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협약서 문구 모호하고 협약기간도 없어

제주항공과 2대주주 제주도가 요금 인상을 놓고 두번씩이나 법정싸움을 벌이게 된 원인 중 하나로 양쪽이 맺은 협약서가 꼽힌다.

현재 협약서는 '협의'와 '합의'를 해석하는 시각 등 내용이 모호하고 명확한 협의 기간도 두지 않아 원할한 협상을 위한 협약서가 오히려 갈등의 단초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제주도와 제주항공 등에 따르면 도는 2005년 애경그룹과 함께 제주항공에 출자하면서 '㈜제주에어 사업 추진 및 운영에 관한 협약서'를 체결했다.

이 협약서 '제6조(항공요금 및 노선 변경 등)'에는 '제주항공이 항공요금을 변경하려면 도와 협의 후 해야 한다'고 돼 있다.

협의가 안 될 경우 제주도가 지정하는 공신력 있는 기관 또는 업체의 중재(조정) 결정에 따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여기서 '협의'라는 문구를 보는 제주도와 제주항공의 시각이 다르다.

제주도는 '협의'를 의견을 조정해 양쪽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합의'로 본다.

반면 제주항공은 여기서의 '협의'는 의견 교환이지 '합의'와는 다르다고 해석한다.

도가 제주항공의 요금 인상을 일방적인 통보라고 여기는 대목이다.
 

중재 결정과 협의 기간 등도 더 구체적이고 명확할 필요가 있다.

도는 제주항공이 중재와 조정이 이뤄지기 전에 요금부터 먼저 인상한 것은 약속을 어겼다고 주장한다.

협약서와 제주항공이 2013년 3월 항공료 인상 논란 당시 도에 보낸 공문에는 '협의가 되지 않으면 중재 결정을 따른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즉 중재 결정이 먼저고 요금 인상은 그 뒤에 해야한다는 게 제주도의 입장이다.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의 입장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중재 기관 신청은 제주도만 할 수 있고 합의를 이유로 협의를 끌어버릴 경우 제주항공은 난처해진다.

명시하지 않은 협의 기간을 분명히 하고 애매한 문구도 재조정해 행정력 낭비와 언제 또 요금이 오를지 모를 도민들의 불안감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요금을 아예 올리지 말라는 것도 아니고 사드 보복으로 관광 시장이 위축될 수 있는 상황에서 그 시기를 조정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제주항공은 다른 항공사와 달리 고시만 하면되는 요금 인상을 제주도와 합의해야하는 게 지나치다고 생각할 수는 있다"며 "그러나 지금 협약서는 언제든 분쟁의 소지가 있고 제주항공의 출범 취지를 고려하면 협의가 아닌 합의로 가야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항공은 안정적인 경영과 다른 저비용항공사와의 경쟁 등을 이유로 지난 3일 제주와 김포, 부산, 대구, 청주를 잇는 4개 노선의 항공운임 인상 협의안을 도에 제출한 뒤 오는 30일부터 적용키로 했다.

이에 도는 22일 제주항공을 상대로 제주지방법원에 '항공운임 인상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또 법무부 산하 대한상사중재원을 중재기관으로 지정해 중재를 요청할 예정이다.

도는 2012년 8월에도 요금 인상 문제로 제주항공에 '항공운임 인상 금지 가처분 신청' 소송을 제기, 법원은 이듬해 2월 도민(재외·명예도민 포함)에 한해 인상 전 요금을 적용하라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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