개발 나서야

[편집자 주] 제주해녀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지만 해녀의 주 수입원인 활소라가 제 값을 받지 못하면서 제주해녀문화의 전승과 보전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뉴스1 제주본부는 제주해녀문화의 보존을 위해 활소라의 생산 및 판매, 소비 촉진을 위한 방안 등을 4회에 걸쳐 조명한다. [편집자 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제주해녀들이 남몰래 울상을 짓고 있다.

젊은 층의 소비 기피와 최대 소비처인 일본의 엔저(円低) 여파로 주 수입원인 활소라 가격이 폭락하면서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활소라 가격보전제'를 꺼내들긴 했지만, 기대와는 달리 현장의 반응은 시큰둥하기만 하다.

임시방편 보다는 활소라를 '100년 먹거리'로 만들기 위한 국내외 판로 개척과 요리법·가공식품 개발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 행정 단순 예산지원 한계…근본대책 필요
 

제주해녀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직후 제주도는 "제주해녀문화를 지속적으로 전승·보전하겠다"며 '해녀특별지원대책'을 수립해 발표했다.

세부 내용을 보면 우선 제주도는 해녀 수입원의 약 40%를 차지하는 활소라의 기준 수매단가를 kg당 5000원으로 정하고, 입찰단가와의 차액을 모두 보전하기로 했다.

최근 활소라 입찰가가 kg당 4000원 아래로 떨어지고 있고, 기존 제주도 보전액이 kg당 300원선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과감한 지원 결정이다.

이 외에도 체력저하로 소득이 줄고 있는 고령 해녀들에게 매달 일정액을 지원하고, 물질이 서툴러 소득이 낮은 신규 해녀들에게 3년간 초기 정착금을 지원키로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단순 예산지원식 대책은 제주해녀문화의 전승·보전이라는 취지와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어촌계에서 만난 해녀 김순녀씨(72)는 "활소라를 팔 곳이 일본 밖에 없는데, 일본은 인기 없고 비싼 제주산을 안 사려고 한다"며 "활소라가 100년, 하물며 10년 가는 먹거리도 안 되는데 예산만 지원해 준다고 잘 나가는 특산품 되겠느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만 될 뿐"이라고 성토했다.

제주산 활소라의 일본 시장 의존도가 약 70%에 달하는 상황에서 최근 5년새 대일(對日) 수출액이 32.5%(2011년 974만 달러·2015년 657만 달러), kg당 수출단가가 53.5%(2011년 9.9달러·2015년 4.3달러) 가량 폭락해 이제는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 같은 상황에 서귀포수협에서는 2012년부터 대형마트에 활소라를 납품한 데 이어 지난해 중국에 활소라 200kg를 시범 수출하기도 하고, 수산물 가공업체 2~3곳에서는 소라간장, 소라젓 등을 개발·판매하는 등 노력이 이어지고는 있지만 실적 자체는 미미한 수준이다.

◇ "국내외 판로 개척…요리법·가공식품 개발해야"
 

복수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제주산 활소라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정확한 실태조사와 함께 이를 바탕으로 한 판로 개척과 요리법·가공식품 개발을 위한 전략이 모색돼야 한다.

고봉현 제주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발표한 '엔화 약세에 따른 제주 수출의 영향과 시사점' 정책이슈브리프를 통해 제주산 수산물의 경우 향후 대일 수출량이 지속 감소할 것으로 보고, 수출대상국 다변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함을 전제했다.

특히 1차산품 그 자체인 원물 중심의 수출보다는 부가가치가 높은 가공품 중심으로 수출구조를 중·장기적으로 전환시켜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고 책임연구원은 "제주도의 경우 안정적인 수출기반이 워낙 부족해 활소라와 같은 특정 품목에 대한 수출 활성화 방안이 쉽게 도출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앞으로 정확한 실태조사와 연구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성보 제주시수산업협동조합장은 국내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한 다양한 홍보마케팅 전략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김 조합장은 첫 단계로 삶은 활소라 알맹이를 진공포장한 제품을 조만간 대형마트에 입점시킨다는 계획이다.

김 조합장은 "제주 사람들은 활소라 맛을 아는데 육지 사람들은 모른다. 맛이 어떤지, 어떤 용도로 쓰이는 지 잘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국내 소비가 이뤄지면 일본으로 가는 양이 저절로 줄어들게 되고, 소라 가격도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양용진 제주향토음식보전연구원장은 활소라에 스토리를 입혀 제주해녀들이 직접 소라구이, 소라국수, 소라샐러드 등의 요리를 판매하는 관광상품화 방안을 제시했다.

양 원장은 "가장 중요한 건 포인트를 어떻게 잡고 장기적으로 컨설팅하느냐에 대한 것"이라며 "최종적으로 먹는 사람은 소비자다. 대량으로 팔아야 한다는 생각에 젖어있지 말고 어떻게 소비자들이 찾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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