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용호 제주감협 조합장 “기후온난화 제주엔 기회”
“감귤 와인·위스키·떡·국수 등 가공식품 제조도 가능”

“설탕보다 달콤한 감귤에 스토리텔링 입혀서 제주감귤산업의 제2의 전성기를 열겠습니다.”

최근 전국 최초로 당도 19브릭스(당의 농도 단위) 이상의 불로초 감귤을 생산하는 데 성공한 김용호 제주감귤농업협동조합장(63)은 17일 뉴스1 제주본부와의 인터뷰를 통해 “19브릭스 이상인 불로초 감귤의 생산은 제주감귤산업 발전에 큰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조합장은 “기존 서울 가락동시장을 통해 이뤄지는 유통을 전자상거래 중심으로 전환하고, 전국 최초의 19브릭스 감귤이라는 점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판로망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19브릭스 감귤을 원액으로 하는 와인이나 위스키, 주스, 떡, 국수 등 다양한 가공식품들도 생산해 제주감귤산업의 중흥을 이끌어 낼 계획”이라고 피력했다.

김 조합장은 서귀포시 하예동 출신으로 제주일고를 졸업했고, 고려대에서 농학박사를 취득했으며, 농촌진흥청 감귤시험장에서 1992년부터 2014년까지 근무하면서 감귤시험장장 등을 역임했다.

다음은 김 조합장과의 일문일답.

-전국 최초로 제주시 조천읍에서 당도 19브릭스 감귤을 생산하셨다. 산남이 아닌 산북에서 성과를 이뤄낸 게 이목을 끄는데 이에 대해 설명 좀 해달라.
▶감귤은 아열대 작물이기 때문에 주로 서귀포시에서 재배돼왔다. 제주시는 감귤이 늦게 꽃피고 빨리 착색이 돼서 감귤 재배량이 적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지구온난화가 되면서 온도가 올라가니까 기후가 확 달라졌다. 이제 제주시에서도 감귤 재배가 가능하게 됐다. 점차적으로 제주시에서도 하우스 재배 면적이 늘어나고 있다. 면적상으로는 산남보다는 산북이 적긴 하지만 토양 자체가 제주시는 비화산토양이다. 토양 조건이 작물을 재배하는데 적지라는 거다.

모르는 사람한테는 기후온난화가 위기겠지만 제주감귤에 있어서는 기회다. 나의 눈에는 호기로 보인다. 내가 기술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품종마다 어떻게 재배해서 당을 높일 것이냐가 관건이다. 그래서 이제는 기술도 중요하겠지만 품종마다 그에 걸맞은 환경 조건만 만들어주는게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 있어도 환경조건이 맞지 않은 상태에서는 아무 필요 없다.

-구체적인 재배법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감귤의 고향은 아열대기후니까 우리도 여름철 중심으로 고향 기후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다. 과거에는 겨울철에 추워서 재배를 못했는데 하우스가 있으니까 따뜻하게 만들어서 월동도 가능하다. 그런데 7월부터는 고온에서 물만 주면 찐빵이 엄청 큰 빵이 돼버린다. 그럼 안 된다. 물 안주면 이게 찐빵 상태가 된다. 그대로 유지가 된다. 당이 엄청 높아진다. 고온건조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한 달 동안 토양에 물을 안 주면 토양이 메말라서 나무가 시들시들해진다. 그때 당도가 9브릭스다. 그때부터 물을 조끔씩 나무가 죽지 않을 정도로 주는 거다. 10일 간격으로 당산도를 체크해서 당이 안 올라가면 물이 있는 거고 당이 올라가고 산이 높으면 물이 너무 적은 거라고 보면 된다. 그에 맞게끔 10일 간격으로 1~2㎜ 조정해서 물을 주다보면 때가 되면 산은 어느 정도 다 빠지게 돼 있다. 그때가 수확 적기다. 자연적으로 산이 낮고 당이 높아질 때 팔아야 한다.

-제주감귤이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된 건가.
▶중국은 감귤의 원산지다. 굉장히 덥다. 일본은 우리랑 비슷한데 기술면에서는 일본이 앞섰지만 결과적으로 당도면에서는 중국이 1등이다. 일본은 기술로 1도 높여서 2등이다. 우리는 3등이다. 그런데 이제 우리도 중국과 같은 기후를 연출하겠다는 거다.

기존 관행 재배법으로는 타 과일과의 승부에서 이길 수 없으니까 이제는 품질로 승부해야 한다. 이걸 가성비라고 하는데 가격을 위해서는 성능을 좋게 해야 한다. 우리가 품질을 높이는 노하우를 알았으니 이 길로 가야 한다. 이번에 19브릭스를 터트리니까 잘 모르던 사람도 다 관심을 갖고 있다. 망고 먹을 거냐 감귤 먹을 거냐 이제는 경쟁력을 갖추고 선택 후보군에 오를 수 있는 거다.
 

-얼마나 단지 상상이 안 간다. 비유하자면.
▶물에 설탕을 넣어서 설탕물을 먹지 않나. 그게 12브릭스 정도라고 보면 된다. 19브릭스는 꿀맛이다. 정말 꿀을 넘기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일단 먹어보면 다른 과일보다 더 달고 맛있으니까 나중에 또 선택을 하게 되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될 것이다.

불로초 감귤은 앞으로 15브릭스 정도로 맞출 계획이다. 아무리 조건이 안 돼도 13브릭스까지는 만들거다. 나중에 이걸 가지고 경연도 할 계획이다. 소비자들이 직접 참여해 선택해서 어떤 게 가장 맛있는지 평가를 하는 거다.

-마케팅 전략이 있다면.
▶제주감귤이 맛있다는 게 알려짐으로써 점차적으로 관심을 끌게 될 것이다. 이제는 제2전성기로 끌어올릴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유통 전문가, 마케팅 전문가도 달려들 거다. 자연산 원액으로 와인을 만들거나 설탕을 안 넣고 위스키나 주스를 만들 수도 있다. 이걸로 하면 감귤주스도 직판하면 많이 팔릴 거다. 떡이나 국수에도 접목해서 판매하면 좋겠다. 앞으로는 세미나 해서 가공식품을 어떻게 만들 건지 고민할거다.

농가별로 스토리텔링도 중요하다. 농가마다 같은 식품을 만들더라도 각각의 사연을 입히면 다르게 와 닿을 것이라고 본다. 기존 서울 가락동시장을 통해 이뤄지는 유통을 전자상거래 중심으로 전환할 계획도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올해는 바짝 긴장해서 전도적으로 재배할 계획이다. 연말에 많은 수확을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실 이번에 24.7브릭스까지 나왔다.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상품화할 만큼 수량이 안 돼서 일단은 19브릭스부터 출하하게 됐다. 앞으로 15, 17, 19, 21, 23브릭스로 순으로 가격을 높여서 판매할 계획이다. 이제는 사이즈가 아니라 당도로 승부를 봐야 한다. 제주감협이 불로초 감귤로 대한민국 퍼스트브랜드 대상을 7년 연속 받았는데 앞으로 국무총리, 대통령상까지 노려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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