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가기 좋은 따스한 봄날, 한쪽에서는 전쟁을 벌이며 땀을 흘리는 이들도 있다.

야자수와 까치를 상대로 정전 전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전력공사 직원들이다.

24일 한전 제주본부 따르면 지난 17일 제주시와 야자수 이식 지원사업 업무협약을 체결, 올해 2억원을 들여 야자수 230그루를 이식할 계획이다.

도내 약 3500그루가 심어진 워싱턴 야자수는 제주의 이국적인 풍경을 상징하는 관광자원이지만 정전 사고의 원인이기도 하다.

야자수는 자라는 속도가 빠르고 다 자라면 높이가 15~27m에 달한다. 특히 태풍 등에 쓰러지면 전선을 건드려 대규모 정전 사고가 종종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태풍 차바가 제주를 휩쓸고 갔을 때도 서귀포시 법환동에 있던 야자수가 강풍에 쓰러지며 전신주를 건드려 884가구에 정전이 일어났다.

한전은 우선 정전 위험이 높은 가령로 일대 38그루를 오는 6월까지 이식할 계획이다.

길조 까치도 정전은 물론 농가에 피해를 주는 골칫덩이가 된 지 오래다.

까치는 1989년 한 언론사와 항공사가 60마리를 방사한 뒤 제주에 퍼졌다. 천적이 없는 까치는 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으로 전락해 2000년에는 유해 야생조수로 지정됐다.

해마다 봄이면 산란기를 맞은 까치가 전신주에 둥지를 틀어 정전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까치집은 나뭇가지뿐만 아니라 철사와 전선을 함께 쓰고 때로는 까치가 직접 전기시설을 건드려 정전이 일어나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28건, 올해는 현재 5건 등 매해 20건 이상의 정전이 까치가 원인이다.

2015년 5월에는 까치 한 마리가 아파트 피뢰기를 입으로 쪼아 100여가구의 전기 공급이 끊기는 소동이 벌어진 적도 있다.

한전이 2012~2016년까지 5년간 까치집을 제거하는 데 쓴 돈은 16억8000만원, 철거한 둥지는 2만343개다.

올해도 2억1500만원을 들여 지금까지 2800여 개를 철거했다.

한전 관계자는 "도심지에는 까치가 둥지를 틀만한 견고한 나무가 없어 전신주에 집을 짓는 것으로 보인다"며 "까치집을 제거만 하는 게 아니라 전선에 절연 덮개를 씌우는 등 공존할 방법도 비용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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