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제주, 도민이 나서야] 3. 산적한 폐기물
일일 폐기물 10년새 2배…“일관된 정책 수립해야”

[편집자 주] 위기의 청정 제주를 지키기 위한 각종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제주도민 스스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뉴스1제주는 4차례에 걸쳐 지하수 오염, 축산 악취, 각종 폐기물, 소음·비산먼지 등 제주 환경문제 전반에 대한 실태를 짚어 보고 대안을 모색한다.
 

9일 오전 제주시 이도1동의 한 클린하우스(고정식 분리배출시설) 앞.

빨간색으로 '이도1동 망신지역'이라고 쓰인 행정 팻말에는 '이 곳은 쓰레기 무단투기 상습지역으로 부끄러운 우리동 망신지역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지속적인 경고문 부착과 주민 홍보에도 일부 시민과 상인들의 쓰레기 무단투기 행위가 근절되지 않자 시민들의 양심에 호소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시민들은 "쓰레기 문제를 도민 탓으로 돌린다", "누워서 침뱉기"라고 쓴소리를 하기도 하고, "오죽하면 그랬겠느냐", "시민들도 반성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이에 주민 김모씨(35·여)는 "지금은 내탓 네탓 할 때가 아니다"라고 일침을 놨다.

김씨는 "제주도민, 관광객, 공무원, 업자들 중 쓰레기대란 앞에 책임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이미 사전대응은 늦었다. 이제 행정은 일관된 정책을 세워야 하고, 시민들은 '나부터 먼저' 실천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일일 폐기물 10년새 2배…80%가 사업장쓰레기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의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 현황'에 따르면 2014년 제주지역 일일 폐기물 발생량(지정·의료폐기물 제외)은 3870톤으로, 10년 전인 2005년(1823톤)과 비교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2014년 기준 폐기물 구성비율을 보면 건설 폐기물이 68%(일일 2647톤)로 가장 많고, 이어 가정 생활 폐기물 20%(778톤), 공장 등 사업장 배출시설 폐기물 6%(247톤), 호텔·음식점 등 사업장 생활 폐기물 5%(198톤) 순이다.

통계상으로 보면 제주지역 폐기물의 약 80%가 사업장에 집중돼 있지만, 1인당 일일 가정 생활 폐기물 발생량이 전국 최고 수준인 1.57kg를 기록하는 등 가정 생활 폐기물도 적지 않은 상태다.

최근 인구·관광객이 급증하고 건축붐이 일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총량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해류를 타고 제주 연안지역으로 떠내려 온 해양쓰레기도 만만치 않다.

제주도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제주지역 해양쓰레기 수거량은 2012년 9654톤, 2013년 8281톤, 2014년 7250톤, 2015년 1만4475톤(괭생이 모자반 영향) 등으로, 매년 평균 9000여 톤이 수거되고 있다.

해양쓰레기 총 발생량이 연간 약 2만톤으로 추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수거율은 약 45% 정도로, 매해 절반 가량의 해양쓰레기가 해안가에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 쓰레기 매립장 과부하…'요일별 배출제' 도입
이처럼 각종 쓰레기가 급증하면서 청소행정에도 과부하가 걸리기 시작했다.

봉개매립장은 만적을 코앞에 두고 지난해 6월 말부터 매립장을 증설, 지난해 11월부터 본격 재가동에 들어갔지만 주민 협상안에 따라 내년 5월이면 전면 폐쇄된다.

서부·동부·우도매립장도 사용기한이 앞당겨지면서 각각 2017년 12월, 2018년 12월, 2019년 6월 만적될 예정이고, 색달매립장의 경우 쓰레기 반입량이 크게 늘어 사용기한이 2034년에서 2019년으로 15년씩이나 앞당겨진 상태다.

이에 따라 제주도와 제주시, 서귀포시는 쓰레기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생활쓰레기 요일별 배출제'를 도입했다. 정해진 시간에 요일별로 정해진 쓰레기만 배출토록 하는 정책으로, 오는 7월 1일부터 제주 전역에서 시행한다는 계획이었다.

사실상 시민불편이 가중되는 정책으로 이는 곧 시민들의 거센 반발로 이어졌다. SNS를 통해 자발적으로 모인 제주시민들은 정책 폐기를 촉구하며 쓰레기를 무단투기하는 '쓰레기산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시민들의 반발로 배출시간·요일 등 정책을 연이어 수정해 온 행정당국은 이달 말 쓰레기 요일별 배출제를 포함한 '자원순환형 사회 조성을 위한 로드맵'을 확정해 발표키로 했다.

그러나 우려는 여전하다. 쓰레기 정책에 대한 도민 공감대가 미약한 상태인 데다 수거, 운반, 처리에 이르는 인프라들이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 도민참여 높이려면…"일관된 정책-벤치마킹 필요"
강진영 제주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쓰레기 정책에 대한 도민사회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보다 긴 호흡으로 일관된 정책을 추진해야 함을 강조했다.

강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폐기물 관리 정책을 펴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발생원부터 줄여나가는 데 있다"며 "그러나 이는 아무리 홍보를 하고 교육을 해도 사회적인 여건이 뒷받침해 주지 않으면 상당히 어려운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쓰레기 배출·수거·운반·처리 과정이 짜임새 있어야 하는데 제주의 경우 모든 시설이 취약한 상태"라며 "현재 제주도는 시간적 여유를 갖고 정책을 검토해 정책 시행의 최적기를 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지금 이대로는 향후 반복적인 정책 수정이 불가피하다"면서 "쓰레기 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책에 대한 예상 효과를 분석한 뒤 어떤 정책을 우선순위에 둘 것인가를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선진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쓰레기 정책에 대한 도민참여를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사무국장은 "서유럽의 경우 마트 등에 재활용 쓰레기를 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시설이 보편화돼 있고, 재활용 쓰레기 보증금이 높아 수거율도 높다"면서 "선진국의 사례들을 적극 벤치마킹해 도민들의 참여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무국장은 "제주도정의 정책기조가 재활용률을 높이는 데 맞춰져 있지만 사실상 시설 분야에 있어서는 소각 부분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재활용 시설에 대한 시설투자와 인력배치도 보다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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