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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 칼럼] 트럼프 100일과 북핵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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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5일은 북한의 인민군 창건 85주년 기념일이다. 29일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100일이다. 아무 상관없을 것 같은 두 기념일이 붙어 있는 4월 마지막 주에 한반도 상공에는 상서롭지 못한 먹구름이 드리웠다. 바로 북한의 핵실험 도발 위협으로 고조된 긴장감 때문이다.

북한이 함경남도 길주군 풍계리 핵 실험장에서 6차 핵실험 준비작업을 하고 있는 사실이 미국의 정찰위성에 의해 포착된 것은 지난 3월말이었다. 당초 도발 날짜로 예상됐던 태양절(4월15일)에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자 인민군 창건 기념일인 25일로 관심이 집중되었다.

미국은 칼빈슨 항공모함 전단을 인도양에서 한반도로 이동시켰고 이번 주말 동해에서 한국 해군과 합동 훈련에 들어갈 예정이다. 북한은 칼빈슨호의 동해 진입을 놓고 24일 매체를 통해 '거대한 파철더미가 되어 수장되게 될 것'라는 날선 논평을 냈다. 그러나 25일 북한은 대규모 장사포 화력 훈련만 했을 뿐 핵 또는 미사일 실험은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긴장이 끝난 것은 아니다. 북한은 “우리 핵 공격 수단들은 지금 이 시각도 항시적인 발사대기 상태에 있다”고 위협했다.

이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무적함대 칼빈슨호가 한국해역으로 향했다”고 으름장을 놓았고 4월 중순 한국을 방문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북핵 도발에 대한 군사적 대응 여지를 비쳤던 것이다. 이런 판에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큰 소리에 부응하는 강한 대응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트럼프는 국제사회에서 종이호랑이로 각인될 것이다. 최악의 경우 북한 핵시설에 대한 외과수술식 타격도 트럼프의 작전 테이블에 올라올 수 있다.

아마도 트럼프 정부는 취임 100일을 군사 작전으로 기념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다행히도 북한이 일시 웅크린 자세로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트럼프의 강공책이 단기 효과를 발휘하는 것 같다. 4월 초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 이후 달라진 중국의 태도 변화, 즉 북한에 대한 압박의 강도가 전에 없이 세졌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요즘 북핵문제를 놓고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다. 최근 환구시보는 북한에 핵실험 도발을 자제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잇따라 내보내고 있다. 22일 사설에선 만약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한다면 “인도주의적 재앙이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 원유공급을 대폭 축소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의 원유공급은 북한 경제의 생명줄이나 마찬가지다.

환구시보 사설은 군사적 충돌에 대한 중국정부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미국이 북한의 핵시설을 타격하는 것에 대해선 외교적 수단으로 억제에 나서겠지만 군사적 개입은 불필요하다” “한국과 미국 군대가 38선을 넘어 북한정권을 전복시키려 한다면 즉시 군사개입에 나서겠다” 이 메시지는 북한과 미국을 동시에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정부 안에서 간헐적으로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진 것이 북핵문제의 뿌리를 뽑는 두 가지 해결 방안이다. 그 하나는 핵시설에 대한 외과수술적 타격으로 북핵시설을 불능화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가 핵개발에 매달린 김정은 권력의 제거설이다.

중국이 환구시보를 통해 북한에 던진 메시지는 아주 싸늘해 보인다. 미국이 북한 핵시설을 때려도 입으론 말리겠지만 총을 들고 도와줄 수가 없으니 북한이 알아서 미리 자제하라는 식의 압박이다. 미국에도 경고의 메시지가 있다. 최근의 긴장이 군사적 충돌로 번지더라도 한미 양국군이 북한의 체제를 뒤집기 위해 북한영토로 침범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전략적 신호다.

어쨌든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은 미국의 북한 핵 억제 정책에 협조하고 있다. 중국과 북한 사이에 어떤 비밀 접촉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과거 유엔 안보리 제재에 찬성하고 실제로는 북한을 은밀히 돕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태도다. 무엇이 시진핑을 움직이게 했을까?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핵문제 해결에 중국이 역할을 해야 한다. 중국이 나서지 않으면 우리가 하겠다”고 중국을 압박하고 나섰다. 정상회담 중에 시리아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는 군사적 결단력을 과시하면서 중국에 북한을 움직이도록 압박과 설득을 했고 그게 일단 먹혀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핵무기를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가진 북한은 미국안보에 용납할 수 없는 위협이다. 트럼프는 절대 이를 그냥 둘 수 없다고 압박했을 것이고, 중국이 협력할 때 미중관계의 발전으로 얻을 이익 등을 제시하며 설득했을 것이다. 알려지지 않은 밀당이 있었을 것이다.

트럼프 취임 100일 동안 트럼프 정부의 대외정책을 더듬어 보면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이 바로 북한 핵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트럼프는 지난해 여름 선거운동 기간에 북한핵과 김정은에 대해 그다지 중대한 의제로 보지 않았다.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면서 대화하겠다고 아주 가벼운 상대와 이슈로 여기는 것 같았다.

그러나 백악관에 입성한 후 북한 핵 이슈는 트럼프의 외교안보정책의 긴급한 중심 현안으로 부상했다. 아시아의 국지적 안보문제가 아니라 미국을 위협하는 최대 국제 안보이슈가 되었다. 트럼프의 외교안보 수장들이 임명되자 줄줄이 한국을 방문했다. 매티스 국방장관, 틸러슨 국무장관, 펜스 부통령이 방한하여 북핵도발 불용 의지와 한미동맹을 다짐했다. 이런 조치는 대통령 탄핵사태로 리더십 공백이 생긴 한국을 안도시키고 북한에 오판여지를 없애는 부수효과도 노렸겠지만, 분명한 것은 미국 외교안보에서 북핵문제가 가장 위급한 중심 현안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핵문제가 집중 논의된 이후 시진핑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은 세 번이나 전화통화를 했다. 분명한 것은 트럼프와 시진핑이 필요를 느낄 때 전화를 하면서 북핵도발을 제어하려 하고 있다는 움직임이다. 워싱턴과 베이징 간에 일종의 핫라인이 개통된 셈이다.

이런 미중 대화가 지속가능할 것인지는 가늠키 어렵다.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실험발사 문제는 당분간 자제토록 압박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핵폐기까지 가기에는 너무나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중관계의 새로운 기류를 보면서 문득 지난해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CBS방송 인터뷰에서 언급한 말이 떠오른다.

“도널드 트럼프는 외교 분야에서 놀라운 일을 할 수도 있다. 그는 다른 나라들이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던 경이로운 인물이며, 그가 집권했다는 사실이 외국엔 충격적인 경험이자 놀라운 기회가 될 것이다.”

키신저의 이런 표현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하는 칭찬 또는 아부치고는 아마 최고의 수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평가가 키신저의 탁월한 직관과 혜안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아직도 자신의 존재감과 영향력을 과시하고 싶어서 의도적으로 표출한 한 노인의 아부성 칭찬인지는 가늠할 수 없다. 어쨌든 키신저는 45년 전 단절됐던 미중관계를 비밀외교로 풀어 20세기 후반 세계질서 재편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키신저는 1923년생, 한국식 나이로 95세다. 직관이든 의도적인 아부든 이 나이에 트럼프 외교를 예측하고 중국을 방문해서 시진핑 주석과 대화하는 그의 체력과 정신 건강은 대단해 보인다.

키신저의 관점대로 트럼프와 시진핑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세계질서를 재편하는데 긍정적 영향을 주지 말란 법은 없다. 이런 일이 진전된다면 가장 큰 변화가 찾아올 수 있는 곳은 한반도 아닐까 기대한다.

오는 5월 9일 새로 선출될 한국 대통령이 탁월한 외교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만 있다면 북핵문제는 물론 남북문제에서 놀랄 만한 긍정적 변화를 일으키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뉴스1 고문>

  jjy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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