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정부 외화 규제 발목 녹지그룹 시공사에 공식 요청
국내 첫 외국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공사만 계속

“사실상 중단된 거죠. 지금은 철수 작업 중이에요.”

14일 낮 서귀포시 토평동 제주헬스케어타운 공사 현장에서 만난 근로자는 인상을 찌푸린 채 철근을 바깥으로 옮기고 있었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사인 녹지그룹이 토평동과 동홍동 일원 153만9013㎡(약 47만평)에 짓고 있는 제주헬스케어타운은 올해 완공 목표가 무색하게 한산한 모습이었다.

2008년 착공해 공정률이 50~60%가량이지만 녹지그룹이 시공업체들에 공사대금을 지급할 여력이 되지 않아 이달 초 공사 진행 지연을 요청하는 공문(슬로다운)을 접수했기 때문이다.

헬스케어타운 내에는 국내 첫 외국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을 비롯해 힐링스파이럴 호텔, 웰니스몰, 텔라소리조트, 콘도&워터파크 등이 조성될 예정이지만 이날은 병원 건물만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병원 옆 컨테이너 부스 앞에 모여 담배를 태우던 근로자들은 “다른 쪽 사정은 잘 모르겠는데 이쪽은 의료시설 설립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기간 내에 지어야 해서 7월 개원을 목표로 진행 중”이라면서 “우리도 하도급업체라 더 자세한 건 얘기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P건설사가 맡고 있는 힐링스파이럴 호텔 공사장 쪽 직원들은 “발주처에서 몇 달째 대금이 나오지 않아 공사를 중단하라고 하더라. 다행히 우리(하도급업체)는 정상적으로 받았다”며 “지금은 철수를 위해 현장 자재를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P건설사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해외 송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외화 심사를 강화하다보니 공사비 지급이 지연되고 있다”며 “심사를 받기까지 시간이 걸리다보니 발주처(녹지그룹)에서도 공사를 중지해달라고 공식적으로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사가 중단됐다 하더라도 관리하는 최소 인원은 상주해 있을 것”이라며 “이달 말쯤 간접비라든지 공사기간 연장 등에 관해 추가적으로 합의서를 체결하고 이후 공사 재개를 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호텔 인근 웰니스몰 공사장에 있는 D건설사 하도급 업체 직원들도 철수 작업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한 근로자는 “사실상 공사가 중단된 게 맞다. 중국의 외화 유출 억제 정책 때문인지 사드 보복 때문인지 우리도 알 수 없는 노릇”이라며 “이달 말까지는 의료센터를 제외하고 모두 빠져나갈 것 같다. 장기화되면 전체 공정에 큰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녹지그룹과 함께 헬스케어타운을 추진하고 있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측은 섣부른 우려를 자제해줄 것을 당부했다.

JDC 관계자는 “아예 철수하는 건 아니다. 녹지그룹 자체 문제가 아니라 중국 정부의 문제이기 때문에 3~4개월 후 심사가 이뤄지면 곧바로 재개될 것”이라면서 “녹지그룹이 현재까지 투입한 금액은 4500억원가량이고 총 1조원 가량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녹지국제병원은 9~10월 개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나머지는 공사일정은 중국 정부의 심사가 이뤄진 뒤에 조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총 사업비 1조5214억원(공공 1720억원, 민간 1조3494억원)이 투입된 제주 헬스케어타운은 1단계로 휴양콘도 400세대가 2014년 준공됐고 현재 2단계 사업인 힐링스파이럴 호텔, 웰니스몰, 녹지국제병원, 텔라소리조트, 워터파크 등의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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