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까지 손님이 한 명이라도 아쉬운 판에 크루즈마저 취소됐네요.”

9일 오전 7시와 오전 8시 제주항여객국제터미널에 각각 기항할 예정이던 코스타 세레나호(11만4000t)와 MSC 리리카호(5만9000t)가 기상 악화로 인해 입항이 취소됐다.

아침 최저기온이 4도에서 7도인 포근한 날씨였지만 해상에 풍속이 10~16m/s로 불어 접안을 할 수 없다는 게 선사 해운대리업체 측의 설명이다.

중국 정부가 한국 관광 금지 시점으로 잡은 15일까지 앞으로 6일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전세버스 운전자들의 한숨은 더욱 커졌다.

크루즈 2척에 오기로 했던 외국인 관광객은 각각 2000명, 1600명 등 3600명으로 전세버스 한 대당 40명씩 잡으면 약 90대의 전세버스가 가동될 수 있었다.

하지만 야속한 날씨 탓에 빈 버스를 끌고 제주항여객터미널을 빠져나가는 전세버스 운전자들은 “15일까지는 크루즈 관광객들로 버티고 있는데 이후부터는 통근·통학만 뛰어야 할 것 같다”며 “차량 할부 대금과 유지비를 어떻게 충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항공편을 이용해 제주에 오기로 했던 중국 단체 관광객들의 무더기 예약 취소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15일 이후 일정부터는 크루즈 선사들까지 기항 취소를 통보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인 관광객 급감에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터져 나왔다.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내 향토음식점 책임자 A씨는 “예전에는 하루에 500명에서 많게는 1000명까지 왔는데 이제는 100명 남짓 온다. 거래하던 여행사가 손님이 끊겨서 앞으로 이마저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호텔이나 카지노를 찾은 개별관광객들도 발길이 뚝 끊겼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이어 “중국 손님들이 많아서 주방장도 직원도 모두 중국인으로 채용했는데 이들을 모두 내보낼 수도 없는 일 아니냐”며 “메르스 때는 언젠가 끝날 것이라는 희망이라도 있었는데 이제는 앞이 깜깜하다. 대책이 없어서 머리가 아프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인 관광객 비중이 50% 이상인 외식업체의 경우 근래 들어 취소율이 80~90%에 이르러 폐업이나 업종 변경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년간 중국인 관광객을 통해 수익을 올린 외국인 전용 사후면세점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제주국제공항 인근에서 사후면세점을 운영하는 B씨는 “지난해 말 사드 배치가 본격화되기 시작하면서 매출이 반 토막 나더니 올 들어 70%나 줄었다. 인건비 충당이 어려워서 직원들에게 무급휴가를 줄 생각을 하고 있다”며 “나 혼자 결정할 수 없는 문제지만 상황이 이렇다보니 어쩔 수 없다”로 토로했다.

B씨는 “행정에서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보겠다며 시장 다변화를 하겠다고 하지만 당장 사업 존폐 위기에 처한 우리 입장에서는 먼 나라 얘기”라며 “관광진흥기금을 지원받는다 하더라도 어차피 빚이라서 실질적인 대책은 될 수 없어 보인다”고 우려했다.

도내 시내면세점 3곳과 출국면세점 1곳, 지정면세점 4곳 역시 어렵기는 마찬가지겠지만 사드 보복이 장기화될 경우 693곳에나 이르는 사후면세점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질 수밖에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목소리다.

관광호텔업계에도 찬바람이 불었다.

중국인 관광객으로 객실이 꽉 찼던 제주시 연동의 한 관광호텔은 재정난을 이유로 ‘그동안 성원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라는 안내문을 내걸고 지난 1일부터 사실상 폐업에 들어갔다.

또 다른 관광호텔 관계자 C씨는 “중소형 호텔은 중국 관광객 점유율이 워낙 높았기 때문에 15일 이후 살아남기 힘들 것으로 점쳐지는 곳도 많이 있다”며 “외곽의 작은 분양호텔의 경우에는 4만~5만원에 숙박비를 후려치는 경우도 나오고 있어 업계 전체의 출혈 경쟁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관광호텔 118곳을 비롯한 도내 관광숙박시설 총 386곳 중 몇 군데나 적자를 내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이 나오고 있다.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의 80% 이상을 유치하던 여행업계 1위 뉴화청국제여행사가 최근 잠정 휴업에 들어가면서 업계의 근심은 더욱 커졌다.

2011년부터 전세기를 통한 부정기 신규 노선을 개설해 중국인 단체관광 시장의 양적 성장을 견인한 뉴화청은 그동안 여행업 4곳, 관광업 50곳, 전세버스업 15곳, 중국인외식업 30곳, 관광객이용시설업 30곳과 연계해왔다.

하지만 철옹성 같던 뉴화청마저 사드의 보복 조치로 인해 문을 닫으면서 도내 중국계 운영 여행사 70여곳을 비롯한 관련 연계들이 모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9일 제주도가 발표한 ‘중국의 한국 관광 금지에 따른 일일동향’에 따르면 지난 8일까지 28개 여행사에 예약했던 11만4493명이 제주 관광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중국 국가여유국이 지난 2일 베이징 일대 여행사를 소집해 한국행 여행상품에 대해 온·오프라인을 망라한 전면적인 판매 중단을 구두로 지시한 이후 엿새 만에 발생한 무더기 예약 취소 사태다.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관광지로 꼽은 성산일출봉의 경우 올 들어 지난 8일까지 15만1526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방문해 전년 같은 기간(19만1270명) 대비 약 20%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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