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 쿠데타를 기념해 이름 붙여진 한라산 5·16도로가 1969년 개통 후 반세기만에 개명하자는 주장이 또 다시 나오고 있다.

이 도로는 이전에도 개명 논의가 있다가 유야무야 됐으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전후로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적폐를 청산하자는 취지로 다시 거론되고 있다.

박근혜 퇴진 촉구 촛불집회 과정에서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만든 '박정희 폐단 청산 및 5·16 도로명 변경 국민행동'은 지금까지 5·16 도로 개명에 찬성하는 3000명 이상의 서명을 받았다고 21일 밝혔다.

이 단체는 오는 5월까지 최대한 많은 도민의 서명을 받아 행정기관에 도로명 변경을 신청할 예정이다. 단체 내부에서는 5월16일을 신청 날짜로 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국민행동 공동관리자 이재훈씨는 "5·16도로 개명은 국정농단의 시작인 박정희 군사독재 시대의 잔재로 뿌리뽑는 적폐 청산의 시작"이라며 "원희룡 제주지사도 최근 박정희 적폐를 청산하겠다고 말한만큼 개명이 그 시작이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원 지사는 지난해 11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박정희 시대 때부터 내려오고 있는 경제성장에 묻힌 독재와 권위주의 등의 문제와 작별을 고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국정농단 사태와는 별개로 박정희 향수를 간직한 세대들은 5·16도로 개명에 거부 반응도 없지않다.

제주MBC가 올해 설을 맞아 1월28일 보도한 도민 여론조사에서 5·16도로는 제주 발전을 상징하는 명칭이므로 그대로 두자는 의견이 60.3%로, 5·16 군사 쿠테타를 미화하는 명칭이어서 바꾸자는 의견 32%보다 두배 가량 높았다.

 

 

 

 

반면 서귀포신문이 지난해 12월 27~30일 인터넷을 통해 같은 질문을 여론조사한 결과 응답자 846명 중 '바꿔야 한다'는 의견은 87.3%로 '그대로 두자'는 의견 10.2%를 압도했다.

한라산 일대를 남북으로 가로질러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잇는 5·16도로(40.56㎞)는 1969년 정식 개통했다.

당초 명칭은 '횡단도로'였으나 5·16 쿠데타 때 만들어진 도로라고 해서 '5·16 도로'로 불린다.

1998년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며 5·16 쿠데타와 박정희 대통령을 재조명하면서 군사쿠데타를 상징하는 5·16이라는 이름은 청산해야 할 역사라는 주장도 제기됐지만 논란에만 그쳤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진 이후인 지난해 12월에는 5.16도로명비에 누군가 빨간색 페인트로 '독재자'라고 낙서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현행 도로명주소법 시행령 제7조의3(도로명의 변경 절차)에 따르면 주소사용자의 5분의 1 이상이 동의하는 경우 그 주소사용자는 시장 등에게 도로명 변경을 신청할 수 있다.

이후 주민 의견 수렴과 도로명주소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과반수 동의를 얻어야만 도로명을 변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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