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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칼럼]세계화 무대 - 중국 올라서고 미국 내려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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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던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제45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TV에서 트럼프의 취임 연설을 들으며 이런 저런 생각이 교차했다.

부잣집이 있었는데, 식객들이 집에 드나들게 대문을 열어 놓았던 집 주인이 ‘식객들이 곡식을 훔쳐가는 바람에 곳간이 비었다’며 대문을 걸어 잠그는 모습, 그게 트럼프의 미국인 것 같았다. 혼자 선두에서 깃발을 휘날리며 이웃 나라에 따라오라고 외치던 ‘옛날 미국’이 아니다 하는 생각도 들었다.

미국 대통령의 취임 연설은 4년간 미국과 세계를 움직일 국정 기조를 담고 있다. 트럼프의 취임 연설을 지배한 단어는 ‘미국 우선’(America First)이었다. 미국 대통령이 ‘미국 우선’을 부르짖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트럼프가 말하는 ‘미국 우선’의 메시지가 국제 사회에 던지는 맥락은 위협적으로 들렸다.

트럼프는 연설에서 '일자리'(jobs) ‘보호’(protect) '방어'(defend) ‘국경’(borders)이란 말을 힘주어 쏟아냈다. 모두 ‘미국 우선’이란 주제를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말들이다. 국제 사회를 미국이 참여하여 이끌어가는 동반자적 공동체가 아니라 미국의 이익과 대립되는 경쟁자로 바라보는 인식을 강하게 드러냈다. 고립주의를 보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모습은, 미국 국경을 경계로 이익을 가져가는 자와 잃어버리는 자로 나누는, 이분법적 틀이다. 공장들이 문을 닫고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어 미국 경제가 정체되었는데 이들 공장과 일자리는 국경 밖으로 나가 외국을 번창하게 만든다고 규정한다. 미국 안에서 번창하는 건 워싱턴의 기득권 세력이라고 몰아붙였다. 트럼프는 이렇게 국경을 빠져나간 일자리를 되찾아 미국인에게 돌려줌으로써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노라고 호언했다.

그의 취임사에는 미국이 전통적으로 추구해왔던 세계화와 자유무역은 흔적도 없어졌다. 국제관계에서 그동안 미국이 강조했던 ‘자유’나 ‘민주주의’ ‘국제 평화’ 같은 인류 보편적 가치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다. 미국에 손해를 주지 않고 안보위협을 주지 않는다면 특정 국가가 어떤 방법으로 자기네 이익을 챙기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고립주의 의도가 뚜렷하게 느껴졌다. 상품거래는 말할 것도 없고 나토(NATO) 같은 집단안보 시스템이나 한미방위조약 같은 동맹 시스템도 마치 상거래처럼 다루겠다는 의도가 보인다.

트럼프의 등장에 자극을 받은 것일까, 아니면 트럼프의 고립주의가 영향력을 키울 기회라고 생각한 것인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전례 없이 다보스포럼에 등단하여 트럼프의 보호주의를 강하게 꼬집는 이벤트를 펼쳤다.

트럼프의 취임식을 사흘 앞둔 지난 17일 시진핑 주석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제47차 연례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에서 자유무역과 세계화를 옹호하는 기조연설을 했다. 다보스포럼은 세계 각국의 국가원수와 고위공직자, 국제기구 수장들, 기업인, 경제전문가 등 약 3000명이 참석하는 국제사회 최고의 엘리트 모임이다. 중국은 1979년부터 이 ‘부자 엘리트’ 모임에 참석해 왔지만 국가원수가 직접 참가해서 개막 연설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을 대신하여 국제사회의 여론 형성에 큰 몫을 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했다.

시진핑 주석은 다보스 연설에서 두 개의 핵심 정책을 밝혔다. 첫째 중국은 세계화와 자유무역을 지지하며, 둘째 파리기후협정을 반드시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세계화와 기후변화에 대한 중국의 이런 입장 표명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다. 세계화와 자유무역이 중국의 국부를 키운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 같고, 근년 중국을 덮고 있는 스모그 피해를 유추해볼 때 기후변화가 중국인에게 위협이 되리라는 점에서 중국의 생각이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이 들으란 듯 “보호무역에 ‘노’라고 말해야 한다”고 날선 표현을 쏟아냈다. 그는 “보호무역을 좇는 것은 어두운 방에 혼자 가둬지는 것과 같다. 무역전쟁에 승자는 없다”는 말로 미국의 보호무역정책을 겨냥했다. “세계경제 성장에 기여한 개도국의 의사를 반영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미국 주도의 세계경제 체제를 바꿀 때라는 메시지인 셈이다.

시진핑 주석이 세계화와 자유무역을 옹호하고 나섰지만 아직 국제사회의 엘리트들은 중국의 태도를 주의 깊게 더 관찰하려는 것 같다. 중국이 과연 자유무역의 원칙을 잘 지키고 있느냐는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독일은 중국에서 영업하는 외국회사에 대한 부당한 차별이 일어나고 있다고 항의하고 있으며, 사드배치의 보복으로 한국의 상품과 한류소프트웨어의 진출을 억제하는 중국의 조치에 미국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부당하다고 지적하는 실정이다.

아무튼 2017년은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중국과 보호무역으로 선회한 미국의 트럼프 정부 간 갈등이 공식화하는 원년(元年)이 될 것 같다. 실로 시대적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작년까지만 해도 미국이 추구했던 가치, 즉 세계화와 파리협정을 미국이 버리고 중국이 옹호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세계 질서도 마찬가지다. 강대국도 오래 흥하면 종내는 쇠락의 과정을 거쳤던 게 역사의 교훈이다.

오늘날 미국의 모습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미국과 중국, 한 세대에 걸쳐 진행된 두 나라의 변화에서 패권(覇權) 교체의 조짐을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망상일까. <뉴스1 고문>

  jjy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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