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1시 제주시 건입동 제주항여객국제터미널에는 관광 가이드 10여명이 코스타 세레나호(11만4000t급, 이탈리아 국적)가 들어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 6일 중국에서 출발한 코스타 세레나호는 2000여 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태우고 제주에 와서 반나절가량 체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40여분이 지나도 크루즈선은 들어오지 않았다.

세 차례 제주항에 접안을 시도했지만 3m 이상의 높은 파도와 강한 바람으로 인해 사정이 여의치 않자 선장이 입항을 취소한 것이다.

크루즈선박 해운대리 업무를 맡고 있는 해운업계 관계자는 “바람이 세고 파도가 높아서 선장이 입항 취소를 결정했다고 연락해왔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간혹 이런 경우가 생긴다”며 “일본에 갔다가 나중에 다시 제주로 올 수도 있어서 선사 측의 연락을 기다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크루즈선이 제주를 들르지 않고 일본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가이드들은 한숨을 쉬며 터미널 바깥으로 나갔다.

가이드 김모씨(42)는 “파도 때문에 못 내리는 거라고 하는데 사드 때문에 안 내리는 거일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중국의 반한 감정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중국인 가이드 이모씨(28·여)는 “이제 굶어 죽게 생겼다”면서 “중국에서 한국을 아예 못 가게 한다고 하는데 앞으로 우리 가이드들은 무얼 하면서 먹고살아야 할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씨는 이어 “4월까지 예약됐던 단체관광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고 아직 취소 통보가 오지 않은 것도 많다”며 “이미 예정된 거는 제주를 들르지 않고 일본이나 대만으로 바로 간다는 얘기가 들린다”고 말했다.

곁에 있던 가이드 김모씨(30·여)는 “어디 알바 할 자리 없느냐”고 물으며 “여행사나 전세버스업계 피해는 물론이고 중국인들이 자주 가던 식당과 탑동 쇼핑몰도 조용해질 것이다. 여기 터미널 편의점 알바도 자른다는 얘기가 들리더라”고 말했다.

이어 “얼마 전에는 롯데면세점으로 갈 예정이던 관광객들이 안 간다고 해서 신라면세점으로 방향을 틀었다”며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를 향한 중국인들의 반감을 전했다.

실제로 면세점 측에 확인한 결과 지난 6일 크루즈를 이용해 제주에 들어온 중국인 관광객 1400여 명이 롯데면세점으로 가려던 일정을 취소하고 신라면세점으로 향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신라면세점 측도 마냥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였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어차피 15일 이후면 의미가 없지 않느냐”면서 “원래 오늘 중국인 크루즈 관광객 700명이 오기로 했었는데 입항이 취소돼서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크루즈 입항 취소에 안타까움을 표하는 건 제주항여객국제터미널 내 상인들도 마찬가지였다.

터미널 내에서 상가를 운영하는 A씨(70)는 “내수시장을 키운다고 하는데 그럼 제주항여객터미널은 완전 망하게 된다. 국내 관광객만으로는 경제가 살 수 없다”며 “여기 있는 상가들은 임차료도 내지 못하고 쫓겨나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상인 B씨(45·여)는 “우려 수준이 아니라 벌써부터 심각한 수준”이라며 “사드 보복에 대한 이렇다 할 대책도 없이 마냥 당할 수밖에 없는 거 아니냐”고 울분을 토했다.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던 전세버스 운전기사들은 긴 한숨을 내쉬며 텅 빈 버스를 몰고 차고지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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