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이제 다 끝난 줄 알았는데 이게 웬 청천벽력같은 소린지….”

3일 고병원성 의심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검출된 오골계 중병아리 판매처인 제주시 애월읍 고성리 가금농가 일대는 극도의 긴장감에 휩싸였다.

이날 오전 10시쯤 마을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일찍이 가축방역 이동통제 초소 2곳이 설치돼 제주자치경찰이 차량과 사람들의 출입을 전면 통제했다.

애월읍사무소를 비롯해 제주도·제주시 축산과와 제주도 동물위생시험소, 축협, 농협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은 관련 교육 후 순차적으로 방역 현장에 투입됐다.

보건소 앰뷸런스와 연무소독용 방역 차량 등 방역 장비들도 속속 투입됐다.

전신 방역복을 갖춰 입은 이들은 통제 구역에서 분주히 움직였다.

문제가 된 농가를 비롯해 반경 500m 내 가금사육농가까지 총 4개 농가의 닭·오리 1만2790마리를 살처분하기 위해서였다.

곧 일대에는 동물 울음소리가 시끄럽게 울려 퍼졌다.

발생농가 100m 앞에서 농사를 짓는 주민 유병창씨(68)는 초소 앞을 지나며 “역지사지로 농장주들의 마음을 생각해 보면 정말 가슴아프고 안타깝기 그지 없는 일”이라며 “조사 결과 고병원성이 나오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깊은 한숨을 연신 내쉬었다.
 

제주지역에서 고병원성 AI 확진 판정 전 예방적 차원에서 가금류 살처분이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병수 제주시 축산과장은 “자체 검사 결과에서 고병원성 가능성이 큰 H5형 유전자가 검출됐기 때문에 정밀검사 결과도 이와 같을 확률이 높을 것이라는 판단”이라며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살처분으로) 예방적 선조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과장은 이어 “AI 잠복기가 최소 3~7일, 최대 21일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경과를 지켜봐야겠지만, AI의 경우 전파력이 빠르기 때문에 조치가 필요할 경우에는 살처분 선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차량·사람의 이동을 통한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발생농가를 중심으로 방역대도 설정된 상태다.

관리지역(반경 500m)과 보호지역(반경 500m~3km), 예찰지역(반경 3km~10km)별로 이동제한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현재 보호지역에는 1농가 90마리(닭 40마리·오리 50마리), 예찰지역에는 22농가 7만32두(닭 6만9118·오리 910마리·거위 4마리)가 사육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함께 제주도는 100마리 미만 가금류의 도태·수매를 통한 폐기, 모든 가금농가에 대한 일제검사 등을 실시하고 있다.

또 Δ제주시 민속오일시장 내 살아 있는 가금류 취급과 유통 금지 Δ공항·항만을 이용하는 사람 등에 대한 소독 등 차단방역조치 Δ제주도내 모든 가금과 가금 생산물의 타 지역 반출 금지 등의 방역조치를 내렸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이날 제주도청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정밀검사가 결과가 나오기 전이라도 해당 차량과 인력, 사료차의 이동까지도 상세히 조사해 감염 경로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하루빨리 AI 비상 상황이 종식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적극적인 방역을 주문했다.
 

한편 제주도와 제주시에 따르면 상귀리의 A농가는 지난달 26일 군산지역 오골계 중병아리 200마리를 구입하고 이튿날 제주시 민속오일시장에서 40마리를 판매했다.

제주시 이호동에 거주하는 B씨는 A농가로부터 오골계 중병아리 5마리를 구입했으나 다음날 모두 폐사하고, 닷새 후에는 이전에 사육하던 토종닭 3마리까지 폐사하면서 제주도에 신고가 접수됐다.

제주도는 해당 주택과 구입 농장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시료를 채취, 부검을 실시했다.

제주도 동물위생시험소에서 간이키트를 이용한 자체 항원검사 결과는 양성 판정이 나온 상태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의뢰한 정밀검사 결과는 4일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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