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과업체 오리온이 음료 제조업체 '제주용암수'의 지분을 60% 사들이면서 대기업의 제주 물 사업 진출이 재조명받고 있다.

탄탄한 자본력과 인지도, 거대한 유통망을 바탕으로 한 대기업의 제주 물 시장 진출에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24일 오리온과 제주테크노파크 등에 따르면 오리온은 지난해 11월3일 21억2400만원을 들여 도내 음료 제조업체 제주용암수의 지분 60%를 샀다.

아직 오리온이 용암수로 음료사업을 추진한다는 것 이외에 구체적인 방향은 알려진 게 없다.

오리온은 3월23일 공시한 감사보고서에서 제주용암수 지분 취득을 '생수 제조'분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고 설명했다가 지난 13일 공시에서는 '음료사업'분야로 정정했다.

용암해수는 바닷물이 화산암반층에 여과돼 육지 지하로 스며든 물로 미네랄과 영양염류가 풍부해 사업 잠재력을 높게 평가받아왔다.

제주도가 2013년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에 조성한 용암해수산업단지에는 음료, 화장품, 식품 등 8개 기업이 입주했다. 제주용암수도 같은해 이곳에 입주한 기업 중 한 곳이다.

산업단지에서 제주테크노파크가 운영하는 용암해수지원센터의 하루 2000톤 취수권을 입주기업이 나눠쓰고 있다.

비교적 작은 규모의 도내 기업 위주 시장에 대기업이 뛰어들면서 용암해수가 제2의 삼다수로 도약할 발판이 될 것이란 기대감도 없지 않다.
 

그러나 잇따른 대기업의 제주 물 관련 사업 진출을 바라보는 곱지않은 시선도 있다.

지난해에는 국내 최대 유통업체인 신세계 이마트가 하루 150톤의 지하수 취수권이 있는 기업 '제주소주'를 인수했다.

한진 그룹 계열 한국공항도 기존 먹는샘물(제주퓨어워터) 취수량 100톤을 증량해 줄 것을 수년째 요구하고 있다. 한국공항의 시도는 제주 공수화 원칙을 흔들어 대기업이 공공자원을 잠식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에 부딪혀 번번이 무산됐다.

제주용암수가 오리온에 지분을 판 과정도 뒷말을 낳고 있다.

제주용암수는 2013년 단지 내 부지를 분양받고도 4년간 착공 않다고 오리온에 지분을 팔았다.

법률에 따라 용암해수단지 내 토지를 분양받고 정당한 사유없이 2년 안에 착공않으면 토지를 환수해야한다. 제주용암수는 2015년 11월, 지난해 11월 두 차례 제주도에 착공 연장을 신청해 입주자격을 이어갔다.

무엇보다 기존 도내 용암해수 기업들의 불안감이 크다.

도내 기업 관계자는 "오리온과 사업 범위가 겹치는 기업은 상당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대기업이 도내 기업의 주식을 사는 우회적인 방법으로 제주 물 산업에 진출하는 게 옳은가도 생각해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용암해수지원센터를 운영하는 제주테크노파크 관계자는 "대기업은 공공적 개발 원칙에 따라서 사업을 해야 하고 이익을 지역에 환원하는 방법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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