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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 칼럼] 커제의 눈물, 그리고 인간의 미래
  • (서울=뉴스1) 김수종 고문
  • 승인 2017.06.09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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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은 요즘 한국의 정치, 산업, 대학을 지배하는 유행어다. 대통령부터 국회의원까지 정치인들은 공약과 국정시책으로, 기업과 대학들은 홍보 광고를 통해 자신들이 4차산업혁명의 전위대인 양 열을 올린다.

그러나 4차산업혁명과 관련하여 연구기관이 내놓는 소식은 우울하다. 인간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란 불안감이 사회곳곳으로 배어들기 때문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통계청과 고용정보원의 자료를 분석해 5월 15일 낸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10년 안에 국내 일자리 52%가 인공지능이나 로봇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핀테크가 4차산업혁명의 범주에 속한다면, 요즘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의 지점 폐쇄 조치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우리 주위를 덮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지난 5월 우리의 관심은 ‘문재인 대통령’의 탄생으로 일어난 정치적 격변에 집중됐지만, 4차산업혁명이라는 문명사적 관점에서 보면 결코 잊을 수 없는 사건이 있었다. 23~27일 중국 저장(浙江)성 우전(烏鎭)에서 열린 ‘바둑 정상의 미래(Future of Go Summit)’에서 인공지능 ‘알파고’가 세계 랭킹 1위의 바둑 고수 커제(柯潔) 9단을 3대0으로 이기고 은퇴를 선언한 일이다.

‘알파고’는 구글의 인공지능회사 구글딥마인드의 CEO 데미스 허사비스가 개발한 바둑 프로그램이다. 영국인 허사비스는 2011년 자신이 창업한 딥마인드테크놀로지(DeepMind Technology)를 2014년 구글에 팔면서 그대로 CEO가 되었다. 허사비스는 2015년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만들어 알파고를 내놓았다.

알파고는 2015년 유럽의 바둑 챔피언을 패퇴시킨데 이어 작년 이세돌 9단과 세기적 대결을 펼쳐 3대1로 승리함으로써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리고 이번에 커제 9단에 완승을 거둔 것이다.

사람들은 이세돌의 패배와 커제의 패배를 받아들이는 감회가 다른 것 같다. 작년 알파고-이세돌 대결에 쏠린 관심은 과연 인공지능이 인간 바둑 고수를 한 번이라도 이길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이었다면, 이번 알파고-커제 대결에 쏠린 관심은 바둑 최강자가 인공지능을 한 번이라도 이길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커제와의 대결이 끝난 후 허사비스는 “알파고가 바둑에서 은퇴한다”고 선언했다. 알파고의 은퇴 선언은 바둑 게임에서 인공지능이 완벽하게 인간지능을 뛰어넘었음을 확인하는 것이다. 중국인들이 바둑 게임을 고안해낸 것은 3000년이 넘었지만 ‘알파고’가 개발된 것은 겨우 3년밖에 안 된다. 인공지능 발전 속도가 정말 무섭다.

하지만 알파고의 은퇴선언에서 떠오르는 단상은 영화 ‘터미네이터2’에서 사이보그(Cyborg)으로 분(扮)한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던진 말이다. “기다려, 다시 올게”다.

알파고의 은퇴는 바둑이 아니라 다른 일을 하러 다시 오겠다는 의미다. 인공지능이 주축이 될 4차산업혁명은 다양하게 변신을 거듭하는 알파고의 경연장이 될 것이다. 법률가, 의사는 물론 배우도 인공지능이 대체한다니 얼마나 경이롭고 놀라운 일인가. 인공지능에 집중 투자하는 기업은 구글만이 아니다. 지금은 세계 10대 기업에 속하는 IT기업들이 모두 인공지능과 로봇 등 4차산업혁명에 필요한 기술과 소재 개발에 돈을 쏟고 있다.

4차산업혁명이 인간의 일자리를 없애버리기만 할 것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독일 같은 나라는 4차산업혁명이 독일식 버전인 ‘인더스트리4.0’을 큰 실업문제 없이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한 사회의 목표의식과 준비가 부실하면 4차산업혁명은 생활의 편리함 등 멋진 신세계에 대한 기대보다 그 부작용으로 많은 사람들을 울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커제는 알파고와의 마지막 대결에서 엄청난 고통을 느꼈다고 술회했고, 패배 후 눈물을 쏟으며 울었다고 한다. 하지만 알파고가 커제의 눈물과 고통을 아랑곳하지 않는 것처럼 더욱 발전한 인공지능도 인류를 동정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정녕 쓸모가 없어지는가”

이건 말도 안 되는 질문이다. 그런데 과학기술의 발전, 이를테면 인공지능과 생명과학의 발전 속도와 양태를 보면 적잖이 마음 한구석에 와 닿는 말이다.

이 질문은 작년 봄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가 서울에 왔을 때 그의 강연 제목이었다. 하라리에 의하면 인류는 자연선택에 의해 진화되어온 유기적 생명인데, 이제 과학기술을 이용한 지적(知的)설계를 통해 비(非)유기적 생명을 향해 변신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인류가 가는 방향은 어디인가. 인간은 방향타를 제대로 잡을 수 있을까. 인공지능 판사의 재판을 받고, 인공지능 의사의 치료를 받으며, 인공지능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를 보며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뉴스1 고문>

(서울=뉴스1) 김수종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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