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한장애인대상’ 시각장애인 안마사 김두홍씨
진도 세월호 실종자 가족 찾아 안마 봉사하기도

"세상의 아프고 지친 이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은 제게 크나큰 기쁨입니다."

20일 제37회 제주도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서 '장한장애인대상'을 수상한 시각장애인 안마사 김두홍씨(62)는 "큰 상을 받게 돼 어깨가 무겁다"며 수상의 기쁨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김씨는 20대 후반 난치성 안질환인 망막색소변성증 판정을 받은 뒤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1급 시각장애를 안고 살아왔다.

언젠가는 자신이 실명할 것임을 예감한 김씨는 일찍이 시각장애인으로서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것이 '안마'였다.

시력을 완전히 잃기 전까지 농사도 지어보고, 식당도 운영해 봤지만, 그는 "맨투맨 서비스로 일을 하며 남을 도울 수 있는 안마를 할 때 가장 행복했다"고 말했다.

제주 안마사 1세대인 김씨는 1983년 자격증을 취득한 뒤 제주통합안마원에서 3년 간 일하다 홀로 '유한회사 제주안마원'을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사회에 뛰어들었다.

호텔과 가정 등을 24시간 출장방문하는 일과가 고될 때도 있지만 열심히 일한 만큼 보람도 컸고, 수입도 좋았다. 시작은 혼자였지만 지금은 20명의 직원이 함께 하고 있다. 특히 직원들 대부분은 중증장애인으로 장애인 일자리 창출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김씨는 "장애인들이 스스로 땀 흘려 일하고 정당한 대가를 받으며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장애인에 대한 최고의 복지"라고 힘주어 말하기도 했다.

김씨는 지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눈을 감으니 마음이 보였던 것 같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1992년부터 2007까지 15년 동안 '생명의전화'에서 자살위기에 처한 이들을 무료로 상담해 온 그였다. 상담 시간만 무려 3000시간이 넘는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2014년 4월에는 생업을 미룬 채 진도체육관을 찾아 당시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을 대상으로 2박3일 동안 안마 봉사에 나서기도 했다. 2016년 11월에는 원폭피해자들을 대상으로도 봉사에 나섰다.

최근에는 제주시가 운영하고 있는 찾아가는 이동복지관 '초자와줭 고맙수다' 사업에도 동참하면서 제주 복지사각지대 곳곳에서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김씨의 이 같은 모습에 동료 안마사들도 그를 크게 신뢰하고 있는 모습이다. 2008년을 시작으로 4번 연속 김씨를 대한안마사협회 제주지부장으로 추대할 정도다. 이에 김씨도 불법 무자격 안마·마사지업소 근절을 위한 캠페인에 나서는 등 시각장애인 권익보호에 적극 나서고 있다.

김씨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오랜 꿈"이라며 "앞으로도 장애인들의 인권을 지키고, 장애인들이 자활·자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데 더욱 매진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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