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으로는 4번째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된 21일 오전 제주에서도 정당한 처벌을 바라는 목소리와 착잡한 심경이 공존했다.

이날 오전 제주시 오라1동 제주시외버스터미널 대합실은 환호와 탄식이 교차했던 탄핵이 인용된 날과 비교해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박 전 대통령이 잠시 옅은 미소를 띄며 집 밖을 나서자 곳곳에서 냉소도 흘러나왔다. 검찰에 도착했을 때는 일부 시민들은 혀를 끌끌 차기도 했다.

시민 김모씨(65)는 "약속을 워낙 안 지키는 사람"이라고 꼬집으며 "검찰에 가서도 자기 고집대로 행동할 텐데 조사가 잘 이뤄질 수 있겠느냐"고 불신했다.

관광객 유모씨(35·여)는 박 전 대통령이 '국민께 송구스럽다' 말한 것을 두고 "대체 뭐가 송구스러운지 알고 싶다"면서 "검찰 조사를 잘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민 박모씨(40)는 "그동안 검찰 포토라인 앞에 선 대통령이 몇 명이냐. 이젠 정말 지긋지긋하다"면서 "앞으로 투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정치혐오 감정을 드러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40대 남성은 "안타깝다"면서 "비리를 저질렀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그동안 제일 비리가 없었던 대통령이었다. 속이 참 쓰리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제주국제공항에서도 도민과 관광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검찰 소환 장면을 비교적 차분하게 TV 생중계로 지켜봤다.

관광객 주모씨(50)는 "모든 국민이 똑같은 마음아니겠느냐. 조사를 잘 받아서 유죄든 무죄든 명명백백하게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며 "진실이 감춰지니 촛불집회와 태극기 집회 처럼 국민이 양분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광객 김모(64)씨는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한데 파면된 대통령이라고 경호하는 것도 불만"이라며 "누구라도 잘못이 있다면 하루빨리 구속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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