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인 최악의 가뭄 사태 속에서 제주의 농업용수가 가뭄 피해를 줄인 생명수이자 지하수 낭비의 주범으로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다.

제주도는 도내 주요 지점별 토양수분을 분석한 결과 가뭄 상태인 '매우 건조'는 신엄리, 용감동, 동복리, 덕천리, 동명리 등 5곳이라고 21일 밝혔다.

초기가뭄 상태인 '건조'는 상귀리, 노형동, 신촌리, 한동리, 감산리, 중문동, 귀덕리 등 7곳이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제주시 누적강수량은 227.9㎜다. 지난해 같은 기간 496.9㎜의 절반 수준이고 평년 402.4㎜에도 크게 못 미친다.

6월 강수량도 19일 기준 6.0㎜로 평년 같은 기간 63.0㎜의 10분의 1에 불과하고 평년 6월 강수량 181.4㎜와는 30배 이상 차이난다.

그러나 제주는 콩과 당근 등 파종 시기인 일부 농작물이 발아 불량 등의 피해가 예상되긴 하지만 최악의 가뭄이라는 전국 다른 지역의 피해에 비하면 양호한 수준이다.

제주의 가뭄 피해가 상대적으로 덜한 이유 중 하나는 마늘과 양파 등 일부 작물은 이미 수확이 끝나 재배작물이 가장 적은 시기이기 때문이다. 도내 농업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감귤의 경우 가뭄에 강한 작물이다.

특히 생명수라 불리는 제주 지하수가 농가의 걱정을 덜어주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제주는 다른 지역에 비하면 아직은 가뭄 피해가 경미한 편"이라며 "가뭄 해소에 큰 도움을 주는 농업용 지하수가 없었다면 피해 규모가 컸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도내 농업용 관정은 3341곳으로 공공 관정 909곳, 사설 관정은 2432곳이다. 행정시별로 보면 사설 관정은 제주시 383곳, 서귀포시 2049곳이다.

강수량이 풍부하고 물이 잘 빠지는 화산 지형인 제주는 상대적으로 지하수 활용도가 높다. 마른 농지를 적셔주는 단비가 될 뿐만 아니라 먹는 샘물 삼다수와 가정, 골프장 등에서도 쓰인다.
 

◇농업용수 펑펑 써도 월 5000원…지하수 낭비 지적도

농업용수는 가뭄 해소에 도움을 주는 일등공신이지만 지하수 낭비의 한 요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제주도가 농업용 지하수에 원수대금을 부과한 것은 4년 전인 2013년부터로 얼마 되지 않는다.

지하수 원수대금 업종별 톤당 단가는 가정용 128원, 영업용 291원, 골프장 563원이다. 이는 상수도 사용료의 13~33% 수준이다.

농업용수는 더 싸다. 농업용수는 1차산업임을 감안해 다른 업종과 달리 토출 구경을 기준으로 한 월 정액요금제를 적용한다.

토출 구경 50㎜ 이하는 월 5000원에 불과하다. 51~80㎜ 1만원, 81~100mm는 1만5000원만 내면 마음껏 쓸 수 있다.

50㎜ 이하가 농가 대부분이며 규모가 큰 100㎜ 농업용 관정은 13곳이다.

정액제다보니 농업용수는 사용량도 파악이 안 된다. 원수대금으로 보면 지난해 농업용수에 1억4600만원이 부과됐다.

제주도는 지하수 보전과 상수도 이용자와의 형평성 문제 등을 이유로 지하수 이용 요금을 재설정할 계획이다.

도는 내년 5월까지 전문가 자문과 도민의견을 수렴해 '지하수원수대금 부과체계 개선방안 마련 용역'을 마무리하고 지하수 관리 조례를 개정할 예정이다.

도는 2024년까지 1447억원을 들여 농업용 관정 58곳, 용천수 6곳, 대용량 저수조 58곳을 개발하고 관로 503.9㎞를 설치하는 농업용수 광역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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