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공사, 이달까지 면세품 해체구역 칸막이 설치

제주국제공항을 찾은 중국인들이 쓰레기를 무단으로 버리고 귀국길에 오르면서 공항이 ‘쓰레기장’으로 전락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지난 11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에는 “중국인들이 미친듯이 면세품 포장백을 벗겨 던지고 청소 노동자분들은 하염없이 그걸 주워 한쪽에 산처럼 쌓아 두시고 계셨다”는 글과 함께 제주공항 국제선 대합실 사진이 게재됐다.

해당 사진에는 ‘면세품 정리구역’이라는 안내표시판이 무색하게 비닐 등 쓰레기가 사방에 흩어져 있고 사람들이 앉는 의자에도 역시 쓰레기더미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공항 내 면세품 인도장에서 물품을 수령한 중국인 관광객들이 부피를 줄이기 위해 포장지를 해체한 뒤 대합실 바닥에 그대로 버린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몰리는 오전 7시를 전후해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합실 한편에 면세품 정리구역이 별도로 조성돼 있지만 중국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방에 무단 투기를 일삼는 것도 모자라 화장실과 항공기로 향하는 버스 안에까지 쓰레기를 버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면세점 정리구역 외 투기에 대한 단속도 없고 계도활동도 이뤄지지 않아 단 3명뿐인 환경 미화원이 모두 책임져야만 하는 상황.

상황이 이렇다보니 경범죄 처벌법을 이용해 강력한 규제를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담배꽁초, 휴지, 쓰레기, 그 밖의 더러운 물건이나 못쓰게 된 물건을 함부로 아무 곳에나 버린 사람은 1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의 형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제주공항경찰대는 “파손 여부를 확인하거나 부피를 줄이기 위해 탑승 전 포장지를 개봉하게 되는데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중국인 관광객의 태도도 문제지만 해체장소가 비좁은 것도 문제”라며 “무리하게 경범죄 처벌 기준을 적용하기보다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먼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주공항경찰대는 “면세점에서 물건을 인계할 때 포장지를 뜯어 내용물만 주거나 아예 공항 내에서 해체를 못하게 조례를 만든다면 단속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범칙금을 부과하더라도 자국으로 돌아가면 처벌이 힘들어져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최소한의 포장으로 물건을 인계하는 방안에 대해 면세품 인도장 측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앞서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물건만 전달하는 방식을 시행해봤지만 고객들의 항의가 빈번했다는 것이다.

면세점 인도장 측 관계자는 “우리는 물건이 파손되지 않게 제대로 인도해주는 입장인데 고객들의 항의가 있으면 우리도 난감하다”며 “공항 이용료를 낸 여행객들의 자유의사도 있기 때문에 이래라 저래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공항시설이다 보니 우리가 나서서 제한할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공항 측에서 먼저 미화원 인력을 확보하는 등 대안을 제시해준다면 입주업체로서 우리도 책임을 부담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한국공항공사 제주본부 측은 “그렇지 않아도 국제선 대합실 내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 중이었다”면서 “이달 말까지 면세품 정리구역에 칸막이를 설치하고 벗어나게 되면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항공사 제주본부 측은 이어 “면세점이나 인도장 측에도 부담금을 내도록 하고 필요하다면 공항경찰에도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환경 미화원도 한 명 더 늘릴 계획”이라며 “중국인 관광객 탓만 아니라 공동의 책임을 져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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