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중 유일한 상장사인 제주항공이 제주 예약센터의 서울 이전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면서 제주도민들의 일자리를 박탈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제주’라는 브랜드를 등에 업고 양적·질적 성장을 이뤄냈는데도 제주도와 한 마디 상의 없이 경제적 이익만을 앞세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일방적 권고사직을 통보 받은 제주도민들이 하루아침에 실직 위기에 처했는데도 제주도는 팔짱만 끼고 있는 형국이다.

◇ ‘허울뿐인 협상안’…일방적 폐쇄 방침에 직원들 분통
최근 제주항공은 콜센터 아웃소싱 전문업체 메타넷엠씨씨에 맡겨 운영 중인 제주 예약센터를 오는 3월부터 김포 예약센터로 이전해 통합 운영하기로 확정했다.

예약센터는 항공권 발권이나 예약 취소 등에 대한 전화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콜센터로, 제주 예약센터에는 총 52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이 중 47명이 제주도민이다.

당초 정원은 73명이 확보돼야 하지만 인력 채용이 어렵다보니 항상 정원이 미달된 상태에서 운영됐고, 서비스 미흡에 대한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는 게 제주항공 측의 설명이다.

결국 제주항공은 인력 확보가 용이한 김포 예약센터로 아예 이전하기로 결정, 제주 예약센터 직원들에게는 주거 보장을 약속하며 서울로 근무지를 옮길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직원 대부분이 가족을 부양하는 30~40대 주부인 만큼 서울로 생활권을 이전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 사실상 해고나 다름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협상에 나선 메타넷엠씨씨는 평균 임금 1개월분의 위로금 제공과 고용계약서 3월까지 유지 등을 제시하며 도내 KT 콜센터로의 이직을 알선하기로 했다.

퇴직기산일을 3월 말로 하게 되면 20~30명이 더 실업급여 수급 자격을 얻는 것은 물론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게 메타넷엠씨씨 측의 설명이지만 직원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직원 A씨는 “제주항공과 메타넷엠씨씨 모두 일방적으로 일을 벌여놓고 직원들에게는 통보만 하고 있다. 이건 협상이 아니다”며 “가지고 온 대안 중 왜 콜센터 유지는 없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A씨는 이어 “365일 인력을 구하는 곳이 KT 콜센터인데 그걸 알선해준다고 생색내는 것이냐”며 “우리가 원하는 건 이원화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고 설사 나중에 폐쇄한다더라도 그때까지 몇 년간은 유지해달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출범 당시 협약서는 ‘무용지물’…제주도 발만 동동
 

2005년 제주항공 출범 당시 애경그룹은 혼자가 아니었다. 당시 제주도는 제주항공 자본금 중 50억원을 출자했다.

당시 제주도의 출자는 저렴한 항공요금과 교통수단 이용선택의 폭 확대 등으로 도민과 관광객의 편의증진을 도모하고, 제주 지역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서 비롯한 것이었다.

제주도는 제주항공(㈜제주에어)의 성공적인 사업추진과 운영을 위해 애경그룹과 ‘㈜제주에어 사업추진 및 운영에 관한 협약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협약서에는 두 기관의 역할 분담과 자본금의 출자, 지분구조, 주식의 무상증여 협조, 항공요금 및 노선변경, 임원의 선임, 제주도민에 대한 증자, 상호·상표 및 주사무소, 제주도 홍보, 제주도민 채용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제주도는 항공사의 정상적인 운항개시를 위해 행정지원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 건설교통부와 협의하는 등 최대한 지원을 한다’고 명시된 제2조는 제주도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제주항공 출범을 지지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12년이 흐른 현재, 제주항공이 제주도민들의 일자리 문제를 외면하면서 초심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협약서 제12조 1항에는 ‘㈜제주에어는 조종자·정비사 등 전문적인 기술이나 경력 등을 요구치 않는 예약·발권 및 공항운송서비스 종사자 등 일반직원 중 제주도내에서 근무할 인력의 70% 이상은 제주도민을 채용해야 한다’고 명시됐다.

또 제12조 2항에는 ‘기타 항공사 운영과 관련해 협력업체 선정 및 관련 부대사업 등에 대한 인력 채용 시 가급적 제주도기업 및 제주도민을 우선해야 한다’고 규정됐다.

6일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항공이 제주지역에서 채용 중인 인력은 272명으로 이 중 제주도민은 96%인 260명으로 파악됐다. 제주 예약센터를 폐쇄하게 되면 이 중 52명이 줄어들게 된다.

채용 인력이 줄어들더라도 70% 이상의 제주도민 비율만 유지한다면 협약을 어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제주도민 채용을 우선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도민들이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차단한다면 협약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게 중론이다.

더욱이 ‘주사무소를 제주도내에 설치한다’는 제10조에 따라 본사가 제주에 있긴 하지만 소재지만 제주일 뿐 제주에 있는 정직원은 20여명 남짓이어서 본사가 지사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은 “제주항공이 제주 콜센터를 궁색한 이유를 앞세우며 서울 이전을 추진하는 것은 제주도민을 기만하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름만 내주고 혈세만 투자한 채 속 빈 강정 꼴이 되고 말았다”며 제주도의 적극적인 중재를 촉구했다.

제주도는 지난 1일 제주항공 서울지사를 방문해 제주 예약센터를 존치해줄 것을 요청하는 등 중재에 나섰으나 아직까지 이렇다 할 답변을 얻지 못한 채 일단 협상 과정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임성수 도 공항확충지원본부장은 “폐쇄가 완전히 결정난 것도 아니고 의견을 조율 중에 있다. 제주 예약센터를 존치할 수 있는 방향으로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며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제주항공 측은 “서비스 향상을 위해 인력 채용이 수월한 김포센터로 가기로 이미 결정됐다. 경제적 효율성을 따져봤을 때 이원화해서 운영하는 건 힘들다”면서 “예약센터 운영업무를 메타넷엠씨씨 측에 위탁했다”고 이번 사태에서 발을 뺐다.

메타넷엠씨씨 측은 지난 3일에 이어 7일 직원들과 재차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지만, 제주항공이나 도에서는 전혀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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