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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 칼럼] 미세먼지, 황사 그리고 대통령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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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화창하게 시작됐다. 하늘은 푸르고 산야는 연녹색으로 물들었다. 그러나 질투하듯이 중국에서 날아온 황사 미세먼지가 지난 주말 한반도를 덮었다. 곳곳에 미세먼지 경보까지 내려졌다. 서울 근교 산에 올랐던 친구들이 보내온 카톡 사진을 보고 나니 방안에서 숨쉬기도 찜찜했다.

9일은 대통령 선거일이다. 주말 막바지 유세에 열을 올리는 후보들을 둘러싼 청중들 중엔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대통령후보들은 그들의 공약집에 미세먼지 대책을 넣었지만 허겁지겁한 티가 많이 난다. 통상 12월에 치러졌던 대통령 선거에서는 미세먼지가 끼어들 틈이 없었으니 별로 생각 못 했던 이슈일 것이다.

대통령 후보들이 미세먼지를 얼마나 걱정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마스크를 쓴 유권자를 보고 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미세먼지가 정치적 이슈가 되고 선거후 정책이 마련된다면, 이것도 5월 대통령선거의 덕택이다.

공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최근 2, 3년 사이에 부쩍 높아졌다. 사실 공기가 나빠진 것은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이 아니다. 경제발전에 몰두하고 에너지 소비를 즐기다 보니 공기가 이렇게 나빠졌고, 중국이 거대한 세계의 공장으로 변하다 보니 설상가상이 되었다. 처음엔 물의 오염을 걱정하다가 이제 뒤늦게 공기의 질에 관심이 쏟게 된 것이다. 사실 중국의 미세먼지 재앙이 뒤늦게 우리를 되돌아보게 만든 것 같다.

공기는 곧 생명이다. 인간은 숨을 쉬지 않고는 살 수 없다. 자발적으로 숨을 참고 가장 오래 버틴 세계 기록은 스페인 다이빙 선수 알렉스 벤드렐이 2016년 2월 28일 바로셀로나에서 세운 24분 3초다. 만약 지구의 공기를 없애버리면 이 세계 70억 인구는 25분 안에 다 죽을 것이다.

인간은 얼마나 많은 양의 공기를 필요로 할까. 전문가들의 계산을 들여다본다. 어른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동안 호흡 횟수는 1분간 평균 14번이고 1회 호흡에 소비하는 공기 양은 0.5ℓ다. 1분이면 7ℓ, 1시간이면 420ℓ, 하루면 1만80ℓ, 1년이면 367만9200ℓ다. 현재 세계 평균 수명 67.2세를 기준으로 하면 인간은 일생 동안 2억4724만2240ℓ의 공기를 마시게 된다. 이 공기를 무게로 환산하면 하루 12㎏, 1년 4380㎏, 일생 29만6690㎏의 공기를 소비하는 것이다.

그러나 위의 계산은 어른이 휴식을 취하는 동안 잰 것이므로 실제 마시는 공기는 이보다 훨씬 많다. 사람은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가만히 있지 않는다. 걷고 뛰는 등의 활동으로 호흡은 빨라지고 호흡량도 많아진다. 전문가들은 성인이 하루 호흡하는 공기 양을 최대 2만ℓ까지 추정한다. 실로 어마어마한 양이다. 이렇게 많은 양의 공기가 우리 가슴속의 허파 속으로 들어가 생명작용을 하는 것이니, 오염되지 않는 공기를 마시고 사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알 수 있다.

지난 4월 21일 환경재단(대표 최열)이 마련한 ‘미세먼지 긴급 토론회’에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이기영 교수는 주저 없이 “초미세먼지(PM2.5)는 살인자”라고 규정했다. 폐 속에 들어간 초미세먼지는 걸러지지 않고 폐 세포를 통해 신체 각 부위로 운반되어 암과 순환기질환의 원인이 된다.

이 교수의 말을 들으니 잘못 알려진 방지책이 많았다. 요즘 사람들은 마스크는 물론 공기청정기 등 미세먼지 방지용 각종 제품을 자주 쓴다. 그런데 초미세먼지엔 일반 마스크가 전혀 효과가 없고 황사마스크도 크게 도움이 안 된다고 알려주었다. 황사가 심할 때 방문을 닫으면 부유미세먼지는 실내로 들어오지 못하지만 초미세먼지 침입은 거의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미세먼지는 발생을 막아야지 발생한 미세먼지가 우리 몸에 침투하지 못하게 막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이 강연을 들으면서 공기청정기 등 미세먼지 관련 제품은 앞으로 번창하겠지만 근본 대책은 아니라는 걸 느꼈다.

한국은 미세먼지의 공격을 두 방향에서 받고 있다. 하나는 국내의 발전소, 산업시설, 화석연료차량이 내뿜는 스모그다. 또 하나는 중국에서 날아오는 황사와 산업 미세먼지다. 국가안보, 수출입, 문화교류 등 중국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 없더니 이제 숨 쉬는 공기마저 중국대륙의 영향 아래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사실 인문적으로 중국의 영향을 받지 않던 선사시대부터 중국의 황사공기는 한국을 덮었다. 문제는 중국의 산업지대에서 나오는 미세먼지가 황사와 합류해서 흘러온다는 것이다.

중국은 한국에게 이제 참을 수 없는 미세먼지 배출국이 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과 중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환경재단 소속 미세먼지소송 모임의 향후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된다. 나쁜 일엔 힘을 합쳐 떠들어야 한다.

이 기영 교수는 강연 말미에 아주 인상적인 말을 남겼다. “공기는 눈으로 볼 수 없어야 좋은 겁니다. 그런데 자주 공기를 보게 됩니다.” 서울 근교의 높은 산에 오르면 멀리 누런 공기, 즉 미세먼지가 보인다.

공기는 한자로 ‘空氣’다. 잘은 모르지만 ‘비었지만 뭔가 흐름이 있다’는 뜻이다. 동양적인 사유의 결과다. 서양 사람들은 일찍이 공기를 분석하여 물질의 혼합물, 즉 질소, 산소, 아르곤, 이산화탄소, 네온, 헬륨, 메탄, 클립톤, 수소, 오존 등 수많은 기체로 구성되었다는 걸 밝혀냈다. 이들 물질은 구성비에서 서로 평형을 유지하며 대기를 이루어 지구를 생명이 살기 좋은 곳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 공기가 인간문명의 영향으로 그 구성비가 변하고 있다. 화석연료 사용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증가로 지구가 기후변화의 병에 걸렸고, 미세먼지의 증가로 인간이 죽어가고 있다.

이제 대통령은 공기를 걱정해야 하는 자리가 되었다. 부디 대통령 후보들은 선거가 끝나도 마스크를 쓰고 유세를 듣던 유권자를 잊지 말기 바란다. <뉴스1 고문>

  ljlj8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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