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최근 발표된 국가통계포털(KOSIS) '2015 귀농·귀촌 통계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1만2114가구가 귀농했다. 2013년 1만312명, 2014년 1만904명에 이어 꾸준히 늘고 있다. 이전엔 50대이상이 주를 이뤘으나 요즘엔 40대 이하가 많다. 자발적 귀농으로 제2의 인생을 열고 있다. 뉴스1은 성공한 귀농인들을 매주 목요일 소개한다.
 

"축복받은 땅 제주에서 자유롭고 건강하게 살 수 있어 너무나 행복합니다."

지난 33년간 국내 굴지의 조선사에서 현장을 누볐던 한 퇴직 중역이 고향 제주로 돌아와 감귤 농사로 억대 매출을 올리는 등 안정적 정착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제주시 조천읍 한라산 산자락 밑 1만5000여㎡ 땅에 감귤나무 500여 그루를 키우며 '봉이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송두옥 대표(70)가 그 주인공.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 출신인 송 대표는 성산수산고등학교(현 성산고)와 부산수산대학(현 부경대)을 졸업, 1972년 울산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2005년까지 33년 간 재직했다. 58세로 정년 퇴직할 당시 그는 이사급 중역이었다.

퇴직 후 사업을 하던 그는 2011년 아내와 함께 돌연 제주행 비행기에 올랐다. 문득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아내의 귀농 제안에도 귀가 솔깃했다.

그러나 송 대표에게는 모든 것이 낯설고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나무 전정은 어떻게 하는지, 비료와 농약은 얼마나 뿌려야 하는지, 수확한 감귤은 어디로 팔아야 하는지 도통 알 길이 없었다.

그는 우선 그동안 감귤농가에 임대해 주던 제주시 조천읍의 한 감귤원에 본격적으로 터를 잡고 감귤나무를 한 본씩 정비해 나갔다. 전문서적도 뒤적이며 알음알음 정보를 얻기 시작했다.

그렇게 낮에는 호미, 밤에는 책을 들며 귀농의 첫 발을 디뎠다. 체계적인 교육을 받기 위해 제주농업마이스터대학과 제주농업기술센터, 농협을 찾아 다니며 고군분투했다. 여유로운 전원생활을 꿈꿨지만 잠시도 지루할 틈이 없었다.

10년 전과 다를 바 없는 감귤값도 큰 고민이었다. 이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에 도내 전문가들로부터 자문을 얻기도 하고, 일본과 중국 등 선진지를 오가며 상품은 출하하고, 비상품은 주스, 초콜릿으로 가공하는 등의 감귤 6차산업화 상품 개발법을 배우기도 했던 그였다.
 

그렇게 수익을 내기까지 걸린 시간은 꼭 3년. 그는 주변 7개 농가와 함께 수확한 감귤 전량을 영국으로 수출키로 했다. 단맛보다 산뜻한 신맛을 선호하는 유럽을 공략한 것. 제주산 감귤이 한데 모이는 서울에서는 경쟁이 쉽지 않다는 판단도 있었다.

물론 시행착오도 있었다. 첫 수출 당시 까다로운 검역과 운반 과정에서의 온도 문제로 수출 전량이 폐기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어진 수출에서는 보완을 통해 연 1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이듬해에도 안정적인 매출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상황에 따라 조금씩 편차가 있긴 하지만 지난 2014년 다른 제주산 감귤값이 국내에서 kg당 1800원으로 책정될 때 송 대표가 수확한 감귤은 해외에서 kg당 3000원을 받았다. 특별한 영농비법보다는 꾸준한 감귤원 관리를 바탕으로 한 신규 판로 개척이 유효했다.

송 대표는 "처음에는 애로사항이 많았지만 공부·노력을 하면 할 수록 직장다닐 때보다 맨아워(Man Hour·1인 1시간의 노동량) 당 단가가 엄청 높아졌다는 걸 실감한다"며 "조금 더 일찍 귀농했더라면 더 잘됐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요즘 송 대표는 비닐하우스에서 감귤을 재배하기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다. 자신을 따라 어렵게 귀농을 결정한 아들을 위해서다.

송 대표는 지난 자신의 경험과 함께 10년 뒤 자신이 여든이 될 때까지 노하우를 전해주겠노라고, 10년 준비한 뒤에는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며 아들에게 귀농을 제안했다.

그렇게 국내 대기업 건설사 중견 간부인 송 대표의 아들은 지난해 6월 회사에 휴직계를 내고 제주에 내려와 제주농업기술센터에서 귀농교육을 받고 있다. 며칠 전에는 며느리도 귀농교육을 받겠다고 나섰다.

지금 송 대표의 '봉이농장' 안 주택에는 송 대표 내외와 아들 내외, 손녀까지 3대가 함께 살고 있다. 그는 "제주만큼 축복 받은 땅이 어디 있겠나. 제주서 자유롭게, 건강하게, 가족과 함께 산다는 것은 너무나 행복한 일"이라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송 대표는 "제주에 있었던 학창시절에는 검질(잡초를 뜻하는 '김'의 제주 방언) 메는 게 싫어 열심히 공부했는데, 일흔이 된 이제는 매일 과수원에 간다"며 "앞으로 기대되는 게 더 많은 만큼 더 공부하고, 더 노력하려고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송 대표는 이어 "지금 농촌에는 연로한 사람들만 남아 있다. 제주, 나아가 우리나라 농업이 발전하려면 젊은이들이 1차 산업에 많이 종사해야 한다"며 "농업이 잠재력과 경쟁력이 있는 산업이라는 인식이 더욱 확산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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