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농업의 위기'는 새삼스럽지않다. 쌀 관세화와 한중 FTA 등 뚫고나가야 할 난제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농업의 새로운 패러다임 정립이 시급하다. 과연 대한민국 농업은 미래성장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까. 우리 농민 특유의 근면성에 ICT, 6차산업, 해외시장과의 접목 등을 꾀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뉴스1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과 함께 한국농업의 가능성을 개척하고 있는 '미래형 농가'를 선정했다. 전국 지역별로9차례에 걸쳐 게재할 예정이다.

◇성공 포인트
1. ‘1돈(豚)·1목(木)’ 목표로 친환경 농장 조성
2. 가치 발상 전환으로 생산성 향상
3. 사육·가공·판매 등 종합 먹거리산업 육성

오랜 시간 동안 양돈장 같은 축산시설은 악취와 분뇨 처리 문제로 주민들이 꺼리는 혐오시설로 여겨졌다. ‘제주동부축산 영농조합법인’은 이러한 오랜 편견을 깨고 친환경시설로 전환해 쾌적한 사육시설을 바탕으로 전국 최고 수준의 고품질 돼지를 생산하고 있다.

1997년 북제주 동부양돈 영농조합으로 출발해 제주지역 양돈업 발전의 한 축을 담당했던 창업주 김수남(72) 씨의 뒤를 이어 올해 1월 대표이사에 오르며 가업을 승계한 아들 김태우(42) 대표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김 대표는 매년 고질적인 악취 민원에 시달리며 존폐의 기로에 선 농장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2008년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면서 농장 운영의 혁신을 끌어냈다. 그해 과감한 시설투자에 나서 친환경 농장으로 변모, 제주도가 인증하는 FCG(청정 축산물 품질인증)를 시작으로 2009년 HACCP(해썹·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인증으로 청정한 생산과정을 검증받았다. 2009년 12월에는 돼지 1만 두 이상의 대규모 양돈장으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당시 농림수산식품부가 인증하는 ‘환경친화 축산농장’에 선정되는 등 무수한 타이틀을 획득했다.

특히 돼지 한 마리당 나무 한 그루를 심는 ‘1돈(豚)·1목(木)’을 목표로 양돈장 곳곳에 나무를 심으며 ‘숲 속의 양돈장’으로 변신하고 있다. 친환경시설로의 변모와 함께 김 대표가 가장 신경 쓴 것은 양돈산업에 대한 가치의 변화다.

그는 “양돈산업을 단순히 돼지를 기르고 판매하는 산업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맛과 영양이 가득한 단백질을 공급하고 바른 먹거리를 제공하는 가치의 산업이라는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며 “단순한 제품 판매가 아닌 가치 제공이라는 소프트웨어와 친환경시설이라는 하드웨어가 결합한다면 소비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맹목적인 수익성을 쫓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와 가치를 공유한다는 인식을 하게 되자 농장은 놀랄 정도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했다.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에 위치한 농장에서 11만5700㎡ 부지에 돼지 2만1000두를 사육하고 있다. 영농법인으로 운영되면서 사료와 약품, 기자재 등의 원자재를 공동구매하고 어미돼지가 새끼를 낳으면(모돈사), 인근 돈사에서 새끼돼지를 기르고(자돈사), 고기돼지로 키워(비육돈사) 출하가 가능한 분업화로 운영된다.

지하 40m에서 끌어오는 18도의 천연 암반풍을 유입해 돼지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했다. 돈사 내부 돼지의 사육 밀도는 국내 최저 수준으로 쾌적한 사육시설, 친환경농장시설 등과 함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연간 어미돼지 1마리당 비육돈 출하 두수는 23마리로 국내 평균 18마리를 훨씬 뛰어넘어 선진국의 25마리에 근접했다. 우수한 종돈 확보는 물론 첨단 사육환경 등 농장 인프라 구축을 통해 사육 밀도와 폐사율을 낮추는 데 노력해온 결과였다.

제주동부축산은 1차산업인 축산업뿐만 아니라 2차 가공품 제조업, 유통, 판매, 외식업 등 3차산업까지 아우르는 종합적 먹거리 산업으로의 성장을 꿈꾸고 있다.

이를 위해 2012년 조합원들로 축산물 제조·유통 전문기업인 ‘몬트락’을 설립,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에서 육가공센터와 직영판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몬트락’은 둥실둥실 하고 통통하게 귀여운 모양을 뜻하는 제주어로 철저한 품질 관리로 고품질 명품 돈육의 기준을 제시하는 프리미엄 제주포크의 새로운 브랜드다. 고품질의 청정 제주산 돼지의 사육, 가공, 판매가 원스톱으로 이뤄지면서 소비자가 믿을 수 있는 안전한 먹거리, 명품 돈육 브랜드로 도약하고 있는 셈이다.

또 사업의 다각화를 위해 양돈 외에 말산업 진출도 시작해 현재 40마리에서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김태우 대표이사는 “축산 악취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과 더불어 지역과의 상생, 사회공헌활동에 노력하는 한편 동종업계 최고 수준의 급여와 복지혜택으로 직원들의 복리후생에도 신경 쓸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1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