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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 칼럼] 문재인의 ‘탈핵시대’ 선언
  • (서울=뉴스1) 김수종 고문
  • 승인 2017.06.2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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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여러 명의 어린이들과 나란히 서서 고리원전1호기 정지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연설했다. “원전 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습니다.” 6월 19일 낮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 본부에서 벌어진 세러머니다. 고리원전1호기는 대통령과 어린이들이 버튼을 눌러 정지된 것이 아니라 이미 그날 0시 영구 정지되었다.

이날 세리머니가 뜻하는 상징성은 적지 않아 보인다. 이미 영구폐기하기로 지난 정부에서 결정된 고리1호기 영구 정지에 맞춰 문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서 ‘탈원전’선언을 했고, 그 자리에 미래 세대를 대표하는 어린이들을 불러들여 버튼을 눌렀다는 점이 예사롭지 않는 새 정부의 ‘탈원전’ 기조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선언은 그 자체로는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다. 지난 5월 대통령 선거 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각 가정에 보낸 문재인 후보의 선거공약집에는 “안전한 나라를 위해 노후 원전은 폐쇄하고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습니다”고 적혀 있다. 이날 세레머니를 통해 문 대통령의 에너지정책 변화의 의지가 한갓 빈 공약이 아니었음이 드러난 셈이다.

전 세계를 놀라게 한 2011년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로 원자력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탈원전’ 목소리가 높아지긴 했지만, 국가 원수가 아주 공개적이고 상징적으로 나서서 ‘탈핵시대’를 선언했으니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원자력은 국내 전력 수요의 30%를 충족해 주는 에너지원이다. 시민들은 “좋은 건가, 나쁜 건가?” “그럼 전기요금은?” 하는 혼재된 감정을 갖고 이 뉴스를 보았겠지만, 관련 산업계와 원자력 학계 및 원자력 엔지니어들, 또 관련 공직자들에겐 충격적인 뉴스다. 대학의 원자력 공학과 학생들은 갑자기 미래를 잃어버리는 기분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원자력마피아’라는 말이 있듯이 40년 역사의 원자력발전 분야는 수많은 일자리와 함께 원자력 기술자와 관련 공직자들이 층층이 엮인 기득권 집단을 이루며 모여 있는 곳이다. 국정자문기획위원회 제2분과위원회 위원장이 미래창조과학부 업무보고에서 “원전 제로 공약은 반드시 시행한다”고 강조하던 6월1일, 전국 23개 대학 에너지 전공 교수 230명이 프레스센터에서 성명을 내고 “전문가가 배제된 일방통행식 탈원전 정책은 제왕적 조치”라는 사뭇 사나운 표현을 쓰며 정부 정책을 비판한 것을 보면 원자력 공학계의 분위기를 알 수 있다.

지금까지 ‘탈원전’ 또는 ‘탈핵’이란 용어는 원자력을 반대하는 환경단체나 진보정당에서나 주장했던 구석의 소리였다. 과거 정부의 에너지정책 기조에서 ‘탈원전’은 끼어들 틈이 없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국민적 충격이 컸을 때도 원자력안전을 강조했을 뿐 원자력발전을 계속 늘린다는 정책 기조는 그대로였다. 그래서 문대통령의 탈핵선언에 원자력 공학계의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밝힌 ‘탈원전’ 계획은 앞으로 적지 않은 논란을 부를 것 같다. 대통령은 “준비 중인 신규 원전 건설계획은 전면 백지화하고, 원전의 설계 수명을 연장하지 않으며, 현재 수명을 연장하여 가동 중인 월성 1호기는 가급적 빨리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는 안전성, 공정률과 투입 비용, 전력 설비 예비율 등을 종합 고려하여 빠른 시일 내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것이다.

만약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완전 중단된다면 원자력발전소는 더 이상 늘어나지 않고, 기존의 원자로도 설계 수명에 따라 폐쇄되어 21세기 후반에는 ‘원전 제로 국가’가 될 것이다. 대통령은 또 임기 중 노후 화력발전소 10기를 폐쇄하겠다고 확언했다.

한국의 전력 수요를 충족시켜온 원자력발전소와 화력발전소를 이렇게 축소해 나간다면 어떻게 그 에너지 공백을 메울 것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신재생에너지와 LNG발전으로 그 공백을 메우는 ‘미래에너지 시대’를 열겠다고 답했다. 사실상 지난 50년 이상 유지되어온 에너지 정책의 대전환이 예고된 것이다. 보통 큰 변화가 아니다.

전기(電氣)가 없는 우리의 삶을 상상할 수 없다. 아침에 깨어나서 저녁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그리고 잠자는 시간에도 우리는 전기 에너지의 도움을 받고 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어 관으로 들어갈 때까지 전기의 혜택에서 벗어날 수 없다.

보통 시민은 전기를 제때에 값싸게 사용하기를 원한다. 그 전기가 수력에서 나오든, 석탄에서 나오든,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든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나라 보통 사람들은 비교적 헐한 전기요금에 익숙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탈핵시대’ 선언으로 한국인은 지금의 전기 소비패턴을 유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대통령도 얘기했듯이 전기 요금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 시대에 폭염과 혹한으로 전력수요가 갑자기 늘어나서 전력 예비율이 바닥날 경우 블랙아웃의 재난에 직면할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가 신재생에너지를 강조한 ‘미래에너지 시대’ 구상은 장기적으로 맞는 방향이라고 본다. 미세먼지와 지구온난화로 화석연료 사용은 줄여나가야 할 수밖에 없다. 원자력발전소는 효율적인 에너지원이지만 아직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같은 사고 위험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을뿐더러 핵폐기물처리의 숙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안전성과 폐기물처리에서 획기적 기술혁신이 없이는 안전성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가 없으면 한국의 경제는 물론 시민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 누구보다 정부 정책 담당자들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및 과학기술 브레인들이 이런 딜레마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각종 진보 정책을 일시에 서두르는 경향이 있다. 마치 권력에 굶주렸던 사람들이 닥치는 대로 손대는 꼴이다. 에너지 정책은 인사나 복지와는 다르다. 백년대계의 원칙을 굳건히 세우되 치밀하고 현명하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 신재생에너지원의 개발은 물론 스마트그리드와 에너지저장기술(ESS)을 포함한 기술투자와 시민 교육 등을 망라한 ‘친환경 에너지 시대의’ 청사진을 내놓아야 한다. ‘탈핵시대’를 서두르다 장애물을 만나면 추진력을 잃고 국민을 불편하게 만들 것이다.

에너지 문제를 놓고 끊임없이 국민을 설득할 수 있게끔 정부의 신뢰가 두터워야 한다. 정부는 시민들이 오른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 들고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믿고 따르게 할 자신이 있어야 한다. 이게 문재인 정부의 ‘탈핵시대’ 성공의 관건이 아닐까. <뉴스1 고문>

(서울=뉴스1) 김수종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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