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행정 공백에 대한 대책 없이 당장 서비스를 중단하면 어쩌죠?”

토요일인 1일 오후 제주국제공항을 찾은 제주도민 이모씨(34·여)는 친구 결혼식 참석을 위해 대구에 가야했지만 신분증이 없어 발길을 돌려야했다.

한국공항공사가 이날부터 제주공항을 포함한 전국 14개 공항에서 국내선 항공편 탑승 시에도 신분증이 없으면 항공기 탑승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에는 국내선의 경우 신분증이 없어도 공항 내 무인민원발급기를 이용해 주민등록등본이나 초본을 떼서 제출하면 공항경찰대의 신원확인 절차를 걸쳐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하지만 ‘테러 위협에 대한 안전 강화’를 이유로 공항경찰대가 일방적으로 신원확인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신분증 분실시 항공기를 탑승할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어졌다.

주민센터에서 임시신분증(주민등록증 발급 신청 확인서)을 발급 받으면 가능하지만 주말이나 공휴일, 야간에는 행정 공백이 생겨 꼼짝없이 발이 묶여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신분증을 분실한 이씨는 “기사를 통해 미리 알고는 있었지만 평일 업무시간에 주민센터를 찾아 임시신분증을 받기가 쉽지 않았다. 계도기간도 없이 당장 서비스를 중단해버리니 막막하다”며 “주말에 신분증을 분실하거나 도난당하면 육지에 갈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이냐”고 토로했다.
 

이날 신분증이 없는 관광객들은 시행 전날인 6월30일 입도자에 한해 항공 이용 이력 이 확인되면 탑승이 허락됐다.

A항공사 발권데스크 관계자는 “30일에 제주를 찾은 분들은 임시신분증을 발급받기 어려우셨을 것이라고 판단해 경찰에서 이번 주말까지는 신분 확인을 해주기로 했다”며 “저희가 함께 무인발급기에 가서 지문으로 등본을 발급받는 걸 확인한 뒤 신분 확인용 팔찌를 차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행 첫날이 주말인 점을 고려해 단 이틀간(1~2일)만 임시로 마련된 방편으로, 당장 다음주 주말부터는 신분 확인 방법이 전혀 없어서 항공사 관계자들도 막막해했다.

B항공사 발권데스크 관계자는 “다음주 월요일부터는 신분증이 없는 분들은 되돌려 보낼 수밖에 없는데 주말에는 임시신분증도 발급되지 않으니 항의하는 분들이 생길 것 같아 우려스럽다”며 “보안을 강화하는 것도 좋지만 뭔가 대책은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C항공사 관계자는 “오늘 돌려보낸 손님은 없었는데 앞으로가 걱정”이라며 “공항공사와 항공사들이 모여서 대책회의를 한 걸로 알고 있는데 일단 시행해보고 문제가 생기면 대책을 마련하자는 쪽으로 결론이 내려진 것 같다”고 전했다.

경찰을 제외하고 정부기관에는 신원을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는 상황이다 보니 공항공사 측은 난감함을 감추지 못했다.

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 관계자는 “공항공사나 항공사에서는 따로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서 “경찰은 잘못된 관행이었다며 중단을 결정했지만 당장 이렇다 할 대책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공항경찰대 측은 본인들의 업무는 공항 안전을 위한 것으로 규정돼 있으므로 신분증을 갖고 있지 않은 승객들에 대한 신분 확인 작업은 공항공사나 항공사의 업무라고 선을 그었다.

공항경찰대 관계자는 “지구대나 파출소에 가서 신분증 분실 신고 접수증을 받아 항공사에 제시한 뒤 항공사 직원의 동행 하에 무인민원발급기에서 지문으로 주민등록 등·초본을 발급받으면 신분 확인이 가능할 수도 있다”며 “어디까지나 공항공사나 항공사가 판단할 일”이라고 말했다.

테러 위협에 대한 안전을 강화하는 것도 좋지만 일방적인 서비스 중단에 불편함을 고스란히 겪어야 하는 공항 이용객들은 볼멘소리를 냈다.

공항에서 만난 제주도민 김모씨(42)는 “신분증을 예고하고 잃어버리는 것도 아닌데 행정공백이 생기는 주말이나 휴일 임시신분증을 발급받을 수 있는 대책을 세워놓지도 않고 국내선 통로를 막아버리면 어떡하느냐”며 긴급한 상황에 타 지역으로 갈 수 없게 될 것을 우려했다.

한편 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에 따르면 제주공항에서 발생하는 신분증 미소지 국내선 탑승 승객(출발 기준)은 하루 평균 370여명꼴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이는 일평균 제주공항 이용객 3만5000여명의 1%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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