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양양국제공항을 이용하는 중국인 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이 허용되면서 제주관광의 경쟁력 확보가 더욱 다급해졌다.

20일 법무부와 강원도 등에 따르면 7월 1일부터 내년 4월 30일까지 중국인 단체관광객(3명 이상)이나 평창올림픽 입장권 소지자가 양양공항을 통해 입국할 경우 제주도 입도 조건을 면제하고 15일간 무비자 관광을 허용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제주도 항공권을 소지한 중국 단체관광객들에 한해 무비자 관광을 보장했지만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붐 조성 차원에서 허용 범위를 더욱 확대한 것이다.

이로써 그동안 ‘무사증 제도’와 ‘무비자 환승제도’를 무기로 중국인 관광객을 유인해왔던 제주도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제주도는 관광객 유치 차원에서 2002년부터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11개국을 뺀 국적의 외국인이 관광을 목적으로 방문할 경우 비자 없이 30일 동안 체류할 수 있도록 하는 무사증 제도를 시행해왔다.

무사증을 이용해 제주에 온 관광객은 2011년 15만3862명에서 2016년 91만8683명으로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제주도의 관광객 수 늘리기에 일조해왔다. 이 중 99%는 중국인이었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제주 입도를 조건으로 국내 공항에 입국할 경우 15일간 비자 없이 관광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무비자 환승제도’ 역시 제주 관광객 수를 늘리는데 한몫했다.

인천, 김해, 양양, 청주, 대구 등 공항마다 체류 가능 지역이 한정돼 있었지만 제주는 ‘무조건’ 가야만 무비자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관광지였다. 이때 타 지역 체류 가능 시간은 최대 120시간으로 나머지 시간은 제주에서 보내야했다.

하지만 당장 7월부터 제주 입도 조건이 면제된 데다 강원도를 거쳐 서울 등 수도권 관광도 가능해지면서 제주로 오는 발길 감소가 불가피해졌다.

제주지역 인바운드 여행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무비자란 것은 제주가 독점적인 측면이 있었는데 이번 조치로 인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강원도만 갈 게 아니라 수도권과 연계한 관광 상품을 만들 텐데 제주에서도 가만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해외 마케팅을 맡고 있는 제주관광공사는 이같은 상황을 알면서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가 해외 여행업자들을 상대로 진행한 팸투어에 참여해 제주관광 설명회를 한 게 전부다.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당시 조직위에 평창 중심 말고 대한민국 전체의 모습을 보여줄 것을 건의하기도 했다. 과거 정부에서는 지자체 요구를 잘 안 들어줬는데 이제는 어쩔지 모르겠다”면서 “앞으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제주관광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적극적인 협력과 더불어 차별화된 상품 개발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두흥 제주도관광협회 국제여행업제1분과 위원장은 “그동안 제주에서 무비자 제도가 알게 모르게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는데 이번 한시 허용을 기점으로 고착화되면 환승객 기득권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가만히 앉아서 무비자 관광객을 받는 시대는 끝이 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제는 관광객들 스스로 제주로 오게끔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무비자 지역이 확대 되더라도 경쟁력만 갖추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며 “기존의 10분의 1만 오더라도 격있고 여유로운 고품격 관광 상품을 내밀면 지역경제에 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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