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가 해법이다] 하. 어떤 제주를 보여줄 것인가
민간 중심 축제 인재 양성 서두를 때…단발성은 그만

[편집자 주] 중국의 사드 보복이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 급감으로 외국인 관광객 절벽에 몰린 제주는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한 발판을 만들고 있다. 중국 단체관광에 의존하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장 다변화를 위한 수용태세를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뉴스1 제주취재본부는 제주관광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어떤 콘텐츠가 구축돼야 하는 지 3차례에 걸쳐 모색해보고자 한다.
 

제주도는 축제의 섬이다. 새해를 밝히는 제주성산일출축제를 시작으로 1년 365일 내내 크고 작은 축제들이 제주 곳곳에서 열린다.

그러나 판에 박은 듯 천편일률적인 축제가 허다하다. 분명 소재가 각기 다름에도 대부분 노래자랑·경연대회·초청공연·불꽃놀이 등의 콘텐츠로 채워진다. 짧은 준비 기간에 행정 주도로 축제가 열리고 있는 탓이다.

해답은 명확하다. 준비하는 사람과 찾아오는 사람 모두가 즐거운 축제를 만드는 것.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도내 축제에 대한 평가·컨설팅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고, 민간 중심의 축제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관 주도형 축제 '매한가지'…지원조직도 '무용지물'
문화체육관광부가 2016년 12월에 발간한 '한국 지역축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4년 제주에서 열린 축제 31개 가운데 민간 주도로 열린 축제는 단 한 개도 없을 정도로 제주지역 축제는 지방자치단체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축제 운영성격별 비율을 보면 '민·관 합동형' 축제는 61.3%, 순수 '관 주도형' 축제는 38.7%, 순수 '민 주도형' 축제는 0%였다.

민·관 합동형 축제의 비율이 높긴 하지만, 예산을 보면 약 51.6% 이상이 관에 의존해 있어 아직까지 제주 축제는 관 중심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축제 개최 목적의 경우 '주민화합(16.1%)', '문화예술향유(6.5%)' 보다 '관광이벤트(19.4%)', '지역상품 판매(19.4%)'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예산 규모는 '3000만원 미만', '5000만원~1억원 미만'인 축제가 각각 22.6%로 비중이 높았다.

많은 소규모 축제들이 치고 빠지는 식의 단발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뜻이다.

먹거리 장터가 있는 축제 비중도 전국 평균(72.0%)을 크게 웃돌며, 전국 세 번째로 높은 83.9%를 기록했다. 어느 축제를 가든 '동네 잔치'는 빠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 같은 상황 속 제주도는 '제주도 축제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근거로 지난 2006년 전국 최초로 '제주도 축제육성위원회'를 구성, 평가를 거쳐 육성·우수축제를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성격이 유사한 축제와 경쟁력 없는 축제들을 자연적으로 통·폐합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축제육성위 위원 구성을 보면 연출가·공연기획가·디자이너 등 축제 전문가 보다는 거시적 범위의 문화·예술인들이 대부분으로, 제주지역 전체 축제를 객관적이고 전방위적으로 평가하기에는 전문성이 떨어지는 실정이다.

특히 대규모의 예산과 인력이 투입되고, 정부 차원의 유망·우수축제로 선정되고 있는 제주들불축제를 최근 4년간 도 지정 최우수축제로 선정해 인센티브를 중복 지원하는 등 '축제 육성'이라는 출범 취지도 잃어버린 형국이다.

위원회가 심의·의결한 사항이 강제성을 갖지 못하고 권고사항에 그치는 점도 전반적인 축제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 실적 아닌 만족도가 우선…민간 주도로 가야
 

이 가운데 최근 주목되는 축제 중 하나는 제주관광공사가 추진하는 '에코파티'다.

에코파티는 관광객들을 생태관광지와 주변 마을에 초대해 생태관광 프로그램, 농촌 체험, 생태 자원에 대한 가치 공유 등 생태관광의 기본적 요소에 대중문화 요소를 결합한 소규모 축제다.

올해부터 상품화되는 에코파티의 핵심요소는 '힐링·즐거움·소통·지역밀착'. '선흘1리 동백동산 축제', '한남리 머체왓숲길 축제'를 콘셉트로, 제한된 인원에 친환경적인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트래킹, 로컬푸드 등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적은 예산에 소규모로 개최되고 있는 많은 제주지역 축제들이 선택과 집중의 순간에 놓여 있는 만큼 이처럼 관람객 수가 아닌 관람객의 만족도를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한 고민은 불가피하다.

제주 대표 축제로 손꼽히는 제주들불축제도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다만 행정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방식에는 매년 의문이 되풀이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지난달 평가보고서를 통해 "들불축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제주시 주도의 축제 기획·운영에서 탈피해 주민이 나 민간이 주도하는 축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철저한 안전관리가 요구되는 오름불놓기는 행정이 지속 기획·운영하되, 나머지 프로그램들은 단계적으로 지역주민이나 민간에게 이양하는 방안을 제안키도 했다.

결국 해답은 명확하다. 준비하는 사람과 찾아오는 사람 모두가 즐거운 축제를 만들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곧 어떤 제주를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해답이기도 하다.

◇ "평가·컨설팅 시스템 개편하고, 인재 양성해야"
전문가들은 도내 축제에 대한 평가·컨설팅 시스템의 개편과 민간 중심의 축제 인재 양성에 주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직전 제주도 축제육성위원회 위원장이었던 문승종 제주한라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필요하다면 축제육성위에 권한을 더 주는 방향으로라도 관련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피력했다.

문 교수는 "축제육성위는 앞으로 전문성을 높여 축제 평가가 아닌 축제 콘텐츠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컨설팅 역할을 적극 수행해야 한다"며 "또 개별 축제조직위와도 네트워크를 강화해 전문가 못지 않은 실무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승규 제주축제연구소 페랩 대표는 "축제 준비 과정에서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지는데, 실제 이를 구현할 사람이 없어 행정이나 기획사에 의존하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결국 사람이 없기 때문에 전반사항에 오류가 생기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 대표는 "사람을 데려오려면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면서 "거점지역 중심으로 지역 축제들를 전담하는 상설기구를 만들어 지속가능한 축제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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