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제주, 도민이 나서야] 1. '생명수' 지켜야
중산간 위협하는 '수질 오염'…"인력확충 시급"

[편집자 주] 위기의 청정 제주를 지키기 위한 각종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제주도민 스스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뉴스1제주는 4차례에 걸쳐 지하수 오염, 축산 악취, 각종 폐기물, 소음·비산먼지 등 제주 환경문제 전반에 대한 실태를 짚어 보고 대안을 모색한다.
 

제주는 연평균 강우량이 약 2000mm에 달하는 우리나라 최대 다우지역 중 한 곳이지만, 물이 잘 빠지는 화산암류 지질 구조로 지표수의 발달이 취약한 곳이다. 육지부와는 달리 제주에 큰 강이나 연중 물이 흐르는 하천이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제주도민들은 생활용수와 산업용수를 전적으로 지하수에 의존하고 있다. 제주사회가 지하수를 '생명수'로 여기는 이유다.

이 같은 제주의 지하수 의존도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인구·관광객 증가세에 따라 2025년에는 용수 수요량이 공급능력을 초과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농경지에 살포되는 화학비료와 축산시설에서 배출되는 축산폐수, 중산간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는 각종 개발사업은 지하수 고갈을 앞당기고 오염을 가중시키고 있다.

◇ 화학비료·축산폐수에 중산간 난개발까지 '어쩌나'
현재 제주지역 농가들의 화학비료 사용량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전문위원실이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지역 화학비료 사용량은 10a당 35kg 수준으로, 1년새 무려 20.5% 증가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강원 2.4%, 충북 2.5%, 경기 3.7%, 충남 4.8%, 경남 5.7%, 전남 9.0%, 전북 9.3% 등 제주를 제외한 모든 지역이 10% 미만의 증가율을 보인 것과는 대조적인 수치다.

이는 마늘, 양파, 양배추 등 제주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작물의 경우 대체로 연중 대량 재배돼 기본 비료 살포량이 많은 데다, 대부분의 농가들이 유기질비료 대신 효과가 빨리 나타나는 화학비료를 선호하고 있는 탓이다.

농협이 농업인들의 생산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최근 화학비료 가격을 인하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행정당국의 지속적인 단속에도 축산폐수 무단방류가 끊이지 않고 있는 점도 골칫거리다.

최근 3년간 제주도·제주시·서귀포시 합동단속을 통해 적발된 가축분뇨 불법배출 적발건수는 2014년 52건, 2015년 149건, 2016년 80건.

유형별로 보면 가축분뇨 무단 배출, 미신고, 관리기준 위반, 준공 전 배출·처리시설 사용, 배출시설 철거·멸실 등 사례도 다양하다.

비교적 약한 처벌 규정을 악용한 사례들이다. 업계에 따르면 형사 고발을 당하더라도 500만원 미만의 벌금에 처해지고, 허가가 취소돼도 명의를 변경하면 다시 사업장을 운영할 수 있는 점을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지하수 오염행위들은 최근 각종 개발사업이 이뤄지고 있는 중산간 이상 지역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안창남 제주도의회 의원이 제주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제주 중산간 일대 지하수자원보전지구 내 건축허가 건수는 제주시 4705건·서귀포시 4962건·제주도 83건 등 총 9480건이다.

이 중 오수처리시설 없이 단독 정화조만 설치한 상태에서 건축허가가 이뤄진 건수는 제주시 155건·서귀포시 512건·제주도 8건으로 총 675건에 달했다.

제주특별법에 따르면 지하수자원보전지구에서는 지하수 오염 예방을 위해 시설과 규모에 따라 공공하수도를 연결하거나 개인하수처리시설을 설치해야 건축이 허가된다. 단독 정화조는 대상이 아니다.

중산간 지역에서 오염이 발생할 경우 하류지역까지 영향을 받게 돼 행정당국의 엄격한 관리가 전제돼야 하지만, 행정당국의 황당한 행정 착오로 수년간 중산간 지역에서의 지하수 오염행위가 방조돼 온 셈이다.

◇ 농경·축산 밀집지역 오염도↑…중산간도 위협
 

다행히 지하수가 주로 분포해 있는 중산간 이상 지역의 경우 지하수 오염원인 질산성 질소 농도가 먹는 물 수질기준(10㎎/ℓ) 이하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 규제에도 기존 지하수 시설 또는 소규모 사설관정에 대해서는 규제가 미흡한 문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지하수 오염이 관측되고 있는 실정이다.

제주도가 한국수자원공사에 의뢰해 실시한 '지하수자원특별관리구역 확대 지정을 위한 기초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농경지 면적이 넓고, 축산폐수 배출시설이 많은 제주 서부지역에서 전반적으로 질산성질소 농도가 높게 검출됐다.

지역별로 보면 제주시 한경면이 8.68㎎/ℓ으로 가장 높았고, 이어 서귀포시 대정읍 6.40㎎/ℓ, 제주시 한림읍 5.95㎎/ℓ 순으로 나타났다.

한경면의 경우 농업활동과 함께 지하수 흐름 상류에 위치한 목장과 골프장으로부터, 한림읍은 상대적으로 중산간 지역에 많이 분포돼 있는 오·폐수 시설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중산간도 예외는 아니다. 중산간(해발 200~600m) 이상 지역의 관정별 질산성질소 농도(㎎/ℓ)는 2005년 0.8에서 2010년 0.9, 2015년 1.5 등으로 매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용역진은 "중산간 이상 지역이 오염될 경우 수질관리나 수자원 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됨에 따라 지하수자원특별관리구역을 확대 지정해 선제적 대응을 통한 청정 수질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해발 300m 이상 '특별관리'…"인력 대폭 확충해야"
 

이에 따라 제주도는 해발 300m 이상 중산간 지역 450㎢를 지하수자원특별관리구역으로 추가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 제주도의회에 변경 동의안을 제출했다.

변경 동의안이 도의회에서 통과되면 해당 구역 내 신규 사설관정 개발은 엄격히 제한되는 한편, 이와 함께 지하수 수질관리와 잠재오염원 관리 등이 대폭 강화된다.

그러나 이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하수 관리 전문기술 인적자원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일선에서 개인오수처리시설 등을 대상으로 지도·단속을 하고 있는 제주도상하수도본부 제주시·서귀포시지역사업소 내 담당 인력은 각 1명 뿐. 실질적인 감시와 단속이 이뤄질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물음표다.

사업소 관계자 A씨는 "이런 식으로 해서 실제 지하수 수질오염을 예방할 수 있겠느냐"며 "사실상 실질적인 단속은 어렵고 지도활동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원배 제주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제주도 지하수 관리 인적자원개발 방안 연구'를 통해 총 359.2명의 지하수 관리 전문기술 인적자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했다.

2030년 기준으로 특급기술인력 17.9명, 고급기술인력 71.8명, 중급기술인력 125.7명, 초급기술인력 143.7명이 필요하다고 봤다.

박 연구원은 "지하수 관리 인적자원개발사업단 설립을 통해 지역대학과 지역 업체를 연계한 협력체계 구축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며 "체계적인 로드맵 설정을 통한 산한연관 협력을 통한 인적자원개발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뉴스1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