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제주, 도민이 나서야] 2. 고질적 축산악취
악취민원 2년새 2배 급증…"농가 자구노력 절실"

[편집자 주] 위기의 청정 제주를 지키기 위한 각종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제주도민 스스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뉴스1제주는 4차례에 걸쳐 지하수 오염, 축산 악취, 각종 폐기물, 소음·비산먼지 등 제주 환경문제 전반에 대한 실태를 짚어 보고 대안을 모색한다.
 

"대체 언제까지 이런 악취에 시달려야 하나요?"

8일 오전 제주시 한림읍의 한 양돈단지 앞.

주민 양모씨(55·여)는 코를 찌르는 악취에 주머니에 있던 손수건으로 코와 입을 틀어막았다. 한참을 걸어가도 악취는 잦아들지 않았다. 오히려 여기저기서 불어오는 바람에 악취가 온 몸을 휘감았다.

고향에 돌아온 지 3년째. 그러나 그는 여전히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악취 때문에 만성적으로 두통이 오거나 속이 울렁거려 틈틈이 약을 먹고 있을 정도다.

양씨는 "20살 때 고향을 떠날 때까지만 하더라도 이렇게 심한 악취는 상상도 못했다"며 "덥고 습한 여름철에는 불쾌감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창문은 당연히 못 열고, 마을 곳곳에 파리떼가 꼬이기도 한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는 "대체 지난 15년 동안 육지부 돼지고기 반입을 전면 금지시키면서 양돈농가를 키운 이유가 뭐냐. 악취 해결에 1원 한 푼 쓰긴 하는 것이냐"면서 "양돈농가 사람들은 도심에 살면서 좋은 차를 몰고 다니더라. 애꿎은 주민들만 마을에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 축산악취 민원 2년새 2배…분뇨 불법배출도 여전
이 같은 축산악취 민원은 매년 급증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제주시와 서귀포시에 접수된 축산악취 민원건수는 2014년 306건(제주시 190건·서귀포시 116건), 2015년 573건(제주시 411건·서귀포시 162건), 2016년 668건(제주시 455건·서귀포시 213건)으로, 불과 2년 새 2배 이상 증가했다.

민원의 대부분은 제주도 전체 가축 사육두수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양돈농가 인근에서 제기된 것으로, 그 중에서도 제주도내 양돈농가의 절반이 밀집해 있는 한림읍 등 제주시 서부지역에서 집중 발생하고 있다.

축산악취 민원은 주로 고온다습한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돈사 내 온도가 올라가면 창문(윈치커튼)을 개방하는 등 환풍량을 늘리는 농가들이 많아져 주간은 물론, 야간에도 악취가 지속되기 때문이다.

가축분뇨를 불법배출하는 사례도 고질적 축산악취 민원의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3년간 제주도·제주시·서귀포시 합동단속을 통해 적발된 가축분뇨 불법배출 적발건수는 2014년 52건, 2015년 149건, 2016년 80건. 위반내역을 보면 무단투기, 미신고, 액비·퇴비 살포기준 위반, 대장관리 소홀 등이 주를 이룬다.

특히 일부 농가의 경우 행정당국의 시정권고에도 비용과 시간이 든다는 이유로 분뇨를 반복적으로 불법 배출하는 등의 몰염치함을 보이고 있어 지역주민들을 더욱 황당하게 하고 있다.
◇ 행정제재에도 민원 지속 '무용지물'…개선책 시급
 

이에 따라 제주도는 2016년 4월 '제주도 가축분뇨의 관리에 관한 조례'를 개정해 가축사육시설과 가축분뇨배출시설에 대한 제한을 강화했다.

우선 민가가 있는 주거지역·취락지구 경계로부터 직선거리 1km 이내에는 돼지를 기를 수 없도록 했다. 종전에는 100m 이내로 제한해 왔었다.

가축분뇨 배출시설도 해당 지역 안에서는 증축·증설할 수 없도록 했고, 악취저감을 위해 친환경적·현대적으로 개선하는 경우에만 이를 허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별도로 양돈분야에 지원되는 사업에 대해서는 악취 저감시설을 의무화하도록 하고, 악취 민원 유발농가에 대해서는 축산관련 사업 지원을 중단하는 등의 카드도 꺼낸 상태다.

문제는 종전보다 강화된 정책에도 주민들의 민원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양돈농가가 일정거리에 떨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돼지 수송차량이 마을안길을 수시로 드나들고, 바람·기압 등의 기후요인으로 악취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주도내 돼지 사육두수의 약 20%를 차지하는 제주시 한림읍 한 지역은 지역 내 모든 양돈농가가 주거지로부터 1km 떨어져 있고, 대부분 사전에 증·개축을 마친 상황이어서 사실상 규제를 전혀 받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 "불법행위에는 강력한 패널티…엄격한 관리 필요"
 

농가당 가축분뇨 연간 처리비용은 약 1억원선. 반면 현행법상 기준치 이상의 악취를 배출하는 농가에 대해서는 최대 200만원(3차 위반)의 과태료만 부과되고 있다.

사실상 농가 입장에서는 과태료를 내고 불법을 자행하는 게 더 이익인 셈이다.

여기에 행정당국이 축산악취 문제 해결을 위해 농가를 대상으로 다양한 시설지원사업을 하고 있는 점도 불법행위를 부추기는 원인으로 꼽힌다.

한 주민은 "보조금을 받기 위해 사업장을 더 지저분하게 운영하는 악덕업자들이 있다. 혹시나 이들이 보조금 사업 우선순위로 올라갈까봐 최근에는 주민들이 민원도 못 넣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역갈등을 막는 측면에서도 양돈농가들의 자구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양돈농가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지원사업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사업규모를 떠나 강력한 패널티를 적용해야 한다"며 "오히려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불법행위를 묵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김현철 제주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제주지역 축산분뇨 악취저감 방안에 대한 편익 비용 추정' 연구를 통해 축산악취 문제는 엄격히 제한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산업의 활성화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 연구위원은 "지원의 방향은 양돈산업의 효율화 측면에서 일정정도 이상의 규모가 되는 양돈농가를 대상으로 하되, 지원받는 양돈농가는 다른 무엇보다 분뇨 악취 억제를 위한 기술도입에 지원금을 쓰게 해야 한다"며 "이와 함께 이에 대한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이렇게 함으로써 양돈농가에서 방출하는 사회적비용을 양돈농가 자체가 사적 비용으로 흡수하게 하는 방편이 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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