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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2막 귀농] '바른농사'의 힘…잠자던 효소 깨웠다농업회사법인 '정농(正農)' 대표 박순민씨
효소제품 연매출 1억까지…6차산업화 도전
  •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승인 2017.03.1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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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최근 발표된 국가통계포털(KOSIS) '2015 귀농·귀촌 통계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1만2114가구가 귀농했다. 2013년 1만312명, 2014년 1만904명에 이어 꾸준히 늘고 있다. 이전엔 50대이상이 주를 이뤘으나 요즘엔 40대 이하가 많다. 자발적 귀농으로 제2의 인생을 열고 있다. 뉴스1은 성공한 귀농인들을 매주 목요일 소개한다.
 

농업회사법인 '정농(正農)' 대표이사 박순민씨.2017.3.16.뉴스1 © News1 오미란 기자

"바른 농사의 힘을 믿습니다."

지난 20여 년간 유통 전문 마케터로 살아 온 서울 토박이 박순민씨(49·정농 대표이사)가 가족을 이끌고 제주로 내려온 건 지난 2011년 1월 1일.

오로지 더 나은 삶을 위해서였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바쁜 일상을 반복하는 데 진이 빠지기도 했고, 생전 농사 한 번 지어보진 않았지만 땅 위의 삶에 대한 바람이 있기도 했다. 무엇보다 아내 배은희씨(45)와 당시 8세였던 아들이 제주로의 귀농에 흔쾌히 동의한 데서 큰 힘을 받았다.

제주에 온 그가 가장 먼저 찾은 것은 유기농업 1세대인 오재길 선생(97)이었다.

그는 유기농법 개발에 헌신해 온 오 선생이 제주에서 무농약·무공해로 재배한 채소 20종류를 발효시켜 원액제품 '송키(채소의 제주 방언)'를 만드는 것을 보고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농업에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터였다.

곧 제주시 조천읍에 자리잡은 박씨는 제주에 대한 오랜 관심으로 틈틈이 사뒀던 땅 1만5000여㎡(4600평)에서 유기농법으로 감귤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유용미생물(EM) 배양액과 석회유황합제, 발효하다 남은 액상 찌꺼기를 비료로 사용하고, 상추 액상추출물 등 유기농 약재를 활용해 부패균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무농약·무공해 농사를 추구했다. 매일 잡초를 제거하는 등 꼼꼼한 관리도 필수였다.

그렇게 생산된 감귤 37.5톤(1만관) 가운데 1톤 정도는 발효 실험을 하는 데 사용했다. 감귤 껍질만, 감귤 알맹이만 발효시켜 보기도 하는 등 다각적으로 접근했다. 그중 가장 향과 맛, 영양면에서 우수했던 것은 어린 귤을 껍질째 발효했을 때였다.

그는 곧바로 국내외에서 마케팅을 했던 경력을 십분 살려 제주대학교와 현대그린푸드 식품연구소 등으로부터 인증을 받아 식품 안정성을 확보한 뒤 건강에 관심이 많은 40~50대를 타깃으로 해 백화점에 입점한 파트너사와 협력하기 시작했다.

2014년과 2015년 상시·특별판매 상품으로 현대백화점 '명인명촌' 코너에서 꾸준히 판매됐던 '애(愛)귤효소(420㎖)'가 그것이다. 이때 박씨는 '송키'에 대한 마케팅·판로도 지원해 '오재길 선생이 만든 발효원액 송키(750㎖)'를 함께 입점시키기도 했다.

현재 '애귤효소'와 '송키'는 음식점이나 카페에도 납품되고 있고, 나머지 감귤 원물도 지역 협동조합을 거쳐 대형마트에 납품되면서 박씨는 연 평균 5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고, 최고 1억 이상의 매출을 올릴 때도 있었다고 했다.

억대 매출이 이어졌던 때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로, 박씨는 당시 감귤값이 높은 가격대로 출발한 데다 시중에 질 좋은 발효제품이 많지 않았던 상황을 설명하며 유연한 시장 분위기 속 제품·판로 면에서 틈새를 노린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농업회사법인 '정농(正農)' 대표이사 박순민씨가 발효탱크를 보며 미소를 짓고 있다.2017.3.16./뉴스1 © News1 오미란 기자

지난해부터 박씨는 오재길 선생 가족들이 9만9000여㎡(3만평) 규모로 농사를 짓고 있는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

1~3월에는 당근, 4~5월에는 손바닥 선인장(백년초), 6~8월에는 브로콜리·양배추, 9~12월에는 감귤을 재배하고, 틈틈이 발효작업까지 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박씨는 함께 귀농생활을 하며 육아와 가사를 도맡아 하고 있는 아내에게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박씨는 최근 유기농법에 관심이 있는 제주도내·외 귀농인·전문가들과 함께 농업회사법인 '정농(正農)'을 설립하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바른 농사'라는 뜻인 법인명은 오재길 선생이 초대회장을 지낸 '정농회'에서 따 왔다.

대표이사를 맡은 박씨는 '정농' 설립으로 '애귤효소', '송키' 등의 발효효소 제품과 500여 가지가 넘는 제주산 약용작물을 바탕으로 한 농업의 6차 산업화에 도전해 보겠다는 포부다. 6차 산업은 1차산업인 농·수산업과 2차산업인 제조업, 3차산업인 서비스업이 복합된 고부가가치 산업을 뜻한다.

박씨는 "대자본의 비윤리성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바로 농사에 있다"며 "앞으로 6차산업을 바탕으로 한 농업 혁명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를 다시 태초로 회귀시키도록 하는 정신적 르네상스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씨는 "앞으로 제주 농촌에 생산에서부터 가공과 판매, 유통, 관광에 이르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꿈"이라며 "아직 시작단계지만 제주의 많은 귀농인, 친환경 농민들과 함께 실천해 나가고자 한다"고 전했다.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mro12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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