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형·애월·조천 AI 공포…6일 12만 마리 살처분 예정

제주 전역이 AI(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공포에 빠진 지 나흘째인 6일, 제주시 오라2동의 한 양계농가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다 그치기를 반복하던 오후 12시30분쯤 ‘출입금지’가 큼지막하게 붙여진 해당 양계농가에 흰 방역복을 입은 방역당국 직원 7명가량이 모여들었다.

노형동 한 농가의 닭이 AI 간이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오자 반경 3㎞ 이내에 있는 홍진우씨(가명·57) 농가의 닭들까지 선제적으로 살처분이 이뤄지게 된 것이다.

전날인 5일 노형동 농가 닭들을 살처분한데 이어 인근까지 '도미노'식 피해를 입게 되자 곳곳에서 울분이 터져나왔다.

어두운 표정으로 철창대문 밖으로 고개를 내민 홍씨는 “우리 닭들은 멀쩡한데 뉴스에 나가게 되면 알게 모르게 피해를 입게 되는 것 아니냐”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홍씨는 “우리는 소독도 잘하고 잘 키우고 있었는데 (노형동 농가 3㎞ 이내) 반경에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갑자기 살처분을 시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어이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우리 닭은 우리맛닭이라고 시범적으로 키우는 닭인데다 여기가 종계장이다. 육지에서 들어온 것도 아니”라면서 “약으로 쓰는 닭들도 있어서 특이한 놈들인데 (살처분을 하게 되니) 지금 심정을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홍씨가 철창대문을 굳게 닫고 농가 안으로 들어가자 방역당국은 살처분 작업에 돌입했다.

이날 살처분되는 양은 총 700수. 홍씨가 4~5개월 가량 키워서 출하를 앞두고 있던 녀석들이었다.

빗줄기가 점차 굵어지는 오후 1시30분쯤, 닭들은 포대자루에 실려 농가 마당으로 나왔다. 포대는 발악하는 닭들로 인해 흔들렸다.

곧이어 질소가스 주입을 위해 가스차량이 도착했다. 방역당국은 살처분시킨 닭들을 렌더링(열처리)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역당국은 노형동 외에 조천읍과 애월읍의 농가에서도 AI 양성반응이 확인됨에 따라 세 농가를 중심으로 반경 3㎞ 이내 방역대에 있는 21곳의 농가 가금류도 선제적으로 살처분하기로 했다.

이날 오후 인력이 투입되는 대로 차례대로 살처분이 이뤄질 가금류는 11만9581만마리에 이른다.
 

한편 제주지역 토종닭에게 고병원성 AI를 전파한 가금류는 지난 5월25일 제주항을 통해서 전북 군산에서 들어온 오골계로 확인됐다.

군산지역 한 양계농가는 제주시 애월읍 지역 두 개 농가에 오골계를 판매했고, 제주지역 농가는 해당 오골계 160마리를 지난 5월27일과 5월29일 각각 제주시 오일장과 서귀포시 오일장에서 판매했다.

제주도는 오골계 160마리에 대한 행방을 추적한 결과 제주시지역 33개 농가에 오골계가 판매된 것으로 확인하고, AI 간이 항원진단 키트로 검사를 실시했다.

문제는 제주시와 서귀포오일시장에서 판매된 160마리의 오골계 중 현재까지 소재가 파악된 것은 87마리에 불과하고, 나머지 73마리는 행방이 묘연하다는 것이다.

제주도는 해당 오골계의 행방을 추적하는 한편 같은날 오일장에서 판매가 이뤄진 오리 등 다른 가금류에 대한 소재도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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