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 풍기고 무거워 수거 작업 힘들어

"썩은 괭생이모자반 밑을 보면 파리알이랑 벌레가 우글우글해요."

괭생이모자반 수거 작업 중인 공무원이 곡괭이로 하천에 쌓인 끈적한 모자반을 들어 올리자 바닥에 고인 시커먼 물이 보이고 주변에는 파리 떼가 들끓었다.

31일 오전 제주시 이호해수욕장과 연결된 하천인 이호천에서 공공근로자와 공무원들이 이른 무더위 속에서 괭생이모자반 수거 작업이 한창이었다.

물이 빠져나가 바짝 마른 하천 바닥에는 밀물과 함께 들어와 쌓인 괭생이모자반이 썩으면서 시커멓게 변해 악취를 뿜어내고 있었다.

공공근로자와 공무원들은 "오늘 치워도 내일이면 다시 이만큼 쌓인다"며 "하천은 중장비가 들어오지 못해 사람이 일일이 치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해수욕장 해변으로 가니 굴착기 2대가 해안에 쌓인 괭생이모자반을 수거하고 있었다. 굴착기가 쌓은 괭생이모자반은 어느새 작은 언덕이 돼 있었다.

한해 300만명에 육박하는 피서객이 찾는 제주 해수욕장에도 모자반이 유입되거나 앞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어 행정당국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해수욕장 해안에 쌓인 모자반은 썩으면서 냄새를 풍기고 파리 떼가 들끓어 피서객들의 민원이 잦다.

가족과 함께 해수욕장을 찾은 이모씨(41·여)는 "냄새도 나고 보기도 안 좋아 불쾌하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이씨의 어린 딸이 "저것(괭생이모자반) 때문에 물에 못 들어가겠어요"라고 얼굴을 찡그렸다.

여름철 60만명 이상이 찾는 이호해수욕장의 경우 최근 모자반 유입이 증가하면서 하루 50톤 이상을 수거하고 있다.

어민들도 노심초사하고 있다. 괭생이모자반이 어선 스크루에 감겨 고장을 일으키거나 양식장 시설에도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에는 제주항에 입항하던 낚시보트 스크루에 괭생이모자반이 감겨 엔진고장이 나 표류, 해경이 구조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호동 인근에서 만난 한 해녀는 "물속에서 해산물을 채취하고 올라오다가 괭생이모자반이 발이나 몸에 감길까 무섭다"고 하소연했다.
 

같은 날 오전 제주시 용담 레포츠공원 인근 해안에서는 22회 바다의날 행사를 맞아 자원봉사자들이 괭생이모자반을 수거하고 있었다.

물기가 흥건한 괭생이모자반은 길이도 길고 무거워 수거 작업에 애를 먹고 있었다. 일부 자원봉사자들은 한 손에 호미를 들고 모자반을 조금씩 잘라내 부대에 담아야 했다.

제주바다환경보전협회 회원 이은화씨(54)는 "냄새도 심하고 미끄러워 다른 해양쓰레기도보다 수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김창선 도 해양수산국장은 "중국에서 들어온 괭생이모자반과 다른 지역에서 온 해양쓰레기에 제주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섬이라는 특성때문에 제주만 책임을 떠맡는 건 부당하다. 이제는 국가가 관심을 갖고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부터 중국에서 발생한 대량의 괭생이모자반이 제주 북서부 해안에 집중적으로 밀려오고 있다.

제주도는 올해들어 인력 560여 명과 굴착기 등 장비 60대를 투입해 유입된 괭생이모자반 1200톤 가운데 약 866톤을 수거했다.

공무원은 물론 자원봉사단체, 수협, 어업인, 군 부대에 협조를 요청해 대대적인 수거 작업에 나서고 있다.

해상에서 이동하는 괭생이모자반은 청항선(청소 선박)과 바지선을 투입해 수거할 계획이다.

수거한 괭생이모자반은 현재까지는 농가에 거름용으로 공급하거나 매립하는 것 이외에 별다른 활용법은 없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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