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3년…배움·아이·교실 중심 교육 가장 큰 성과"
"남은 1년…고입제 개선·과정중심 평가 등에 주력"

이석문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은 30일 정부의 외고·자사고 폐지 방침에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많아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육감은 이날 취임 3주년에 즈음한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고등학교 체제까지 양극단으로 나뉘는 것은 문제"라며 "다양한 아이들이 어우러지며 살아가는 고교체제가 기반될 때 사회 양극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이 같이 밝혔다.

취임 3주년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진정으로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학교 현장을 실현하기 위한 실질적인 교육의 질적 변화를 이룰 시기"라며 남은 임기 내 고입제도 개선과 과정중심 교육과정 정착 등을 약속했다.

다음은 이 교육감과의 일문일답

- 취임 3주년을 맞았다. 성과와 과제가 있다면.

▶교육이 성과와 행정 중심에서, 배움 중심, 아이 중심, 교실 중심으로 바뀐 것이 가장 큰 성과다. 이로 인해 교사와 아이들이 사랑으로 온전히 만나는 교실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리고 경쟁 보다는 협력, 서열 보다는 배려, 성적 보다는 행복이 있는 교육 문화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과 사회적 논의들이 추진되고 집약되는 것도 성과다.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속가능하게 지킬 수 있는 정책과 시스템 마련에도 주력했다. 전국 최초로 소아정신과 전문의를 채용해 '학생건강증진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역시 전국 최초로 '제주형 교육복지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아이들의 진학 범위를 '인 서울'에서 '인 아시아'로 확대한 것도 성과로 꼽고 싶다.

과제라면 '교육 중심 학교 시스템 구축'이 미진했다. 업무를 덜어내고 학교를 지원하는 행정을 펼쳤지만, 여전히 학교 현장은 많은 업무로 어렵다. 제주형 혁신학교 '다혼디배움학교'도 더 많이 운영했어야 했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 임기 동안 4차 산업 혁명에 대비한 교육과정 운영에 의지를 피력해 왔다. 어느 수준까지 왔고, 앞으로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나.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불확실성'이 가득한 시대다. 아이들은 불확실성이 가득한 미래를 살아가야 한다. 어떠한 불확실한 현실에도 적응하며 본연의 역량을 펼쳐야 한다. 미래에 쏟아질 수 많은 질문에 대해 스스로 답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인공지능과도 공존해야 한다. 인공지능과 차별되는 인간 본성을 기반으로 인간 및 인공지능과 협력하며 살아야 한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아이들의 건강이다. 제주교육은 아이들 몸과 마음의 건강을 키우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고, 안정적인 지원 시스템을 마련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내리며, 문제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질문이 있는 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교사 연수와 연구, 토론 등을 통해 '질문이 있는 교실'을 정착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아울러 인공지능과 차별되는 인간 본성, 예술적 감수성, 공감 능력 등을 키우고 있다. 이를 위해 학교 문예체 동아리를 적극 운영하고 있다.
 

-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로 국립해사고 설립 추진이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사실상 임기 내 완수도 어려워진 상태다. 어떻게 접근하고 있나.

▶2019년 개교를 목표로 최종 성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해사고 문제는 오랜 시간 논의하며 많은 공감대를 이뤘고, 상당한 소통과 협력의 성과물이 축적됐다.

이제 '정치적 결단'이 남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주 출신 국회의원, 해양수산부, 제주도, 제주도의회가 하나된 힘을 모아주고 있다. 새 정부와도 소통이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 최종 성사를 위한 정치적 결단이 단행될 때가 매우 가까워졌음을 체감한다.

- 정부의 외고·자사고 폐지 방침에 대한 입장은?

▶폐지라는 용어는 적절치 않다. 일반고 전환이다. 일반고로 전환된다고 해서 현재 외고 재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다. 새로운 신입생부터 일반고 교육과정이 적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논란이 외고 재학생들을 위한 것인지, 뒤에 입학할 아이들을 위한 것인지 명확히 정리가 필요하다.

우수하고 뛰어난 학생들만 모여 생활하는 외고 시스템을 통찰해야 한다. 우수하고 뛰어난 아이들일수록 다양한 아이들과 어울리며 살아가야 한다. 한국사회의 양극화 문제가 심각하다. 고등학교 체제, 아이들의 삶까지 양극단으로 나뉘는 것은 문제다. 다양한 아이들이 어우러지며 살아가는 고교체제가 기반될 때 사회 양극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일반고 전환까지는 현실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합의를 향한 논의는 교육 본질에 입각해야 한다. 진영 논리에 빠진 논의는 사회적 갈등만 키울 것이다.

제주외고는 이전에 일반고 전환을 위한 논의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축적한 경험이 있어서 추진에 더욱 신중하다. 제주외고가 교육 본연의 역할을 잘 수행하는지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것이다. 그 뒤에 정책 방향을 결정할 것이다. 여론 수렴 및 소통도 충실하게 할 것이다. 신임 교육부 장관이 취임하면 교육부와도 긴밀한 협의를 하며 입장을 정리하겠다.

- 새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를 직접 고용해 단계적으로 정규직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제주지역 공공기관들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은데.

▶정년이 보장된 교육공무직을 제외한 학교 청소노동자 등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 문제에 대해서는 현재 내부 검토 단계다. 직접 고용,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등 다양한 고용 형태를 놓고 논의 중이다.

한 번 결정되면 되돌릴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충분한 검토 후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그동안 학교 자체예산으로 조금씩 고용한 부분이 있어 일단 실태 파악을 해야 한다. 지금 바로 결정하기에는 어려운 문제다. 논의를 시작한 것이 큰 진전이라고 볼 수 있다.

- 지방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지방선거에 출마할 것인지, 그리고 출마할 것이라면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등 지방선거에 대한 입장을 밝혀 달라.

▶남은 1년이 매우 중요하다. 진정으로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학교 현장을 실현하기 위한 실질적인 교육의 질적 변화를 이룰 시기다. 이것만 고민해도 벅차다. 내년 선거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

- 남은 임기 동안 역점적으로 추진할 주요 과제는.

▶ 앞으로 1년 동안 고입제도 개선과 2015 개정 교육과정 시행에 맞춰 과정 중심의 평가와 수업을 정착시키겠다. 특성화고 아이들을 위한 좋은 일자리도 확대하겠다.

또 아이들의 진로와 진학 범위를 '인 아시아'를 넘어 '인(in) 미주', '인 유럽'으로 확대하고, 제주역사와 전통문화, 제주어, 해녀 등을 기반으로 한 제주 정체성 교육을 내실 있게 추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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