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과 함께 제주도를 여행하던 중 제주들불축제 행사장을 찾은 김선정씨(33·여·서울시)는 연신 "실망스럽다"는 말만 반복했다.

올해 제주들불축제가 일회용품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등 '쓰레기 없는 환경축제'로 운영된다는 소식에 교육차 마트에 들러 컵과 그릇, 수저 등의 식기를 구입하고 행사장을 찾았지만 모두 헛수고였던 것.

행사장에 들어서자마자 진입로를 가득 메운 노점상들이 나무젓가락, 종이컵 등 일회용품을 버젓이 사용하고 있는가 하면, 단 한 곳 뿐이었던 식기세척장은 들어갈 수 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곳곳에서는 쓰레기들이 나뒹구는 모습까지 심심찮게 보였다.

김씨는 "저를 포함해 축제장에 모인 많은 사람들이 친환경 생활을 실천하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는데 정말 많이 아쉽다"면서 "제주에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던데 이런 세세한 부분을 놓쳐서 되겠느냐"고 쓴소리를 했다.
 

앞서 제주시는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제주시 새별오름 일대에서 펼처지는 '2017 제주들불축제'를 '쓰레기 없는 환경축제'로 운영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축제장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최소화해 최근 가중되고 있는 쓰레기 문제에 대한 범시민 참여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취지였다.

우선 축제장 안에서는 일회용품 사용을 전면 금지키로 했다. 음식부스를 찾는 관람객들에게는 부스 자체적으로 마련한 식기를 제공하고, 식기를 가져온 관람객들을 위해서는 식기세척장을 별도로 마련했다.

이와 함께 축제장에 재활용품 분리수거함 30개, 음식물 전용수거용기 20개를 비치하고, 하루에 40여 명의 인력과 차량 등을 투입해 주변 환경을 정비토록 했다.

그러나 축제장 곳곳에서는 쓰레기가 제 때 치워지지 못해 방치되거나 무분별하게 처리되는 모습이 잇따라 발견돼 관람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한 읍지역 음식부스 뒷편에는 쓰고 남은 해산물 찌꺼기와 얼음이 뒤섞인 채 버려져 있었고, 한 자생단체 음식부스 뒷편에는 짚단 아래 음식물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일부 자생단체 회원들은 관람객들이 지나다니는 통행로에서 설거지를 하고난 뒤 남은 설거지물을 통행로 옆 하수구에 그대로 쏟아부어 악취를 유발하기도 했다.

관람객 황경수씨(30·제주시)는 "평소 생활 습관이 축제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나는 것 아니겠느냐"며 "같은 도민으로서 정말 창피하다"고 고개를 저었다.

축제 하이라이트인 '오름불놓기'가 끝난 4일 저녁에는 곳곳에 설치된 쓰레기 분리수거함들이 쓰레기로 넘쳐 흘렀다. 분리수거를 지도하는 인력은 전무했다.

'일회용품 사용 금지' 원칙은 향토음식점을 중심으로 잘 지켜졌지만, 역시나 노점상까지 확대 적용되지는 못했다. 상인 박모씨(55)는 "3일 동안 잠깐 영업하는데 어느 노점상이 행정 지침을 따르겠느냐"면서 "별다른 제재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대익 제주시 생활환경과장은 "사실상 전체적으로 통제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쓰레기 없는 환경축제의 첫 발을 내딘 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작은 규모의 행사에서도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는 등 쓰레기를 줄여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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