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이주 서예가 삼농(三農) 김구해 새해 휘호

"삼강오륜(三綱五倫) 가치 되새겨 정유년 새해 '길상여의(吉祥如意·좋은 일이 뜻대로 이뤄짐)' 합시다."

지난 70년 세월, 장르와 소재를 넘나들며 다채로운 서예 작품활동을 펼쳐 온 제주이주 서예가가 있다. 바로 삼농(三農) 김구해 선생(70)이다.

어릴 적부터 붓글씨에 탁월한 솜씨를 보였던 김구해 선생이 본격적으로 서예를 시작한 건 초서의 대가로 손꼽히는 고(故) 월상 정주상 선생을 만나고 나서부터였다.

그 누구에게도 사사받지 않고 독학으로 서예를 연마했던 스승처럼 그 역시 기존의 서체가 아닌 '나만의 글씨'를 찾으며 공부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

배움 끝에 그가 깨달은 것은 글씨가 곧 그림이고, 그림이 곧 글씨라는 것.

이후 그는 시(詩)·서(書)·화(畵) 등 평면작품에서부터 서각·전각·목각 등 입체작품, 소묘,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장르 파괴를 시도하며 현대서예의 흐름을 이끌어갔다.

그렇게 김구해 선생은 고향인 홍성과 서울을 근거지로 국립현대미술관 초대작가, 한중 서법연의전 초대작가 등을 지내며 활발한 작품활동을 이어갔다.
 

제주에 온 건 1994년. 그는 "바다로 떠난 거북이(구해·龜海)라는 이름 따라 움직였을 따름"이라며 "우연한 기회로 제주에 왔다가 이유 없이 좋은 느낌에 정착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에서 작품활동을 이어가는 것은 물론, 유년시절 서당에서 배웠던 '삼강오륜'의 가치를 전수·전파하는 재능기부 활동에도 나서고 있다.

현대적 의미로 국가와 국민, 부모와 자식, 남편과 아내 사이에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담은 삼강오륜은 인류가 존속하는 한 영원히 유지되는 인륜적 가치라는 믿음에서다.

그렇게 김구해 선생은 시·서·화를 배우려는 이들을 제자로 받아 손수 지도하기도 하고,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전통예절·충효·서예교육에 나서기도 했다.

선생 문하에 있던 제자들은 1998년 '삼연회(三硏會·현 제주전각학동우회)'를 발족해 오늘날까지 배움을 이어나가고 있어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그가 새해 메시지로 전한 글씨는 '길상여의'다. 아름답고 좋은 일이 뜻 대로 이뤄지길 바란다는 의미다.

김구해 선생은 "어릴 적 서당 스승의 큰 가르침이 바로 삼강오륜이었다. 이것이 파괴되면 사회질서가 무너진다고 봤다"며 "이것이 바로 지금 현 시국에서 삼강오륜의 가치가 절실히 필요한 이유다. 이를 잘 되새겨 '길상여의'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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