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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 칼럼] 제주도, 전기차 메카 유지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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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공항에서 차를 타고 10분이면 도착하는 제주특별자치도 청사. 전국의 다른 시도 청사는 어디서 돈이 나왔는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지은 화려한 현대식 새 건물들이지만, 40년 넘은 제주도청은 낡고 구식 티가 물씬 나는 4층 콘크리트 건축물이다. 볼품없는 청사 건물 앞마당 주차장은 노면 경사가 있어 주차하기도 편치 않다.

그런데 제주도청 마당에 들어서면 다른 도시의 청사에선 볼 수 없는 풍경이 있다. 바로 주차장에 주차한 차들이 충전기와 케이블로 연결되어 있는 모습들이다.

제주도 청사의 주차 공간 수는 274면(面). 그중 86면이 전기자동차용으로 민원청사 주변에 집중되어 있다. 멋모르고 도청에 들어와 주차를 하려던 사람들은 전기자동차 전용 주차장임을 알고 차를 돌려 나오게 된다. 여기서 보면 제주도가 우리나라 전기자동차의 메카(중심도시)임을 느낄 수 있다.

사실 전기자동차에 관한 한 제주도는 1등도시다. 2016년 12월 30일 현재 제주도의 전기차 등록 대수는 6599대다. 전국 전기차의 절반이 제주에 몰려 있다. 제주도에서 운행되는 총 차량은 약 35만대고 그중 전기차의 비율이 1.88%이다.

올해도 제주도는 정부 보조금으로 보급되는 1만4000대 중 절반인 7000대를 배정받았다. 따라서 올해 말이면 전기차 숫자가 약 1만3600대로 늘어나고 전기차 비율이 3.99%로 늘어난다. 제주도는 전기차 비율을 2020년에 10%로 높이고 2030년에는 도내 운행 차량을 모두 전기차로 교체할 계획이다.

제주도가 한국에서 이렇게 전기차의 메카로 등장하게 된 배경은 제주 섬의 지리적 환경, 정부의 친환경 자동차보급 정책, 지자체의 환경비전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섬의 크기가 동서 70㎞ 남북 35㎞로 제주공항에서 출발하면 어느 곳이든 60㎞ 도달 거리 안에 있다. 섬을 한 바퀴 돌아도 180㎞다. 안개, 비, 눈, 폭풍 등 기상변화가 심하고, 도로도 바닷가에서 1100m 높이의 도로까지 고루 갖추고 있어 배터리주행거리가 150㎞ 안팎인 전기자동차의 여러 성능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최적의 테스트베드 장소다.

게다가 정부는 2008년 제주도에 지능혁전력망(스마트그리드) 시범단지를 만들어 기존 발전소와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를 연결하여 공급하는 실험을 하고 있었다. 따라서 정부가 2011년 전국 10개 도시를 전기차 보급 시범도시로 선정할 때 제주도를 우선적으로 포함했다. 여기에 제주도 지자체가 탄소배출이 없는 섬, 즉 ‘탄소제로섬2030’프로젝트를 내세워 적극성을 보이면서 정부의 전기차 보급은 그동안 제주도에 집중되었다.

지난 3월 17일부터 일주일간 중문관광단지 여미지식물원에서는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IEVE 2017)가 열렸다. 제주도를 전기차의 메카로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은 2014년부터 열린 이 엑스포다. 올해 4회째인 엑스포는 제주도,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의 지원과 참여업체가 내는 참가비 등으로 4년간 100억 원 정도밖에 투입되지 않았지만 차량과 부품의 전시행사뿐 아니라 전기차 표준, 산업 트렌드, 정부정책에 대한 국제회의가 이루어져 작지만 전기차 전용 엑스포로 명성을 얻는데 나름대로 성공했다. 특히 마이스(MICE: 회의, 포상관광, 행사 및 전시) 산업의 개최지로서 제주도 브랜드 가치를 높여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올해 엑스포의 전기차 전시 및 콘퍼런스에 참가하면서 떠오른 생각은 제주도가 자세를 가다듬고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전기차 중심도시의 위상을 유지하기 힘들겠다는 예감이다.

사드보복 여파로 BYD 등 중국 자동차 업체가 엑스포에 불참했다. 또 그동안 3차례나 참여했던 BMW와 닛산 등 국내시판 외국 자동차메이커도 불참했다. 이들 외국 메이커 불참이 주는 공백은 커 보였다. 중국의 전기자동차 관계자들이 한국 언론을 피해가며 각종 회의와 이벤트에 참여하는 모습이라든가, 1회 충전으로 380㎞를 달리는 GM ‘볼트’가 그나마 엑스포의 체면을 살려주었지만 활력을 잃은 것 같았다.

‘중국의 전기차 굴기(?起)’, 즉 중국 전기차의 약진은 눈을 감아도 선히 보이는 듯했다. 특히 중국이 미세먼지 대응책을 국가과제로 올려놓고 있으며 이런 이유로 전기차에 대한 중국의 집착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엑스포 회의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흐름 속에 제주도가 전기차 분야에서 내세울 매력 포인트를 제대로 찾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번 엑스포에는 국내 지자체장이 여럿 참석했다. 권영진 대구시장, 윤장현 광주시장, 이낙연 전남지사, 김준성 전남영광군수가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지역의 차세대 성장동력을 전기차와 에너지산업에서 찾고 있는 대표적 지자체장들이다. 특히 전통적인 산업도시인 대구는 전기차를 통한 제조업의 르네상스를 추구하고 있다. 제주도에 경쟁자들이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제주도가 전기차 중심도시로서 이들 도시와 어떻게 협력하며 독창성을 발휘하여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엑스포가 열리던 3월 중순 서울은 미세먼지가 아주 심했다. 주형환 산자부장관을 비롯해서 엑스포에 참석한 정부 고위공직자들은 한결같이 ‘서울의 미세먼지’와 ‘제주도의 맑은 공기’를 대비하며 연설을 시작했다. 전기차의 보급 확대 필요성을 강조하는 신호들이다. 앞으로 전기차에 대한 관심은 전국적으로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인데 막대한 국가예산이 지원되는 전기차 보급에서 제주도가 현재와 같이 50%의 물량을 배정받기는 힘들어질 것이다.

당분간은 제주도가 전기차 보급 1등도시를 유지하겠지만, 제주도의 전기차 정책은 탄력을 받지 못하는 것 같다. 도청 주차장에 집중된 전기차 충전시설이 그나마 체면치례를 하고 있다는 것 외에는 제주도에 왜 전기차가 필요한지에 대하여 정책과 주민의식이 촘촘히 연결되어 한 덩어리가 되어 있는 것 같지 않다.

제주도의 지도층과 주민 모두 시대적 흐름 속에서 전기차의 미래를 읽는 혜안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전기차의 보급대수 자체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제주도는 좋은 비전, 즉 ‘탄소제로섬 2030’프로젝트를 갖고 있다. 2030년까지 제주가 쓰는 모든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모든 자동차를 전기자동차로 바꾸겠다는 정책은 과한 욕심 같기도 하지만 ‘청정제주’ 실현하려는 의지의 표상으로 가치 있는 일이다.

제주도처럼 아직은 공기가 비교적 맑은 곳에 사는 사람들은 미세먼지 등 환경 오염문제에 덜 민감하다. 그러나 환경오염, 전기차의 필요성, 재생에너지 등의 중요성에 관하여 주민을 교육하고 주민들이 실천하도록 하면 환경문제에 관한 제주도의 교육적 가치가 높아질 것이다. 또한, 전기차와 관련된 여러 이슈들, 표준화 문제, 사고와 보험처리, 차량정비와 안전교육, 중고차시장 관리 등 각종 노하우를 일찍 터득하고 축적하여 데이터베이스화하면 그 자체로 제주도의 자원이 될 것이다. 더욱이 전기차, 신재생에너지와 지능형전력망(스마트그리드)을 포괄하는 미래의 스마트시티로 가는 길을 먼저 닦을 수 있다.

‘탄소제로섬 2030’ 정책 비전에 제주도민의 혼이 실리지 않으면 오래지 않아 다른 도시가 ‘전기차 메카’의 타이틀을 가져갈 것이다. <뉴스1 고문>

뉴스1제주  webmaster@jej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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