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최고령 오윤아할머니부터 증손주까지 70여명
"명절만 되면 가족들로 '바글바글'…여한 없어"

"사랑하는 우리 어머니, 올해도 건강하시고 앞으로 오래오래 사세요."

올해로 118세를 맞은 제주 최고령 오윤아(118·서귀포시 예래동) 할머니는 아들 성공택씨(85)의 새해 인사에 그저 말 없이 빙긋 웃어 보였다.

그동안 표현하지 못한 고마움과 미안함이 교차한 듯 오 할머니는 잠시 두 손으로 입을 가리더니 "뜻대로 죽어지지도 않고…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며 입을 뗐다.

이어 "남 미워하지도, 비웃지도 말아라. 항상 부지런히 살아라"라며 아들에게 진심이 담긴 새해 덕담을 건넸다.

제주 최장수 할머니인 오 할머니는 호적상 대한제국 시대였던 1899년 4월 6일 제주 서귀포시에서 태어났다. 3세기에 걸쳐 4대(代)를 이어오며 슬하 3남1녀에 증손주까지 70여 명에 달하는 대가족을 꾸렸다.

이 때문에 명절만 되면 그의 집은 전국 곳곳에서 고향에 내려온 가족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세배를 할 때면 방문 앞에 가족들이 수십분씩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오 할머니는 "명절만 되면 아들딸, 손주들로 집이 바글바글하다"면서 "오씨들은 자식들을 많이 나아야 잘 산다고 하던데 옛 말이 맞나 보다"고 너털 웃음을 짓기도 했다.
 

다만 요즘 가족들의 걱정은 온통 고령인 오 할머니의 건강. 눈은 잘 보이고 귀는 잘 들리시는지, 끼니는 잘 챙겨 드시는지 평소에도 안부 전화가 몇 통씩 걸려온다고 한다.

오 할머니를 곁에서 모시고 있는 아들 성씨는 "2년 전에는 미나리, 달래를 직접 캐 오시기도 하고, 요즘에는 집 마당이나 동네를 걸으며 운동을 하신다. 연세에 비해서는 건강하신 편"이라면서도 "다만 자식으로서 더 잘 모시지 못해 항상 죄송한 마음"이라고

오 할머니의 마음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내내 "내가 너무 오래 살았다"고 자책했다.

남편 고(故) 성사호씨가 일찍이 60세의 나이로 하늘로 떠나고, 아들 둘도 자신 보다 먼저 세상을 등지면서 '장수'는 그에게 자랑스러움 보다 부끄러움에 가까운 듯 했다.

그래도 그의 가슴 한편은 든든하다. 곁에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어서다. 오 할머니는 여느 때 처럼 이번 설 명절에도 30~40명에 이르는 대가족과 함께 따뜻한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매년 돌아오는 명절이지만 오 할머니의 집에는 마치 처음인 듯 벌써부터 설날을 앞둔 설렘으로 온기가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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